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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98)] 인카세론


인카세론

저자
캐서린 피셔 지음
출판사
북폴리오 | 2012-01-0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살아 움직이는 감옥을 둘러싼 모험!영국의 인기 판타지 소설가 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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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98)] 인카세론

캐서린 피셔 저 | 김지원 역 | 북폴리오 | 496쪽 | 14,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소년이 있다. 과거에 대해 생각나는 거라곤, 온통 벽인 방에 갇혀 있다 구출돼 갱의 일원이 된 것뿐이다. 하지만 섬광처럼 번뜩이는 기억들이 말한다. 너는 감옥 안이 아니라 저 바깥, 넓은 세계에서 온 사람이라고. 여기는 인카세론. 카메라의 눈이 사방에서 24시간 감시하고, 누구도 내일의 생명을 보장받지 못하는 살아 움직이는 감옥이다.

 

인카세론을 완벽한 사회로 만들려 했던 실험은 철저히 실패로 돌아갔다. 이제 감옥은 괴물이 되어 제 뜻대로 움직이고 통치하며, 생명체를 만들어내고 또 말살시킨다. 아무도 드나들 수 없는 굳게 폐쇄된 곳이지만 단 한 명, 전설 속 영웅만은 탈출에 성공했다고들 말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소년에게서 그 영웅을 본다.

 

소녀가 있다. 소녀의 아버지는 인카세론 교도소장, 왕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최고의 권력자다. 사람들은 그녀가 모든 것을 가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화려한 옷과 성 안에 갇힌 그녀는 또 한 명의 죄수였다. 정략결혼이 눈앞으로 다가온 어느 날, 소녀는 진짜 왕자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한 의혹에 사로잡힌다. 중요한 단서는 단 하나, 비밀의 열쇠가 감옥 '인카세론'이라는 것.

 

소설 속에서 인카세론은 일체의 범죄가 없는 '완벽한 사회'를 꿈꾸며 지배층이 만들어 낸 야심찬 실험체다. 인간이 상상하는 완벽함은 결국 감옥의 동의어인지도 모른다. 인카세론 역시 최첨단 기술을 통해 설계되고 엄격한 규칙에 의해 통제됐지만, 머지않아 바벨탑이 그렇듯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다. 감옥은 인공 지능을 바탕으로 제멋대로 진화해 괴물로 변하고, 그 안에 사는 주민 혹은 수감자들은 갱이나 빈민으로 전락해 서로 죽고 죽인다.

 

한편 감옥 밖의 세상은 또 다른 통제 사회다. '인카세론'이라는 엄청난 발명품을 만들어 내고, 나이조차 먹을 필요가 없을 만큼 발달된 기술을 가졌지만 철저히 18세기의 옛 모습에 머물러 있다. 이것은 절대로 어겨서는 안 되는 규칙으로, 사람들은 그 시대의 복식과 언행에 갇혀 움직여야만 한다. 이들을 조종하고 억압하는 것은 강력한 왕권, 다른 이름으로는 무시무시한 공포의 힘이다. 문명은 곧 변혁을 부른다는 것을 모든 지배층은 알고 있으므로.

 

『인카세론』의 창조자 캐서린 피셔는 시와 소설 양 분야에서 많은 상을 수상한 베테랑 작가다. 감옥에 대한 이야기가 쓰고 싶었던 작가는 어느 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최첨단 감옥 '인카세론'을 떠올렸다고 한다. 그에 더해 모든 악덕을 비밀스러운 감옥 안에 몰아넣은 채, 인형의 집처럼 생기도 감동도 없이 살아가는 감옥 밖의 세계를. 두 세계는 물론 서로 다른 지옥의 축소판이다.

 

야심찬 출발만큼 소설의 완성도는 요즘 보기 드물게 뛰어나다. 두 가지 배경을 오가며 치밀하게 그려냈을 뿐 아니라, 결코 적지 않은 등장인물들 또한 한 명 한 명 살아 숨 쉬는 듯하다. 특히 주인공 핀과 클로디아의 캐릭터 구축은 이 소설의 압권. 각자 밑바닥과 최고 권력층이라는 극단적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소년과 소녀는 서로 다른 듯 닮았다. 평범한 십대들이 흔히 그렇듯, 넘치는 자부심과 무력감 사이를 오가지만 다른 인물들과 달리 자신이 속한 울타리 너머를 보고 행동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두 아이는 표백한 듯 생기가 사라진 세계에서 별처럼 빛난다.

 

 

작가 캐서린 피셔소개

 

영국 출생. 소설가이자 시인인 캐서린 피셔는 초등학교 선생님 및 고고학자로도 일한 경력이 있다. 1980년대부터 작품 활동을 했으며 시와 소설 양 분야에서 수많은 상을 수상했다. 특히 80년대 후반부터는 독특한 매력이 묻어나는 판타지 소설들을 주로 집필했는데, '오라클 3부작', '스노워커 3부작', 그리고 '인카세론 시리즈' 등이 대표적이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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