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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2237)] 오늘의 덕질:일상을 틈틈이 행복하게 하는 나만의 취향

[책을 읽읍시다 (2237)] 오늘의 덕질:일상을 틈틈이 행복하게 하는 나만의 취향

이윤리, 조소영, 김창경, 이예린, 강유주 저 외 2명 | 북폴리오 | 196쪽 | 14,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애니, 만화, 아이돌 덕질만 있는 게 아니다. ‘덕질’이란 이제 ‘취미’의 더 깊고 진한 버전이며, 자랑하고 싶은 나만의 ‘취향’이다. 곳곳에 숨어 있는 덕후들의 이야기를 모아 듣기 위한 ‘전국 덕질 자랑’의 장인 ‘미래엔 단편 에세이 공모전’. 그 수상작을『오늘의 덕질 : 일상을 틈틈이 행복하게 하는 나만의 취향』으로 엮었다.

 

SF 덕후, 책 덕후, 여성 아이돌 덕후, 식충식물 덕후, 발레 덕후, 로맨스판타지 덕후, 인형 덕후 등 『오늘의 덕질』에는 주제도 분야도 방식도 다양하지만, 덕질에 대한 마음만은 일맥상통하는 이들의 진심이 가득 담겨 있다. 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행복한 집착’의 영향력을 체감하며, 그 즐거움 속에서 엄선된 개성 넘치는 일곱 덕후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대상 수상작인 「SF와 나의 이야기」는 ‘SF 마니아’의 작품이다. “외증조할머니는 별똥별을 먹고 101세까지 사셨다.” 첫 문장부터 힘을 빡 주며 다음을 기대하게 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글 전반에서 과거의 일들을 다루고 있는데, 여기에 SF 소설이라는 미래지향적 소재를 자연스레 접붙여낸다.

 

최우수상 수상작인 「이외의 장소에서 만난 의외의 책들」은 ‘책 덕후’의 이야기다. 무심하게 글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하면 작가의 어린 시절로 타임슬립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동기화되는 흡입력이 있는 작품이다.

 

작가의 고유한 ‘도서관 단골 생활’은 초등학교 입학 후 시작되는데, 고사리 같은 작은 손으로 순수하게 책장을 넘기던 귀여웠을 꼬마 아이가 중학생이 되자 욕망에 휩싸여 야한 소설들을 정독하는 에피소드에서는 쿡쿡 웃음이 새어나온다. 집 안 책장에 꽂혀 읽은 흔적이 가득한데 가족 아무도 모르는 미스터리한 책부터 지금은 추억 속으로 사라진 만화방에서 발견한 동인지, 옥중소설, 흑마술까지 책 덕후가 만난 특별한 책에 얽힌 여러 이야기 속에 웃음과 공감 포인트가 숨겨져 있다.

 

다음은 다섯 편의 우수상 수상작이다. 「아줌마인데요, 여성 아이돌 덕후입니다」는 제목 그대로 여성 아이돌을 좋아하는 덕후의 에세이다. 중학교 때 첫 ‘덕통사고’를 당한 이후 수십 년 동안 한결같은 마음으로 여성 아이돌을 응원하며 그와 함께 성장한 인생의 여정을 진솔하게 그려내 공모전 주제에 꼭 들어맞는다.

 

도입부나 제목, 구성 등에서 글 센스가 엿보이며, 무엇보다 ‘멋지면 다 언니’라는 걸스팬덤의 원조 격으로 동시대 여성들과 깊은 공감대를 이룰 것으로 기대한다.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하며 덕질의 기쁨을 오롯이 누리겠다는 작가의 의지에 응원을 보내고 싶어진다.

 

「화분 위의 사냥꾼, 식충식물」은 벌레를 잡아먹는다는 식물, 식충식물 덕후의 이야기다. 왜인지 친근한 느낌은 아닌 이 식충식물의 매력을 널리 전파하고자 하는 진심이 가득 느껴지는 글이다.

 

마치 식충식물 전도사처럼 ‘이상하다는 것은 흥미롭다는 것’이라는 접근을 시작으로 식충식물을 곤충을 사냥하는 방식에 따라 크게 3가지로 나누어 설명해주고, 식충식물에 대한 대중적인 오해에 대해 적극 해명한다. 깊은 덕력과 그에 따른 전문적인 지식이 담긴 이 글을 읽고 나면, 나도 모르게 식충식물을 인터넷에 검색해보게 된다. 간결한 필력과 뛰어난 설득력을 갖춘 글이다.

 

「덕후 권하는 사회」는 40대의 나이에 발레를 시작한 발레 덕후의 에세이다. 워킹맘으로서 일과 육아만을 위해 살아오다 어린 시절 꿈이었던 발레를 시작하며 인생의 활력과 행복을 다시금 얻게 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조금은 제한적인 환경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일과 육아와 덕질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며, 부상으로부터 몸을 관리하는 방법, 덕질이 주는 순수한 기쁨까지 행간마다 진정성이 듬뿍 느껴진다.

 

「이토록 로판에」는 최근 웹툰이나 웹소설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장르인 ‘로맨스판타지’에 관해 진한 애정을 표현하는 덕후 이야기다. 스스로 ‘현재진행형 로판 덕후’라고 칭한 것처럼 로판에 서서히 물들어가게 된 과정을 연대기로 설명하는데, 장르가 가진 남다른 매력을 소개하는 동시에 돈이 없어도 노력과 성실함으로 덕질할 수 있다는 멋진 팁까지 알려주며 뭉근히 영업을 시도하기도 한다. 글에 소개된 스무 편이 넘는 웹툰과 웹소설만 봐도 몇 달치 주말이 훌쩍 넘어갈 수 있으니 유의하며 이 세계에 입문하길 바란다.

 

「인형 덕후 10년 차 키덜트가 할 수 있는 것들」은 인형 수집광의 이야기다. 10년 동안 인형 덕후로 살면서 이루어낸 나름의 뿌듯한 성과들을 소개한다.

 

내성적인 성격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유튜버’가 되고, 그로 인해 협찬은 물론 수입도 생겼다. 수집한 인형들로 전시회도 열었고, 두 돌이 된 아기에게 ‘인형수저’를 물려줄 수 있다는 자랑까지.

 

숱한 성과 중에서도 인형 덕후로서 얻은 가장 큰 선물은 바로 나와 같은 것을 좋아하는, 같은 취향의 친구들을 만난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이 글은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이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얼마나 가치 있는 행복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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