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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944)] 터키 과자

[책을 읽읍시다 (944)] 터키 과자

얀 볼커르스 저 | 금경숙 역 | 현대문학 | 152쪽 | 13,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1969년 발행 당시 숨김없는 정사 장면과 직설 화법으로 네덜란드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파격적인 베스트셀러 『터키 과자』. 빌럼 헤르만스, 하리 뮐리스, 헤라르트 레버와 함께 네덜란드 문단의 ‘위대한 네 문호’로 꼽히는 얀 볼커르스의 대표작으로 국내에는 처음 번역 소개된다. 『터키 과자』는 네덜란드 사회의 개방적인 성(性) 담론의 시발점이자, 네덜란드 현대문학의 근간이 되는 작품인 동시에 세계문학사에서 ‘네덜란드어로 쓰인 최고의 문학’ ‘20세기 성애(性愛) 문학의 고전’이라 평가받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 작품이다.


어느 허름한 작업실. 무명의 조각가는 떠나 버린 연인 올하를 생각하며 비참함과 분노로 허송세월한다. 영원한 사랑에 대한 미련, 그리고 올하와의 결별로 자신이 상실한 것들을 끊임없이 되새긴다. 파괴적으로 스스로를 방치하는 나날에 대해 서술하며 이야기가 시작되고 그와 올하 사이의 사건들을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보여 주면서 그들의 관계가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들려준다.


그는 히치하이크로 붉은 머리 아가씨 올하를 만났다. 두 사람은 한눈에 서로에게 반해 길섶에 차를 세우고 사랑을 나눈다. 그리고 다시 차를 타고 가던 중에 함께 웃느라 교통사고가 난다. 두 달이 못 되었을 때 그는 올하와 겨우 재회하고 서로 알아 가며, 같이 살기 시작하여 결혼에 이른다. 이들 사이를 훼방 놓는 올하의 어머니 그리고 계층 갈등이 있으나 사랑은 그들에 코웃음 치며 한껏 활개 친다. 미쳐 날뛰는 사랑의 한복판에서 올하는 돌연 그를 떠나고 둘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격한 방황을 겪는다.


『터키 과자』가 발표되었을 때 네덜란드 사회는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 소설 속 두 남녀가 보여 주는 에로스, 야생성, 육체성의 표현 수위가 사실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전후 네덜란드 문단에서도 유례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이 대중적인 호응을 얻은 것은 성에 대한 솔직한 묘사에 더해 전통적인 사회 분위기에 대한 반기라는 점도 한몫한다. 1950년대 네덜란드는 전후 경제사회 재건이라는 기치 아래 검소와 절제를 미덕으로 여기고, 엄격한 개신교 신앙을 고수하며, 부모의 영향력이 자식을 지배하는 가족 중심의 사회였다. 문학 역시 조화와 질서가 중요시되어 어떠한 실험이나 어긋남도 용납하지 않는 ‘지루한’ 시대였다. 그러나 ‘신비로운’ 1960년대에 접어들면서 이러한 가치들은 조롱당하고 전복되기 시작했다. 구시대에 반기를 든 젊은 작가들은 전후 재건 정신과 도덕관을 옛것으로 간주하며 인간의 다른 모습을 그려 내고자 했다. 그들에게 인간은 대의만을 위해서 행동하지 않으며, 늘 이성적이지도 않고, 종교적 엄숙함에 짓눌리지도 않는, 삶 그 자체의 역동성과 풍성함으로 가득한 존재였다.


그리고 볼커르스는 이들에게서 한발 더 나아가 온갖 형태의 위선을 타파하는 작품으로써 인간을 직시하려고 애썼는데 그가 주로 사용한 장치가 바로 성애이며 생생한 정사 장면은 볼커르스 문학의 전형이 되었다. 죽음, 관능, 죄의식 등 인간의 어두운 욕망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풀어낸 『터키 과자』는 이러한 특징이 극대화되어 나타난 소설이다. 그는 여기에서 억압적인 종교와 부르주아 도덕뿐만 아니라 사회주의 예술, 아울러 사랑의 허위마저도 벗어던지려고 한다. 어떤 드높고 고정불변인 사랑이 아니라 보다 땅에 가까운 사랑에 의미를 부여하여, 땀과 눈물과 환희와 질병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 사랑을 인간과 인간 삶의 어쩔 수 없는 요소로 바라보았다.



작가 얀 볼커르스 소개


저자 얀 볼커르스는 빌럼 헤르만스, 하리 뮐리스, 헤라르트 레버와 함께 네덜란드 문단의 ‘위대한 네 문호’로 꼽히는 얀 헨드릭 볼커르스는 죽음, 성性, 질병에 정면으로 맞서며 온갖 형태의 금기를 깨는 작품을 남긴 네덜란드의 작가이자 조각가 겸 화가이다.


그는 네덜란드 자위트홀란트 주 레이던 근교에 있는 우흐스트헤이스트에서 청과물 가게를 하는 부모의 열한 자녀 가운데 셋째로 태어났다. 엄격한 개신교 환경에서 유년을 보냈으며 레이던의 미술학교에 다녔다.


1961년 등단하여 2007년 작고하기까지 50편 이상의 작품을 정기적으로 발표했다. 자전적 소설인 『우흐스트헤이스트로 돌아가다』(1965)와 17개 언어로 번역된 『터키 과자』(1969)가 대표작으로 꼽히며 그의 작품 가운데 『터키 과자』를 비롯한 네 편이 영화로 제작됐다.


볼커르스는 특히 1960년대 네덜란드의 성 혁명을 대표하는 작가로 알려졌는데, 생생한 정사 장면은 그의 문학의 전형이 됨과 동시에 비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러한 성향이 가장 잘 나타난 작품이 『터키 과자』로, 흔히 네덜란드 사회의 개방적인 성 담론은 『터키 과자』 전후로 나뉜다고 이야기된다.


작품을 통해 스스로와 독자들을 전후 네덜란드 사회의 억압적인 분위기로부터 해방시켰다고 평가받는 그는 살아생전 콘스탄테인하위헌스상과 호프트상 등 자신에게 수여된 모든 문학상을 거부했다.


네덜란드에는 볼커르스의 이름을 딴 거리와 도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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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