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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2098)] 민낯들:잊고 또 잃는 사회의 뒷모습

[책을 읽읍시다 (2098)] 민낯들:잊고 또 잃는 사회의 뒷모습

오찬호 저 | 북트리거 | 272 | 15,5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2014년 세월호가 침몰해 304명의 탑승객이 숨졌을 때도, 2018년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가 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있었을 때도, 2020년 트랜스젠더로서 자신을 드러낸 변희수 하사가 강제 전역 이후 극단적 선택을 했을 때도 수많은 사람들이 읊었던 말이 있다. “잊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떠한 충격적인 일도 일상의 쳇바퀴를 굴리며 금세 잊어버린다. 그 결과는 고통의 무한 반복이다. 대개는 힘없는 개인이 떠안아야 할 고통이기에, 예견된 비극이나 다름없다.

 

사회가 변하지 않으니, 연약한 개인들의 고함 소리는 번번이 벽에 가로막힌다.  변희수 하사의 황망한 죽음 이후에도 성 소수자는 여전히 자신의 성 정체성을 드러낼 수 없는 사회 속에서 생존을 고민해야 한다. 가수  최진리의 죽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인터넷 공간의 악플은 점점 더 악랄하게 진화해 가고 있다.

 

 김용균 씨의 산재 사망 사고 이후에도 목숨을 맡긴 채 아슬아슬하게 일해야 하는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지는 변함이 없다. 우리는 지나치게 쉽게 망각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지금은 실감이 나지 않겠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끝나고 언젠가 마스크를 벗고 마음껏 숨 쉴 수 있는 때가 오면, 우리는 팬데믹에 대한 기억을 지워 갈 것이다. 사회의 약한 고리가 어떻게 무너졌으며, 혐오와 증오가 어떻게 일상화되었는지 깡그리 잊을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열두 사건은 우리 사회에 던져진 위기 신호나 다름없다. 이는 전근대적인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사회, 각자도생의 철학이 만연한 사회의 당연한 귀결이다.

 

암담한 것은 개인의 끝 모를 고통이 폭발 직전까지 누적된 상태인데도, 언젠가는 나아지리라는 흐뭇한 미래 전망을 전혀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절망도 잦으면 보는 사람의 감각이 무뎌지는 걸까? 사람들의 반응도 단편적인 원망스러움과 안타까움을 내비치는 것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저자는 그 안타까움과 원망스러움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자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이 괴상한 일들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사회는 그저 제자리걸음인 수준에서 끝나지 않고, 자꾸만 뒷걸음질 치며 퇴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민낯들은 우리가 잊지 않겠다고 수없이 다짐했던 열두 가지 사건을 담은 책이다.  변희수,  최진리,  최숙현,  김용균,  성북 네 모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명의 문제적 죽음을 응시하고(1), 코로나19 팬데믹, n번방 사건, 세월호 참사, 낙태죄 폐지, 박근혜 탄핵, 조국 사태 등 대형 재난 및 이슈를 되짚으며 한국 사회의 민낯을 폭로한다(2).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선언만 돌림노래처럼 반복하면서 정작 놓친 질문은 무엇인지, 이 책은 진지하게 묻는다.

 

작가 오찬호 소개

 

사회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여러 대학과 대학원에서 오랫동안 강의했다. 대구와 서울을 거쳐 현재는 제주의 시골에서 산다. 주로 글을 읽고 쓰며 가끔 육지로 나가 강연한다. 친숙한 것을 낯설게 보면서 사회가 개인을 어떻게 괴롭히는지 추적하는 데 관심이 많다. 평범한 일상 속 차별과 혐오의 씨앗을 찾고 드러내는 글쓰기를 꾸준히 하고 있다.

 

민낯들 세상은 원래 그런 거야.”라는 체념과 사회 탓만 하고 살 거야?”라는 무례함이 응축되었을 때, 어떤 사건이 발생하고 반복되는지 역으로 따져 본 결과물이다. 매번 사람들 입에서 되풀이되는 재발 방지를 위해 정말로 필요한 변화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불쏘시개가 되었으면 한다.

 

인문사회과학출판협의회 ‘10년을 빛낸 책’(세대 부문)으로 선정된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2013)를 시작으로 진격의 대학교(2015),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2018) 등 여러 책을 집필했다. 최근 작으로는 2020년에 출간한 지금 여기, 무탈한가요?, 곱창 1인분도 배달되는 세상, 모두가 행복할까, 세상이 좋아지지 않았다고 말한 적 없다 등이 있다. 민낯들은 열세 번째 단독 저서다. 차이나는 클라스(JTBC), 어쩌다 어른(tvN),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CBS) 등 여러 방송에 출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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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