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체복무기간 징벌이 되어서는 안된다
[시사타임즈 = 김동진 시사타임즈 호남본사 대표]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기독교 유파의 교회에 다니는 젊은이들이 그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전쟁연습을 하는 군에 입대하기를 거부하고 감옥을 선택해 온지도 이미 50여년이 흘렀다. 그동안 숱한 병역대상자들이 종교적 이유로 군 입대를 하지 않고 교도소에서 1년6개월씩 징역살이를 했다. 기독교에는 수많은 파생교회가 있어 기득권을 가진 예장이나 기장 등에서는 신생교회를 이단으로 낙인찍어 크게 성장하는 것을 억제하고 있지만 인간의 양심까지 제어할 수는 없는 것이어서 상당한 규모를 자랑하는 교회들도 많다.
‘여호와의 증인’은 외국에서 발원하여 유입된 교회다. 예수를 믿는 본질에는 다름없는데 다른 기독교회에서는 모두 국민의 의무인 병역에 기꺼이 참여하고 있는데 유독 여호와 측에서만 병역을 거부한다. 똑같은 성경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교회와 해석을 달리하는 통에 벌어지는 일이다. “전쟁을 연습하지 말라”는 구절이 있어 군에 입대하면 총 쏘기를 해야 하는데 이는 성경말씀을 위반하는 것이어서 차라리 세상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감옥에 가는 것이다. 새파란 젊은이들이 1년6개월의 짧지 않은 수형생활을 하게 된 실상도 있겠지만 교도소 측에서는 이들을 환영한다. 대부분의 악질범죄자들만 판을 치는 소내에서 종교 때문에 들어온 이들만큼 ‘양심적’인 사람은 찾기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그들을 소내 보조로 쓰는 있을 것이다.
나는 신문칼럼을 통하여 이들의 대체복무 제도를 신설할 것을 제의한 바 있으나 헌재와 대법원에서도 이를 외면하는 판결을 계속해 왔으며 정부와 국회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 후 많은 세월이 흘러 인권문제가 제기되면서 하급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기 시작했다. 여론의 동향도 우호적으로 변했다. 다른 나라의 대체복무도 거들어줬다. 결국 헌재에서 양심적 병역 기피자에 대한 징역형은 위헌이라는 판결이 나왔으며 이에 따라 대법원까지도 무죄를 선고하기에 이르렀다. 국방당국은 이에 대처하여 2020년부터 시행하는 법률개정안을 내놨다. 현역 예비역 보충역 등으로 분류되는 병역종류에 ‘대체역’이 추가되어 이들을 교도소와 구치소 및 예하 지소에서 합숙하며 36개월 복무하게 한다는 내용이다. 분단 상황 등 안보현실과 병역기피 악용방지를 감안하여 현역병(18개월. 2021년 육군기준)의 2배로 복무기간을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이 결론을 도출하기 위하여 당국에서는 민간기관에
의뢰한 여론조사를 활용한다. 일반국민의 42.8% 현역병76.7%가 36개월이 적당하다는 답변을 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앞에서 말한 대로 나는 대체복무를 강력하게 주장한 선두주자의 한 사람이지만 이들을 향하여 ‘양심적’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는다. 양심이라는 말은 인간이 가진 최고 최선의 성품을 말한다.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 모든 국민이 수호하는 현행법을 어기고 병역을 거부하는 행위는 양심이기보다 ‘종교적’이다. 따라서 종교적이라는 용어로 대체해야만 다른 국민들의 정서에 부합된다. 군 당국에서도 이 점을 의식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양심의 자유를 이유로 한 병역거부자’로 고친다고 하는데 양심을 빼고 종교로 대체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다만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지나친 징벌을 줘서는 안 된다. 인권위가 권고한 1,5배 정도면 충분하다.
군 당국의 법 개정안은 겉으로 볼 때 매우 강력하고 징벌적인 복무기간을 내세워 국민을 현혹시키고 있지만 한편으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고 있지 않나 의심되는 대목이 나온다. 그것은 법률안에 교정시설 외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공 및 공익관련 시설도 대체기관으로 명시하고 있는 점이다. 제도정착 등 상황변화에 따라 의료 요양시설에서 환자나 노약자의 수발을 들어줄 수 있는 대체복무의 다양화 가능성을 비롯한 것이다. 이는 병역거부자에게 복무기관의 선택권까지 허용하겠다는 속셈의 표현이다. 대체복무자들이 너도나도 교정시설이 아닌 의료시설을 선택한다면 무슨 수로 당할 것인가. 이들에게 또 다른 특혜를 주는 빌미가 될 소지가 크다.
원칙이 한 번 무너지면 원칙이 아니다. 종교적 이유를 감안한 대체복무는 국민의 넓은 이해와 관용 속에서 이뤄진 합의다. 그들에게는 어느 누구도 개입해서는 안 되는 원칙이 적용되어야 하고 수십 년 동안 1년6개월의 징역을 감수하고 전과자로 등록되었던 쓰라린 과거를 가진 사람들이기에 국민의 마음을 잘 헤아릴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교정시설 이외의 다른 기관으로 여유를 갖는다는 것은 부정과 부패의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요즘 음주운전 처벌과 관련한 윤창호법, 산업안전 예방을 위한 김용균법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음에 박수를 보냈다. 음주운전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공공연히 이를 어기고, 산업현장의 위험성이 회사의 경비 절감책 때문에 도외시되는 현실을 비교적 직시한 법들이다. 전국에 걸친 유치원 관련 법안들이 아직 확정되지 않고 있어 학부모를 비롯한 전 국민의 관심이 고조된다.
병원과 응급실의 의료인 폭행과 119구급대원에 대한 마구잡이 욕설과 폭행은 문화국가의 품격을 떨어뜨린다. 법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법 조항이 없다고 이들을 방치해서야 쓰겠는가. 정부와 국회는 국민이 안심하고 살도록 할 책임이 있다.
글 : 김동진 시사타임즈 호남본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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