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2503)]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

[책을 읽읍시다 (2503)]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

홍세화 저 | 창비 | 420| 22,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한국 사회에 홍세화라는 이름을 처음 각인시킨 책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가 개정증보판으로 돌아왔다.

 

1979년 유신 말기, 비밀리에 반독재 투쟁을 전개해온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의 조직원들이 대거 체포되었다. 남민전은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간첩 조직이라는 누명을 쓰고 와해되었고, ‘남민전의 전사들은 차례로 사형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이때 동료들에게 가해지는 모욕과 폭력을 먼 타국에서 지켜만 보아야 했던 이가 있었는데, 그가 바로 홍세화다. 그 또한 남민전의 일원이었으나 당시 그는 우연찮게 빠리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남민전과 관련된 이라면 누구나 빨갱이’ ‘간첩으로 몰려 감옥으로 잡혀 들어가는 시대에 그는 귀국할 수 없었고, 하루아침에 망명자 신분이 되어 당장의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결국 그는 생존을 위해 택시운전사로 일하는 길을 택했다.

 

그렇게 20여 년이 지나고, 그가 빠리의 유일한 한국인 택시운전사로 일하며 한국 사회에도 프랑스 사회에도 온전히 속할 수 없는 이방인으로서 겪고 고민한 바를 써 내려간 자전적 에세이가 바로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이다.

 

이 책은 30년 전인 1995년 초판 출간 당시, 군부독재의 여파로 아직 경직되어 있던 한국 사회에 타인에 대한 상식적인 존중과 용인을 뜻하는 똘레랑스’(tolerance)를 알리며 단박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념과 신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타인을 증오하고 배척하는 것이 당연시되었던 한국 사회에 똘레랑스의 착륙은 그야말로 충격이었고 폭발적인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그 후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안 읽으면 부끄러운 책으로 알려지며 오랜 시간 열광의 중심에 있었다.

 

30년 전 어두운 시대의 막을 내리듯 이 책은 도착했고 변화를 갈망하던 1990년대 청년들에게 각광받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똘레랑스가 절실한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서로의 다름을 불용하고 차이를 차별과 억압의 이유로 삼으며 공존보다 분열을 더 쉽게 선택하는 이 사회에서 대화와 타협, 존중과 인정은 갈수록 변두리로 밀려나고 있다.

 

타자를 향한 혐오를 원동력 삼아 자신과 반대되는 의견을 말살하려드는 사회적 분위기를 묵인한 결과, 다 함께 더 나은 민주주의의 길로 나아가야 할 탄핵 정국의 광장에서조차 시민들은 극단적으로 대립했고 화합은 우리 앞의 가장 긴요한 과제로 남았다.

 

그러므로 이 책의 저자 홍세화가 2006년 개정판의 서문에서 말했듯 달라졌으면서 달라진 게 없는 세상이라서 똘레랑스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것은 앞으로도 아주 긴 세월 동한 계속 유효할 것이다.’(6) 위기를 넘어 민주주의의 서사를 새롭게 써나가야 하는 이때야말로 홍세화의 똘레랑스를 다시 한번 곱씹고 소화해야 할 적기임이 틀림없다.

 

출간 30주년을 기념하고 홍세화의 타계 1주기를 기억하는 의미를 담은 이번 개정증보판에는 홍세화의 오랜 벗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추도문과 저자가 2023한겨레신문에 마지막으로 기고한 칼럼을 추가해 더욱 뜻깊다.

 

 

작가 홍세화 소개

 

저자는 무역회사원, 난민, 택시기사, 언론인 생활을 거쳐 은퇴한 산책자의 일상을 보냈으며,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은행장(?) 명함을 자랑스럽게 휴대하였다.

 

1979, 무역회사 주재원으로 프랑스에 체류 중 남민전사건에 연루되어 망명하였다. 프랑스 정부로부터 사상의 자유 침해에 따른 난민으로 인정받아, 관광 안내·택시 운전을 하며 이주노동자로 생활하였다. 이때 집필한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똘레랑스라는 용어에 공존의 메시지를 담아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02년 귀국하여 언론, 출판, 교육, 사회운동, 정치 등 다양한 분야의 최전선에서 활동하였다. ‘장발장은행의 은행장으로 시민 모임 마중을 통해 화성 외국인 보호소에 수용된 외국인들을 지원하였다.

 

주요 저서로 미안함에 대하여, : 거칢에 대하여, 공부, 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가, 생각의 좌표, 지구를 구하는 정치 책등이 있고, 노루 인간, 딸에게 들려주는 인종차별 이야기, 왜 똘레랑스인가등을 번역했다.

 

2024418일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