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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2095)] 애쓰지 않아도

[책을 읽읍시다 (2095)] 애쓰지 않아도

최은영 저 | 김세희 그림 | 마음산책 | 232 | 14,5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등단 이후 줄곧 마음을 어루만지는 맑고 순한 서사, 동시에 폭력에 대한 서늘한 태도를 잃지 않는 작품을 발표해온 최은영 작가의 신작 짧은 소설집 애쓰지 않아도. 최은영 작가는 젊은작가상, 한국일보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한국문학의 중요한 이름으로 떠올랐을 뿐 아니라, 두 권의 소설집(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과 한 권의 장편소설(밝은 밤)을 발표하는 동안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작가에 선정되는 등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작가다.

 

앞서 발표했던 작품들에서 인물 간의 우정과 애정을 세심하게 살폈던 최은영은, 이번 짧은 소설집에서도 그 시선을 여실히 드러낸다. 우리가 여리고 민감했던 시절, 몰두했던 관계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상처받아 뾰족해졌던 마음의 모서리를 쓰다듬는다. 상처를 응시하는 시선은 올곧고 바르지만, 이를 감싸는 문장은 사려 깊고 따뜻하다. 어긋난 관계로 인해 상처받았던 사람이라면, 최은영의 소설에서 정확한 위로를 받게 된다.

 

마음산책 열네 번째 짧은 소설로 출간되는 이번 책은 김세희 그림 작가가 함께했다. 풍경에 스미는 빛을 포착해서 캔버스 위에 옮겨놓는 김세희 작가의 작품들은 따스한 봄을 닮았다. 애틋함이 가득한 그림들은 최은영 소설 속 인물들을 떠올리게 한다. 애쓰지 않아도에는 짧은 소설 열세 편과 함께 원고지 100매가량의 단편소설이 한 편 수록되어 있다. 보다 자연스럽고 경쾌하게 진행되는 짧은 소설과 어우러진 단편소설에서는 최은영 특유의 관계에 대한 진지한 탐색을 좀 더 묵직한 호흡으로 만나볼 수 있다.

 

표제작 애쓰지 않아도에서 최은영은 우리가 서툴고 미숙했던 시절, 누군가를 동경하고 사랑했던 시절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비밀을 공유하며 가까워졌다고 느끼지만 배신당하고, 선망은 사실 열등감의 다른 이름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아가는 과정은 핍진하여 읽는 사람에게 한 시절을 다시 경험하게 한다. 열병 같았던 시절을 지나고, 어느덧 담담해진 현재를 마주하며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보편적인 성장담으로 다가온다.

 

관계에서 상처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무심하게 주고받는 말들은 상대의 마음을 베곤 한다. 최은영은 날 선 말과 행동이 마음을 할퀴고 지나간 자리를 가만히 응시하며, 들끓고 넘치다가 이내 고요해지는 한 사람의 내면의 흐름을 묘사한다. 그리고 상처를 주는 것도 사람이지만 결국 그를 봉합하고 아물게 하는 것도 사람이라는 진실을 보여준다. 마지막에 실린 단편 무급휴가에서는 친구 사이인 두 여성이 나오는데, 예술과 가족, 관계를 아우르며 어떻게 상처를 이겨내고 공감에 이르는지를 보여준다.

 

애쓰지 않아도에서 돋보이는 것은 아동과 동물에 대한 폭력 등을 바라보는 최은영의 단호한 태도이다. 고기를 먹지 못했던 작가의 어린 시절 경험에서 비롯했다는 이야기(호시절), 병아리가 닭이 될 때까지 키우며 고기를 먹는 데 반감을 느끼게 되는 이야기(안녕, 꾸꾸) 등 동물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에서는, 생명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학대받은 아이가 자라서 학대하는 어른이 된다는 식의 지하철 공익광고를 보고 상처받는 인물을 보여주며(손 편지) 폭력을 보는 무심하고 게으른 시선이야말로 폭력적임을 말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작가의 묘사를 통해, 폭력에 둔감해지지 않으려면 부단히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애쓰고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작가 최은영 소개

 

삼색 고양이의 날에 태어나 삼색 고양이와 고등어 고양이와 함께 사는 소설가. 타고난 집순이지만 매일 장기간의 세계 일주를 꿈꾼다. 여행, 글쓰기, 고양이, 바다, 친구, 잠을 좋아한다. 콤플렉스와 약점이라고 여겼던 것들의 힘으로 살아가고 있다.

 

1984년 경기 광명에서 태어났으며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13년부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소설집 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 장편소설 밝은 밤이 있다.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허균문학작가상, 김준성문학상, 이해조소설문학상, 구상문학상 젊은작가상, 한국일보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그림 김세희 소개

 

일상의 빛나는 순간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다. 에밀리카 예술대학Emily Carr University of Art&Design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하고 그림책과 민화 등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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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