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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2287)]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 : 생존자와 유가족이 증언하는 10·29 이태원참사

[책을 읽읍시다 (2287)]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 : 생존자와 유가족이 증언하는 10·29 이태원참사

10·29 이태원참사 작가기록단 저 | 창비 | 344 | 18,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1년 전, 누구도 상상조차 못 한 참사가 벌어졌다.  5미터가 채 안 되는 좁고 가파른 골목길에 수백명의 인파가 몰려 159명이 희생된 미증유의 압사 사고. 발생 장소는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 이 참사는 극히 충격적이었고, 그 충격의 여파는 안타깝게도 그날의 비극을 왜곡된 형태로 뇌리에 남겼다.

 

자극적인 현장 영상, 근거 없는 뜬소문, 혐오와 비방 어린 협잡이 지난 1년을 가득 채운 동안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야 할 국가의 책임과 도의는 공직자들의 일관된 부인과 은폐 아래 신기루처럼 희미해져갔다. 사실상의 국가 부재 상황에서 그날의 실상을 객관적으로 증언할 목소리들은 자신의 설 자리를 무력하게 잃고 말았다.

 

다행히 애도가 메마르고 사회적 공기가 냉담해질수록 길을 내고 이야기를 찾으려는 이들이 있었다. 2023 2, 다양한 재난참사를 기록해온 인권기록센터 사이의 작가들은 재난참사 인권 기록학교를 열어 참사를 함께 기억하고 기록할 시민들을 모았다.

 

변호사, 활동가, 미술가, 어느 아들의 어머니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시민들은 작가기록단을 꾸리고 생존자와 유가족 곁으로 달려가 외면당해온 그들의 이야기를 소중히 주워 담았다. 참사 이후 고통과 치욕에 시달리고 무력감과 분노에 몸부림치던 생존자와 유가족의 목소리는 수개월 동안 이어진 작가기록단과의 애틋한 만남과 진솔한 대화를 통해 가장 신뢰할 만한 10·29 이태원 참사 기록물로 재탄생했다.

 

1 그날 이태원에서는은 참사 당시 현장과 이후 1년 동안 생존자들이 맞닥뜨리고 겪어낸 일들 그리고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그날의 시간을 붙잡고 놓아줄 수 없는 희생자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2 너를 만나러 가는 길에서는 사랑하는 동생, 언니, 누나의 빈자리를 맞닥뜨린 형제자매 유가족들에게 주목한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 활동에서는 형제자매 유가족들의 역할이 상당히 두드러진다. 다수의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마찬가지로 아직 청년인 이들은 깊은 슬픔에 허덕이면서도 황망해하는 부모들 사이에서 의견을 제시하고, 유가족 사이의 중재자를 자처했으며, 참사로부터 돌아서려는 시민들을 다시 광장으로 불러 모으면서 초기 유가족 활동의 발걸음을 내딛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들은 동기를 잃은 현재의 혼란을 견뎌내는 동시에 학업·취업·노동·자립·연애·결혼·육아 등 미래의 불안을 떠안고 살아내야 하는 어려움을 털어놓는다.

 

참사의 경험과 맞서 싸우는 생존자들, 몰아치는 슬픔에도 행진을 멈출 수 없는 유가족들의 바람은 오직 하나, 이태원 참사와 그 희생자를 기억해달라는 것이다. 극심한 참사 트라우마에 시달리면서도 살아야 한다, 제발 살고 싶다”(90)고 외치는 이들은 그저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거리로 나섰고, 다시는 우리 사회에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빌며 한마디 한마디를 간곡히 읊었다. 이들의 간곡한 목소리는 유가족 활동을 향한 공동체적 연대의 절실함을 일깨운다.

 

이 책은 10·29 이태원 참사 생존자와 유가족의 목소리를 담은 최초의 인터뷰집이다. 이태원 참사를 애도하고 기억하고자 하는 뜻으로 결성된 10·29 이태원 참사 작가기록단(이하 작가기록단’)은 약 9개월 동안 수차례에 걸친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애타는 마음과 트라우마, 참사 이후의 삶을 오롯이 기록했다.

 

이태원 참사에 누구보다 가까이 자리한 생존자와 유가족부터 지역노동자와 지역주민까지 그날의 재난을 둘러싼 이들의 구술을 통해 참사를 다각도로 재구성한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도 이 책의 출간 과정에 함께하며 아낌없는 조언과 지지를 보내주었다. 유가족들의 분노와 고통을 고스란히 담은 증언집이자 안전이 실종된 사회를 고발하는 기록문학으로,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반드시 들어야 할 이야기들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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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