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2531)] 존재 자체로 괜찮은 날이었다

[책을 읽읍시다 (2531)] 존재 자체로 괜찮은 날이었다

권미주 저 | 밀리언서재 | 280| 18,8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그런 날이 있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적당한 온기의 바람이 뺨과 머릿결을 슬쩍 스칠 때, 앙상한 가지에 새순이 돋아나 그 틈새로 스며드는 햇살이 잔잔히 흔들리는 것을 가만히 바라볼 때, 차가운 겨울 강이 봄 햇살을 받아 보석가루를 뿌린 듯 윤슬이 반짝일 때, 마음이 헛헛한 어느 날 커피 한잔에 달달한 디저트나 먹자는 친구의 메시지에 온 세상이 자신을 향해 환영의 손짓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오늘 하루 해야 할 일은 생각하지 않고, 내가 무엇을 이루었는지, 어떻게 해냈는지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그저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 기분 좋은, 살아 있으니 울고 웃고 화도 내고 먹고 마시고 편안하게 잠들 수 있다는 감각. 이 책은 이런 감각을 조금이라도 더 느낄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사람들은 존재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간다. 먹고살기 위한 돈을 벌기 위해서, 남보다 더 많이 가지기 위해, 그리고 인정받기 위해 온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붓는다. 그러다 보면 자신의 감정을 돌볼 여유가 없다. 슬퍼도 참고, 화가 나도 억누르며, 우울함을 다른 무언가로 덮으려고 한다. 부정적인 감정들은 나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러한 감정들을 억누르거나 회피하고 다른 것으로 보상받는다고 해서 내 마음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감정들은 참는 만큼 무의식 속에 차곡차곡 쌓여서 나의 일상을 지배한다. 상사의 사소한 지적에 모든 커리어를 부정당한 듯한 기분이 들고, 친구의 작은 거절에도 세상을 다 잃은 듯 상처받고 분노가 폭발한다. 심리학적으로 감정은 억제할수록 신체와 마음에 더 큰 긴장과 왜곡을 만든다. 슬픔, 분노, 불안 같은 감정은 약한 것이 아니라 라는 존재가 보내는 중요한 신호다. 이 신호를 무시할수록 자기 자신에 대한 존중은 점점 사라지고, 존재의 중심은 바깥 기준에만 의존하게 된다.

 

삶의 모든 문제는 결국 감정의 문제로 귀결된다. 갈등도, 회피도, 무기력도 그 뿌리를 들여다보면 해결되지 못한 감정이 자리하고 있다. 따라서 문제를 해결하려면 상황보다 그 상황이 나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지 먼저 인식해야 한다. 내 안에서 솟아나는 감정을 우리는 선택할 수 없다. 어떤 감정을 느끼겠다고 해서, 원하는 감정만을 느낄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선택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감정이 실제로 어떤 것인지를 들여다보아야 한다. 슬픔은 서운함일 수도 있고, 무기력은 마음의 불만이 몸으로 나타난 것일 수 있다. 감정에도 통역이 필요한 순간이다.

 

이 책에는 자기의 존재를 증명하느라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들의 기록이 담겨 있다. 성공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어느새 나를 잃어버리고 상처 입은 마음을 고백하는 이야기다.

 

작가 권미주 소개

 

개인심리상담가로 살아가고 있는 40대 비혼 여성. 20대 중반, 대학원에 입학하면서 독립했고 지금까지 자의반 타의반 싱글로 지내며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다. 30대부터 주로 여성문제를 다루는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며 여성문제, 여성의 삶, 여성의 연대 등에 관심을 가지며 자연스레 심리상담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비혼 여성을 주제로 박사논문을 썼다. 30대 이후부터 심리상담을 하며 다양한 여성들의 문제, 사람들이 살아가는 문제들을 함께 들여다보고, 함께 아파하며 심리상담으로 치유하는 길 찾기를 모색해왔다. 특히 홀로 살아가는 여성들과 모임을 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좋은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

 

현재는 대학에 출강하며 심리상담센터를 개소하여 운영하고 있다. 여러 곳에서 여성문제, 심리상담과 관련하여 강의를 하고 있다. 싱글 여성들과 함께하는 소모임, 어울리며 살아갈 수 있는 느슨한 공동체를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는지 계속해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