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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860)] 세컨드핸드 타임 : 호모 소비에티쿠스의 최후

[책을 읽읍시다 (860)] 세컨드핸드 타임 : 호모 소비에티쿠스의 최후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저 | 김하은 역 | 이야기가있는집 | 664쪽 | 15,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2015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며 노벨문학상 수상작가가 발표됐다. 그 주인공은 역사 속 현장에서 시대를 살아간 작은 인간들의 증언을 생생한 목소리로 전달하는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였다. ‘목소리 소설’이라는 독창적인 장르를 개척한 벨로루시의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최신작이자, 소비에트 시대의 최종 완결이라고 할 수 있는 『세컨드핸드 타임』.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최신작인 『세컨드핸드 타임』은 1990년대 대중이 감내한 물질적인 변화상만을 다룬 것이 아니다. 공산주의 패러다임의 붕괴, 자본주의와 돈에 대한 경멸, 지식인 문화의 종식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소련에 대한 향수, 스탈린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와, 미하일 고르바초프에 대한 매우 부정적인 이미지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며 양면적인 향수, 공산주의 체제의 최후를 불러온 것들에 대해 서술한다.


1990년대 초 전체 시스템이 붕괴되면서 터져버린 인간의 광기 그리고 폭력의 한가운데로 파고들어 그들의 욕망을 들춰내고 있다. 작가는 거대한 역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공산주의 패러다임의 붕괴, 자본주의와 돈에 대한 인식의 변화, 지식인 문화의 종식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 속에서 변화를 감내해야 했던 ‘작은 인간’들에 주목하고 있다.


『세컨드핸드 타임』은 알렉시예비치의 작품 중에서 가장 심각한 작업이자 매우 오랜 기간에 걸쳐 완성된 작품이다. 소비에트 연방의 몰락을 전후로 다양한 관점을 가진 목격자들의 기억에 남아 있는 1990년대를 증언해줄 사람들을 찾아 나선 작가는 1,0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공산당 간부부터 반대세력의 부인에 이르기까지 여러 음역대의 인물을 내세운다.


그녀가 만난 사람들은 평범한 일반인, 장군, 공무원, 은퇴자 등 다양하다. 전쟁의 노병, 브레스트의 수비대원, 기차 아래 몸을 던진 사람, 아흐로메예프의 육군 대장, 자살한 사람, 교사, 시장에서 장사를 해야만 하는 연구원, 소련의 난민들……. 이들은 모두 소비에트 왕국의 파편들이자 희생자, 잔인한 학살자, 참여자이자 증인, 여론 선동가, 거대한 신화의 안에서 살아간 자들이다. 소비에트 시대, 페레스트로이카 등 교체와 변화의 시대를 살아간 그들의 실망과 상실감 그리고 위대한 국가를 위한 사상의 부활을 바라는 목소리를 통해 진정한 인간으로서의 삶에 대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세컨드핸드 타임』은 ‘어느 가담자의 수기’라는 저자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고르바초프와 소수의 지식인이 주도한 혁명이 일어났다. 나도 그 안에 있었다. 하지만 80퍼센트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전혀 모르는 채로, 다른 세상에서 깨어났다.” 그녀의 부모는 벨로루시의 작은 마을에서 살았다. 그녀가 3살이던 해 아버지가 죽었고, 그는 마지막까지 공산주의자로 남았다. 이 책은 소비에트 시대를 살았던, 자유주의를 받아들인 작가와 공산주의자로 남기를 원했던 그녀 아버지에 관한 것이다.


『세컨드핸드 타임』은 공산주의 체제 붕괴 이후 20년 동안 소비에트 사회의 변화와 사람들의 상실감, 사회에 적응하는 과정 등의 정신적인 변화를 담아내고 있다. 하지만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단지 ‘소비에트 사람들’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인간과 악마의 모호한 경계에 대해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소개


저자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우리 시대의 고통과 용기를 보여주는 기념비적인 다운율 작품’을 써온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에게 2015년 노벨문학상이 수여됐다. 벨라루스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알렉시예비치는 1948년 우크라이나 이바노프란콥스크에서 군인 가족의 딸로 태어났다. 벨라루스 국립대 언론학과 졸업 후 알렉시예비치는 지역 신문사 기자로 일하며 집필활동을 통해 어떻게 하면 인간의 삶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그 결과 현장의 목소리, 다수의 목소리 그리고 숨겨진 개인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소설 코러스’라는 작품 장르를 개척한다.


다년간 수백 명의 사람들을 인터뷰해 모은 이야기를 Q&A가 아니라 일반 논픽션의 형식으로 쓰지만, 마치 소설처럼 읽히는 강렬한 매력이 있는 다큐멘터리 산문, 영혼이 느껴지는 산문으로 평가된다. 프리드리히 에베르트 재단의 최고정치서적상, 국제 헤르더 상,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평화상, 전미 비평가협회상 등 수많은 국제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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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