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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252)] 경이로운 도시(전 2권)



경이로운 도시. 1

저자
에두아르도 멘도사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10-10-1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20세기 초의 역동적 시대상을 그려내다!스페인 태생의 에두아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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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252)] 경이로운 도시(전 2권)

에두아르도 멘도사 저 | 김현철 역 | 민음사 | 444쪽 | 각권 12,5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경이로운 도시』는 카탈루냐 자치권을 두고 스페인 중앙정부와 오랜 분쟁을 겪어온 도시 바르셀로나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또 두메산골 출신의 주인공 오노프레의 일대기이자, 온갖 풍파 속에서도 결코 꺾이지 않았던 불굴의 도시 이야기이다. 바르셀로나 출신인 작가는 가난한 지방 도시 바르셀로나의 역사를 산골 출신으로서 유럽 경제계의 거부로 성장한 오노프레의 삶에 투영했고 이는 카탈루냐 민족의 애환과 열망에 따뜻한 숨결을 불어넣었다.

 

지중해의 이국적인 풍경, 피카소와 가우디의 도시…. 오늘 날 바르셀로나는 한결같이 우아하고 낭만적인 수식어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하지만 바르셀로나가 지금의 이미지로 부상하기까지 지나온 역사는 녹록치 않다. 작가는 그 20세기 초 바르셀로나의 역동성, 변화무쌍함, 도전 정긴 등 그 시대만의 '경이로운' 공기를 실존 인물과 허구적 인물, 기록된 역사와 주관적인 상상을 자유롭게 섞어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만국박람회의 화려하고 웅장한 모습과 어둡고 절망적인 도시 변두리의 대비를 극명하게 보여주어 다채로운 바르셀로나의 순간들을 이 작품에 한데 담았다. 이것은 멀리 스페인의 한 도시의 이야기이지만 압축적인 근대화를 경험한 우리 사회에서도 전혀 낯선 풍경은 아니기에 독자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갈 것이다.

 

 

위대한 도시의 역사를 관통하는 박해받는 모든 이들의 꿈

 

쿠바에 돈 벌러 간 아버지가 돌아올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오노프레는 마음속 영웅이었던 아버지가 가난뱅이 사기꾼이었다는 사실을 알고선 지긋지긋한 고향 마을을 등지기로 결심한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고 결심한 그는 어떻게든 일자리를 구해 이 도시에서 자리를 잡으려 애쓴다 하지만 나이도 어리고 기술도 없었던 그에겐 쉽게 기회가 오지 않았다. 결국 하숙비를 못 내 바르셀로나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그는 하숙집 딸 델피나의 도움으로 무정부주의 선전물을 사람들에게 나눠 주는 일자리를 가까스로 구한다.

 

델피나는 그의 인생에 등장한 첫 번째 여자이자, 부자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그에게 제공한 여자이다. 항구, 청과물 시장, 조선소 등 도시의 번화한 곳들을 돌아다니던 오노프레는 결국 만국박람회 공사장을 자신의 무대로 삼는다. 노동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접근해 선전물을 나눠 주는 데 성공한 그는, 그것에서 만족하지 않고 발모제 장사를 시작하면서 재산을 모으기 시작한다.

 

무정부주의 조직이 경찰에 발각되면서 오노프레는 다시 일자리를 잃지만, 바르셀로나 암흑가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이루고야 마는 무자비하고 무모한 악당 오노프레의 전성기가 펼쳐지는 것이다. 오노프레는 암흑가 조직의 일개 부하로 시작하지만 대범한 전략으로 바르셀로나 암흑가 전체를 평정한다. 그러는 사이에 자신의 두 번째 여자인 마르가리타를 만나서 결혼까지 한다. 보스의 딸인 그녀는 오노프레에게 권력을 안겨 준다. 사회의 움직임을 남들보다 한 발 먼저 읽어 내는 오노프레는 자본주의의 흐름을 주시하며 부동산 투기를 해서 엄청난 재산을 챙긴다. 나아가 하층 계급의 민심이나 반정부 세력 동향에 따라, 영화 산업, 무기 밀매업으로 업종을 바꿔 가며 탄탄대로를 달린다.

