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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887)] 한밤의 모험

 

[책을 읽읍시다 (887)] 한밤의 모험

발터 뫼어스 저 | 귀스타브 도레 그림 | 안영란 역 | 문학동네 | 220쪽 | 13,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열두 살 소년의 기상천외한 하룻밤 모험이 전설적인 화가 귀스타브 도레의 목판화 스물한 점과 함께 펼쳐지는 발터 뫼어스의 환상소설 『한밤의 모험』.


발터 뫼어스는 『캡틴 블루베어의 13과 2분의 1 인생』 『엔젤과 크레테』를 비롯해 『꿈꾸는 책들의 도시』 『꿈꾸는 책들의 미로』 등 가상의 대륙 차모니아를 무대로 기발하고 유머러스한 상상력을 선보이며 전 세계 독자의 사랑을 받는 작가로 우뚝 섰다. 『한밤의 모험』은 차모니아와는 별개의 독자적인 세계관이 기반인 동시에 만화가, 일러스트레이터로도 활동중인 작가가 직접 삽화를 그리지 않은 이례적인 작품으로 19세기 프랑스 화가 귀스타브 도레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이야기는 소년 선장 귀스타브 도레가 한밤의 항해중 샴쌍둥이 토네이도를 맞닥뜨리며 시작된다. 번개와 천둥으로 교감하며 바다 위의 모든 생명체를 삼켜버리는 끔찍한 토네이도에 휘말려 선원들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 바닷속으로 가라앉을 위기에 처한 귀스타브의 앞에 난데없이 죽음의 신과 그의 미친 여동생 데멘티아가 나타나 황당무계한 요구를 한다. 영혼을 빼앗기고 싶지 않으면 여섯 가지 과제를 수행하라는 것.


용의 손아귀에서 아리따운 처녀 구하기, 유령이 우글거리는 숲 통과하기, 수수께끼 거인들의 이름 알아맞히기, 세상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괴물의 이빨 가져오기, 귀스타브 자신을 만나기. 그리고 그날 밤이 새기 전 이 모든 임무를 마치고 달에 가서 죽음의 신을 만나야 한다. 결국 첫번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고통받는 처녀들의 섬’으로 떠난 귀스타브는 난생처음 보는 기이한 존재들과 하나둘 맞닥뜨린다. 과연 소년은 무사히 살아남아 영혼을 구하고 위대한 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이룰 수 있을까?


한계를 모르는 발터 뫼어스의 상상력은 이번 작품에서도 어김없이 진가를 발휘한다. 제각각의 삽화들을 한 편의 역동적인 모험담으로 매끈하게 엮어내는 솜씨는 탄성을 자아낼 뿐 아니라 구석구석의 작은 요소들까지 빼놓지 않고 이야기에 녹여내 발견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치명적인 내기를 제안해놓고 구체적인 임무를 고안해내느라 쩔쩔매는 죽음의 신을 비롯해, 작가만의 시각으로 재창조된 신화나 고전 속 캐릭터 역시 작품에 독특한 색채를 부여한다.


특히 괴조 그리핀이나 돈키호테의 시종을 연상시키는 수다스러운 말 등 단계마다 등장하는 조력자들은 엉뚱한 언행으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 아리따운 처녀가 첫번째 임무를 완수한 귀스타브에게 애써 조련한 욕을 죽였다며 핀잔을 던지는 장면은 여성이라면 으레 기사의 도움을 기다리는 수동적 존재로 그려지는 전통적인 영웅 서사를 비틀며 독자의 허를 찌르는 대목이다. 스스로를 만나라는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은하계를 가로지르는 장면에서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까지 접목되어 꿈과 신화, 과학의 세계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한밤의 모험』은 사춘기의 문턱에 선 소년이 좌충우돌 속에서 삶과 죽음, 존재의 의미에 대한 질문과 맞닥뜨리며 한 뼘 자라는 성장담이기도 하다. 귀스타브는 난생처음 벌거벗은 처녀의 몸을 보고 설명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여 가슴이 찢어지는 첫사랑의 고통을 느끼는가 하면, 수수께끼 거인들을 만나 학문의 모순과 지식인의 허위를 엿보고, 세상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괴물이 ‘근심’도 ‘운명’도 아닌 ‘시간’임을 깨닫는 등 인생의 비밀을 하나씩 깨우쳐나간다. 시간과 공간, 지구와 우주를 넘나드는 거대한 꿈속의 모험 끝에, 마침내 진정한 자신의 길을 발견하고 그를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을 결심하는 소년의 모습은 성인 독자들에게도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는 계기와 함께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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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