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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694)] 너무 일찍 철들어버린 청춘에게

 

너무 일찍 철들어버린 청춘에게

저자
장석주 지음
출판사
21세기북스 | 2015-04-24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시인 장석주가 고른 사랑과 이별, 청춘의 시 30시와 세상의 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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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694)] 너무 일찍 철들어버린 청춘에게  

장석주 저 | 21세기북스 | 348쪽 | 4,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시와 세상의 징검다리 역할을 자처해온 시인 장석주가 『시인의 시 읽기―너무 일찍 철들어버린 청춘에게』를 들고 나왔다. 평론가, 에세이스트, 소설가 등 그를 수식하는 많은 말 중에서도 시인이라는 말이 마치 호(號)처럼 그의 이름 앞에 따라 붙는 이유는 그가 시와 시인, 그리고 세상과의 소통을 위해 무단히도 노력해왔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이번 책은 2007년부터 아홉 해째 조선일보 『톱클래스』에 연재해온 「장석주의 시와 시인을 찾아서」를 엮은 것으로 시인이 시를 향해 내쉬는 긴 호흡이 삶을 연명하는 호흡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증명한다. 총 90여 편의 연재물 중 사랑과 이별, 청춘을 노래한 시 30편으로 묶어낸 이번 책은 어떤 철학서도 주지 못한 삶에 대한 통찰과 어떤 심리학서도 주지 못한 가슴 깊은 위로를 전해준다.

 

가난은 그 자체로 선도 악도 아니지만 사랑을 억압하는 가난은 당사자에게 그 무엇보다 사악하다. 가난한 사람에게 위안이 되는 것은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는 점이지만 자본을 권하는 우리 사회에서 돈을 빼고 행복을, 그 중심에 있는 사랑을 논하기는 사실상 힘들다. 가난 때문에 사랑을 포기해야 하는 자의 슬픔은 우리가 처절한 결핍에 허덕여보지 않았을지라도 현 시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 가슴에 뜨거운 무엇을 울컥하게 한다.

 

꽃 피는 봄, 연인들은 계절의 도래를 의심하지 않듯 시간 앞에서도 변치 않을 사랑을 약속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다음 봄을 맞이하기 전 그 약속은 깨질지도 모른다. 시간은 사랑을 타오르게 하는 질료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사랑을 집어삼켜버리는 익숙함이란 본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청춘, 그 단어가 지닌 파릇한 기운과 달리 이 땅의 청춘들은 세상에 시달려 시들시들하다.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는 때,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때라며 세상은 수많은 청춘들을 독려하지만 사실 청춘이란 도전의 기회를 차별받는 세상, 누군가의 발을 거는 세상을 깨닫는 때다. 그리고 다른 곳에서 다른 삶을 꿈꾸던 이 땅의 많은 청춘은 어느 순간 새로운 것에 대해 더 이상 감탄할 줄 모르는 어른이 되고 만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서도 삶은 여전히 불안하고 확실하지 않다. 날카롭게 각을 세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들은 모난 사람이 되어간다. 그리고 어느 순간 청춘이란 우리 인생의 더할 수 없는 행복을 뭉뚱그려놓은 것이라는 것을 깨닫지만, 이미 기성세대가 된 자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청춘이 남긴 행복의 부스러기들로 허기를 채우는 것뿐이다. 청춘을 노래하는 시가 그토록 많은 이유는 시인이야말로 잊고 있던 행복의 부스러기들을 찾아 우리의 목구멍에 털어 넣어주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작가 장석주 소개

 

스무살에 시인으로 등단하여 서른 해쯤 시인, 소설가, 문학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다. 때로는 출판기획자, 방송진행자, 대학교수, 북 칼럼니스트로도 활약했다. 그는 남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읽는 속도가 빠르지 않은데 읽은 책 목록이 긴 것은 책 읽는 일에 꾸준하고 부지런한 까닭이고, 아울러 앎과 슬기를 향한 욕심이 큰 까닭이라고 한다. 서른 해를 쉬지 않고 읽고 쓰며 걸어온 사람이다.

 

197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와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뒤 시와 문학평론을 함께 써오고, 동덕여대 경희사이버대학교 등에서 강의를 하고, 국악방송에서 방송진행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또한 조선일보·출판저널·북새통 등에서 ‘이달의 책’ 선정위원으로 활동했으며, 월간 「신동아」에 ‘장석주의 책하고 놀자’라는 제목으로 3년 동안 북리뷰를 담당했고, 주간 「뉴스메이커」에 ‘장석주의 독서일기’를 2년간 연재했다. 경희사이버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국악방송에서 ‘행복한 문학’의 진행자로 활동했다.

 

노자·장자·주역과 작은 것들에 대한 심오한 통찰이 담긴 책들을 즐겨 찾아 읽고, 제주도·대숲·바람·여름·도서관·자전거·고전음악·하이쿠·참선·홍차를 좋아하며, 가끔 하늘의 별자리를 보고 점을 친다고 한다. 2000년 여름, 서울 살림을 접고 경기도 안성의 한 호숫가에 ‘수졸재’라는 집을 지어 살면서, 늘 머리맡에 『노자』와 『장자』를 두고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읽었다. 이를 계기로 『느림과 비움』 『느림과 비움의 미학』 『그 많은 느림은 어디로 갔을까』 같은 책을 펴내기도 했다. 2013년 영랑시문학상, 2010년 질마재문학상, 2003년 애지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수졸재’와 서울 서교동 작업실을 오가며 읽고, 쓰고, 사유하는 삶을 꾸려가고 있다.

 

시집 『오랫동안』과 산문집 『지금 어디선가 누군가 울고 있다』와 『고독의 권유』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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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