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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885)] 코카인 블루스

[책을 읽읍시다 (885)] 코카인 블루스

케리 그린우드 저 | 한지원 역 | 딜라일라 | 296쪽 | 12,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미스 피셔의 살인 미스터리’의 원작 소설 시리즈 ‘프라이니 피셔 미스터리’ 제1탄 『코카인 블루스』. ‘프라이니 피셔 미스터리’ 는 현재 총 20권까지 출간된 인기 탐정소설 시리즈로 담대하고 자유분방한 기질에 우아한 품격까지 갖춘 귀족 여탐정 프라이니 피셔가 하녀 도로시의 도움을 받아 미스터리를 풀어 가는 과정을 그리는 소설이다.


1920년대 말, 사교 시즌이 한창인 런던. 귀족가의 딸 프라이니 피셔는 무도회나 자선활동, 꽂꽂이 따위가 전부인 생활에 흥미를 잃어 가던 중 파티에서 보석 절도범을 잡으며 한 대령의 눈에 든다. 대령은 호주에 사는 딸의 신변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며 프라이니에게 조사를 부탁한다.


추리에 능한 재능도 살리고 무료함도 피할 겸 고국 호주로 돌아온 프라이니. 그녀가 멜버른 사교계에 첫발을 내딛는 파티에 대령의 딸 리디아가 운명처럼 등장하고, 프라이니는 본래 의도를 숨긴 채 그녀와 친분을 쌓으며 비밀리에 조사를 시작한다. 한편 같은 날 파티에서 만난 러시아 출신의 아름다운 남자 무용수 사샤는 '눈의 왕'이라 불리는 코카인 밀매업자를 잡게 도와 달라며 프라이니에게 접근한다.


프라이니 피셔의 탐정 입문기를 그린 『코카인 블루스』는 '눈의 왕'이라 불리는 코카인 밀매업자와 불법 낙태 시술자를 쫓는 두 개의 사건으로 짜여 있다. 범죄 소설로서 긴장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소소한 일상 묘사를 통해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도드라지는 것은 프라이니가 입는 옷에 대한 매우 구체적인 묘사다. 모자며 드레스, 악세사리, 메이크업에 대한 묘사를 통해 그녀가 스타일을 중시하는 매우 이례적인 여탐정임을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그녀는 지루한 대화가 오가는 파티장보다는 일촉즉발의 범죄 현장을 선호하는 타고난 모험가다. 멋진 남자라면 사족을 못 쓰지만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남자들과의 관계를 리드하는 독립적인 여성이자 남자들과의 로맨스 못지 않게 여성들과의 우정과 연대를 중시하는 페미니스트이기도 하다.


이처럼 언뜻 보기에 양립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요소들의 조합은 여주인공 프라이니 캐릭터의 의외성과 매력을 한껏 더해 준다. 불법 낙태 시술과 같은 여성 대상 범죄를 다루고 여성의 억압적인 삶이나 여성 참정권 운동 같은 여성 문제를 끼워 놓음으로써 묵직한 페미니스트 메시지를 던지기도 한다.


프라이니의 도움을 받아 그녀의 조력자로 성장하게 되는 하녀 도로시, 여자 의사를 용납하지 않던 시대에 당당히 맞서 의사가 된 맥밀란 박사, 거기에 미스터리를 감추고 있는 듯한 대령의 딸 리디아까지 여성 캐릭터들의 뚜렷한 개성과 활약이 두드러지는, 그야말로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 본격 여성 탐정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불경죄를 짓고 법정에 섰음에도 치명적인 미모 덕에 재판관들로부터 무죄를 선고받았다고 전해지는 고대 그리스의 고급 창부 프리네. 그녀의 이름을 딴 프라이니 피셔는 프리네처럼 아름답고 자유분방하며 자신의 욕구에 솔직한 1920년대의 신여성이다. 보브 스타일로 짧게 자른 흑단발, 회색빛이 감도는 초록색 눈동자, 그리고 어떤 순간에도 흐트러지는 법이 없는 우아한 패션이 그녀를 상징하는 트레이드 마크다.


호주의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보다 작위 계승 서열이 높았던 친척들이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줄줄이 사망하는 바람에 돈 많은 귀족 영애 신분이 되었다. 틀에 박힌 런던의 사교 생활에 무료함을 느끼고 고국 호주로 돌아와 탐정 일을 시작하게 된 프라이니는 번뜩이는 재치와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담대함을 무기로 미스터리를 하나하나 풀어 간다. 자유분방한 신여성답게 멋진 남자들과의 에로틱한 만남도 절대 놓치지 않는다.



작가 케리 그린우드 소개


1954년 호주 멜버른 교외에서 태어났다. 멜버른 대학교에서 영문학과 법학을 공부한 뒤 포크 가수, 공장노동자, 번역가, 프로듀서, 의상 제작자, 요리사, 사무 변호사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쳐 1989년 『코카인 블루스』를 발표하면서 소설가의 삶을 시작했다.


'프라이니 피셔 미스터리' 시리즈 외에도 빵집을 운영하는 아마추어 여탐정을 주인공으로 하는 '코리나 채프먼 미스터리' 시리즈, 고대 그리스를 배경으로 한 역사물 '델픽 위민' 시리즈 등 40권 이상의 소설을 펴냈고 다수의 희곡과 에세이, 어린이 책을 썼다.


2003년 범죄 소설 부문 호주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네드 켈리상 평생공로상을 받았다. 글 쓰는 일 외에 빅토리아 주 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로서 무료 법률 자문 활동을 하기도 한다. 그녀는 비혼으로 '마법사' 파트너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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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