 

하지만 오노프레가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방식에는 늘 파우스트의 거래처럼 커다란 희생이 따른다. 그는 사랑하는 두 여자를 만나지만 그 관계들은 가장 불행한 방식으로 파국을 맞는다. 우정을 나눈 동료마저도 자신의 손으로 처단하는 그의 단호함에 그는 더욱 고립된다. 마침내 그가 독재 정권을 뒤흔들 만큼, 세기의 발명품을 만들어 낼 만큼의 영향력을 손에 넣었을 때에도 그가 믿을 수 있는 것은 돈밖에 없었다. 오직 돈만이 그의 욕망을 가능케 한 매개체다.

 

오노프레는 바르셀로나에 등장하기 시작한 근대적 인간형을 상징한다. 목표 중심적이고 합리적이며, 세속적인 욕망에 당당하고, 사랑도 우정도 계약 관계로 파악하는 인간형이 나타난 것이다. 그가 손대는 곳이라면 조직도 도시도 모두 초토화되지만, 그는 ‘생산물’에 대한 타고난 감각과 새로운 것에 대한 지극한 호기심을 바탕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

 

 

문학 속에서만 살아 숨 쉴 수 있는 잊혀 간 존재들

 

바르셀로나에서 두 번째 만국박람회가 열릴 무렵, 오노프레는 또다시 기상천외한 발명품을 구상한다. 그에게 사랑을 준 세 번째 여인, 젊고 아름다운 마리아 벨탈과 하늘을 나는 평생의 마지막 꿈을 실현하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때는 1929년 10월, 모든 상황은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곧이어 다가올 뉴욕 증권거래소의 붕괴, 잇따른 파산, 전쟁의 전조 등 20세기의 악몽들이 하나둘 다가오는 시점이라는 것을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이미 알고 있다.

 

『경이로운 도시』는 거대한 인간 승리 드라마를 보여 주지만 그 안에는 그렇게밖에 자신을 증명할 수 없었던 한 민족의 지독한 열패감이 깔려 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작은 일에도 결투를 신청하고, 늘 좌충우돌하며, ‘스페인의 의자’라고 손가락질 당해야 했던 카탈루냐 민족의 성정을 자조적으로 희화화하는 대목에서도, 작가는 그들의 깊은 뿌리에 대한 자긍심이 녹여 낸다.

 

돈이 돌고 돌 듯, 인생에 희로애락이 있듯, 도시에 흥망성쇠가 있듯, 욕망을 따라 끊임없이 굽이치며 흘러온 인간의 역사 속에서, 우리가 눈살 찌푸리며 외면했고 끝내는 잊어 버린 존재들을 멘도사는 다시금 역사의 장에 새겨 넣는다. 스페인 정사(正史)에 결코 담길 수 없는 세상의 주름과 같은 열망들을 담아냄으로써 『경이로운 도시』는 이 시대에 문학의 존재 의의를 증명하는 것이다.

 

 

작가 에두아르도 멘도사 소개

 

1943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출생했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영국에서 유학 생활을 마친 후 귀국해서 변호사로 활동했다. 1970년대 사회 개혁의 물결을 지켜보면서 일상에 염증을 느끼고 바르셀로나를 떠나 뉴욕으로 갔다. 1973년부터 1982년까지 뉴욕에 머물면서 유엔 본부에서 통역과 번역일을 하며 첫 소설 『사볼타 사건의 진실』(1975년)을 발표했다. 민주주의 사회로 나아가는 사회 격변기의 선구자로 인식되며 스페인 문학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이 작품은 그를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만든 『불가사의한 도시』(1986년)와 함께 스페인 문학사에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비평 상’을 수상했다.

 

그 밖의 작품으로 『어느 미친 사내의 5년 만의 외출』(1979), 『올리브열매의 미로』(1982), 『전대미문의 섬』(1989), 『구르브 씨 소식 없음』(1991), 『대홍수가 일어난 해』(1992), 『가벼운 코미디』(1996), 『여자 화장실에서의 모험』(2001), 『바르셀로나 모더니스트』(2003) 등이 있다.

 

그의 작품은 발표될 때마다 특유의 문학성과 대중성으로 스페인 언어권에서만 수백 만 부의 판매고를 올리는 한편, 대부분의 작품이 영화를 비롯하여 텔레비전 드라마나 연극으로 각색되었다. 스페인 언어권 최고의 소설에 수여되는 ‘비평 상’을 비롯하여 프랑스의 ‘최고 외국도서 상’(1998년), ‘올해의 작가 상’(2002년) 등 다양한 수상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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