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2216)] 블랙 쇼맨과 환상의 여자
히가시노 게이고 저 | 최고은 역 | 알에이치코리아(RHK) | 232쪽 | 18,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미스터리의 제왕이 돌아왔다. 이번 신간은 한층 속도감을 더한 소설집으로, 전작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을 통해 새롭게 선보인 히어로 블랙 쇼맨 그리고 사건이 해결되는 공간 ‘트랩 핸드’가 또다시 등장해 마술 같은 재미를 보장한다.
가족의 스토킹을 멈추고 싶은 미망인, 평생을 함께할 상대로 오늘 저녁 처음 만난 사람을 감별해달라는 손님, 죽어버린 연인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여성… 죽은 남편의 유산을 물 쓰듯 한다는 비난을 받을까 봐, 돈만 밝히는 속내를 간파당할까 봐, 사랑해서는 안 되는 사람을 사랑했었다는 과거가 들춰질까 봐 이들은 자신을 옭아매고 있다.
실상 자신을 갉아먹는 현실에서 벗어나길 간절히 원해 돈에 의해서든, 사랑을 이뤄서든 각자의 인생에 새로운 출구를 찾지만, 주위 시선이 여전히 매서워 번번이 망설일 뿐이다.
견딜 수 없다면 태세를 전환하는 게 상책. 다시 태어나고 싶을 만큼 간절한 이들의 열망에 화답하기 위해 다케시가 등판한다. 짐짓 타인의 사정에는 관심 없다는 듯 손님을 응대하지만, 절망에 빠진 이들이 보내는 SOS를 누구보다 빠르게 알아차리고 물심양면 도와준다.
그는 각종 칵테일을 능숙하게 만들어 이들에게 내어주며 위로하는 것은 물론, 화려한 손짓 하나로 결말을 바꿔치기하고, 생면부지의 사람이 꾸민 음모를 밝혀낼 정도로 놀라운 능력의 소유자다. 속도감 있게 수수께끼를 해결하며 속임수는 속임수로 갚아주는 다케시의 일침에 이야기의 재미는 한껏 달아오른다.
도쿄의 후미진 골목에 위치해 간판도 없이 운영되는 바 트랩 핸드, 그곳에는 눈썰미부터 말솜씨까지 남다른 마스터 가미오 다케시가 있다. 그가 고객의 사연에 맞춰 만들어주는 한잔의 술을 들이켜며 손님들은 저마다의 고민을 그에게 털어놓기도 하고, 조용히 하루의 고단함을 씻어내기도 한다. 부족한 것 없는 귀부인이 이사할 집의 리모델링을 위해 젊은 건축사에게 의뢰를 맡긴다. 코로나19로 입은 실적의 타격을 단숨에 만회할 기회인 만큼 그는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갖은 애를 쓴다.
그런데 이 여성 막대한 금액을 유산으로 물려받았다는데, 대체 왜 이리 안목이 형편없는 걸까(「맨션의 여자」), ‘트랩 핸드’에서 첫 데이트를 하는 남녀 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사귈까 말까 아슬아슬한 순간에 진실이 드러난다.
결혼 상대를 찾아주는 마스터, 다케시의 색다른 추리가 돋보이는 단편이 이어진다(「위기의 여자」). 마지막 단편 「환상의 여자」는 인물의 얼굴이나 특정 부위를 합성할 수 있는 신기술 ‘딥페이크’가 돋보이는 미스터리다.
짐짓 치정극을 예측했던 독자들은 허를 찔릴지도 모르니 결말을 단정 짓지 말 것. 히가시노 게이고의 전매특허가 유감없이 발휘된 이번 신간은 작가의 제안에 따라 전 세계 최초로 한국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소개
일본을 대표하는 베스트셀러 소설가. 1958년 2월 일본 오사카에서 출생하였고 오사카 부립대학 전기공학과 졸업 후, 곧바로 회사에 들어가 엔지니어로 활동했다.
1985년 『방과 후』로 데뷔, 제31회 에도가와란포상을 받았고 그 이후 작가로 전업해 발표하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가 되며 전 세계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1999년 『비밀』로 제52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 2006년 『용의자 X의 헌신』으로 제134회 나오키상과 제6회 본격미스터리대상을 수상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하쿠바 산장 살인사건』 『편지』 『11문자 살인사건』 『수상한 사람들』 『아름다운 흉기』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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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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