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2116)] 어둠을 걷는 아이들
크리스티나 순토르밧 글 | 천미나 역 | 책읽는곰 | 400쪽 | 16,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2021년 뉴베리 명예상 수상작. 뉴베리상 2관왕에 빛나는 작가, 크리스니타 순토르밧의 신작 『어둠을 걷는 아이들』. 순토르밧은 『어둠을 걷는 아이들』로 세계 최초(最初)?세계 최고(最古)의 아동 문학상인 뉴베리 명예상 외에도 제인아담스평화협회·텍사스문학연구소·워싱턴포스트·스쿨라이브러리저널에서 선정하는 올해 최고의 어린이책 타이틀을 거머쥐며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을 보여 주었다.
『어둠을 걷는 아이들』은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작가의 작품으로, 어둠과 빛, 도망자와 추격자, 가난과 부, 양극단에 선 아이들이 펼치는 흥미진진한 모험극이자 부조리하고 불평등한 세상에 의문을 제기하는 진지한 반란극이기도 하다.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범죄자의 낙인이 찍힌 채 살아가는 아이들이 있다. 아홉 살 ‘퐁’과 ‘솜킷’이 그들이다. 둘은 어머니가 범죄자라는 이유로 열세 살이 될 때까지 남원 교도소에 갇혀 지내야 한다. 그 어머니들이 두 아이를 낳다 세상을 떠난 지 이미 오래인데도 말이다. 차타나의 ‘그늘’에 사는 두 아이와 달리 남원 교도소 소장의 완벽한 딸로 차타나의 ‘빛’을 한껏 누리며 살아온 소녀 ‘녹’도 있다.
세 아이가 나고 자란 빛의 도시 차타나의 모든 빛은 오로지 ‘총독’ 한 사람의 손에서 만들어진다. 대화재로 불타 버린 도시에 평화와 질서를 가져다준 총독은 차타나 시민들에게 신이나 다름없는 존재이다. 퐁은 언젠가 교도소를 나가 총독이 창조한 무지갯빛 도시를 거닐 날만 꿈꾸지만, 그 기대가 무색해지는 순간을 경험하고는 충동적으로 교도소를 탈출하기로 한다. 그것도 단짝 친구인 솜킷을 교도소에 홀로 남겨 둔 채로. 그러나 퐁은 곧 바깥세상도 감옥과 별반 다르지 않게 부조리하고 불평등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최고로 좋은 빛은 그 빛을 살 여유가 있는 사람들의 몫’이라는 것을 말이다.
한편 녹은 퐁의 탈옥으로 추락한 가족의 명예를 되찾으려고 퐁을 추적하는 일에 열을 올린다.다. 그런데 퐁을 찾아 차타나 구석구석을 누비다 보니 자신의 신조로 삼았던 총독의 금언(金言)에 하나둘 의문이 싹튼다. 퐁이 ‘어둠 속에서 난 자들은 반드시 되돌아온다’는 총독의 말에 운명을 거스르기로 마음먹었듯이, 녹 또한 이제껏 빛을 누리며 살아온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되짚어 보기로 한다. 순토르밧은 어린 시절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을 읽으며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었고, 『레 미제라블』에서 영감을 받아 이 작품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한다.
『어둠을 걷는 아이들』은 어둠의 꼬리표를 달고 태어난 아이들이 자신을 둘러싼 어둠, 그리고 세상의 어둠을 걷어 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과정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법과 정의의 차이를 탐구하는 『레 미제라블』의 주제 의식을 이어 가면서도, 새로운 세상의 문을 여는 존재를 어른이 아닌 어린이로 상정하여 자신만의 캐릭터와 이야기를 완성하고 있는 것이다.
『어둠을 걷는 아이들』 속에는 자신이 처한 현실 속에서 자신만의 빛을 찾아 헤매는 세 아이와 함께 걸어가는 어른들이 등장한다. 퐁, 솜킷, 녹은 저마다 중요한 선택의 갈림길에서 운명적인 ‘어른’을 만난다. 퐁은 주린 배를 채우려고 숨어든 사원에서 지혜로운 노승, ‘참 사부’를 만고, 솜킷은 교도소에서 출소한 뒤 길거리 생활을 하다가 빈민들의 대모와도 같은 존재 ‘암파이’의 눈에 띈다. 그런가 하면 녹은 차타나 시민들의 비밀스러운 시위 계획을 알리려 제 발로 자신의 롤 모델 총독을 찾아간다.
연령도 성별도 제각각인 이 어른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아이들 마음속 깊이 잠든 빛을 깨운다. 사람들에게 축복을 내리는 능력을 지닌 참 사부는 일확천금처럼 인생을 뒤집을 수 있는 축복은 건네지 않는다. 고아들에게는 ‘맑고 분명한 생각을 갖게’ 하라거나 ‘바라보는 모든 것에서 경이로움을 발견’하며 살아가기를 빌어 주고, 자신을 믿지 못하는 퐁에게 ‘선한 마음을 지녔다’고 여러 해에 걸쳐 이야기해 준다.
아이들의 삶에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자신이 가진 능력을 믿을 수 있게끔 한발 물러서서 힘이 되는 축복을 건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참 사부의 축복을 받은 고아 중 하나였던 암파이는 ‘빛은 그것을 누릴 자격이 있는 이들에게만 비춘다’는 총독의 금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늘 약자의 편에 서는 어른으로서 ‘흔들리지 않고 용기 있게’ 나아간다. 총독 또한 그 무자비함으로 녹의 신념을 흔드는 ‘반면교사’가 되어 준다.
어린이날 제정 100주년을 맞은 뜻깊은 해에 국내에서 출간된 『어둠을 걷는 아이들』은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작품이다. 어린이 선언의 첫 조항이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마시고 쳐다보아 주시오’였듯, 이 작품에는 어린이와 같은 시선에서 그들이 나아갈 길을 함께 바라봐 주고 그 등을 떠밀어 주는 어른들이 존재한다.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을 떠올리게 하는 이 작품은 법과 정의의 차이를 생각하게 하며, 부조리하고 불평등한 세상을 바꾸는 힘이 우리 안에 있음을 일깨운다.
작가 크리스티나 순토르밧 소개
미국 텍사스주 작은 마을에서 자랐습니다. 어린 시절의 많은 날을 부모님이 운영하는 태국 식당의 카운터 뒤에서 책 속에 코를 박고 지냈습니다. 지금은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지내며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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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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