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설, 칼럼

[칼럼] 모든 유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고인의 뜻

[칼럼] 모든 유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고인의 뜻

 

 

▲이해석 만남의 교회 목사 (c)시사타임즈

[시사타임즈 = 이해석 목사] 부모가 유산을 많이 남겨 놓으면 남은 자식들 간에 재산을 둘러싸고 싸움질을 하는 꼬락서니를 하도 많이 봐온 터라 어지간한 다툼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 게 속이 편하다. 우리나라는 예전부터 장자 상속의 권한만을 인정하여 큰 아들이 모두 챙겨가는 것이 상식이었는데 다른 자식들에게 너무나 불리한 제도라고 해서 여러 차례에 걸쳐 고쳐진 것이 현행법이다. 과거에는 인정받지 못하던 딸에게도 아들과 똑같은 상속권을 인정하기에 이르렀고 이 때문에 고루한 문중에서는 아들과 딸 사이에도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얼마 전 대한항공의 경영권 승계를 놓고 한판 싸움이 벌어진 일은 이미 보도를 통해서 널리 알려진 바다. 이번에는 딸이 졌지만 다음 주총에서는 또 어떤 반전이 있을 것인지 자못 흥미롭다. 우리나라 재벌기업들이 창업세대는 이미 물러났고 제2세에서 이제는 제3세로 넘어갔다. 곧 제4세시대가 도래한다. 전문 경영인보다는 ‘가족 대물림’을 선호하는 오너들의 태도가 결국 여러 형제가 있는 경우에 필연적으로 재산다툼에 직면하게 된다. 한국의 재벌기업 쳐놓고 형제간 재산 싸움이 벌어지지 않은 곳이 거의 없을 정도니 창업자의 고귀한 뜻이 후세에겐 우이독경일까.

 

그런데 이번에는 대통령의 아들 둘이서 유산을 놓고 법적 다툼에 들어가 꼴불견을 연출하고 있다. 김대중의 아들이 셋인데 김홍일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둘째 홍업과 홍걸이가 유산을 사이에 둔 싸움이 붙은 것이다. 재벌처럼 어마어마한 재산은 아니지만 일반 서민들이 볼 때에는 그들이 다투는 재산만 가지면 몇 대를 잘 먹고 살 수 있는 처지가 된다. 보도에 따르면 동교동 사저가 감정가액으로 32억 그리고 DJ가 노벨평화상 상금으로 받은 돈 중에서 8억이 남아있다. 원래 김대중은 상금을 사회에 환원한다고 발표했는데 생전에 이를 이행하지 않고 어물쩡 넘어가 유산이 된 모양새다. 이 재산들이 DJ 사후 미망인 이희호가 상속했던 것을 그마져 사망했기 때문에 이제는 두 아들의 차지가 된 셈이다. 그런데 남의 집 가정사를 말하는 것이 별로 내키지 않지만 이미 세상에서 다 알고 있는 일이어서 밝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홍업과 홍걸은 이복형제라는 사실이다. DJ의 전처 차용애를 생모로 둔 홍업과 후처 이희호가 친모인 홍걸은 친부 친모가 모두 사망한 후에는 민법상으로 남남이 되는 셈이다. 이번 다툼은 이희호의 유일한 상속권자인 홍걸이가 사저와 현금을 모두 자기 앞으로 가져간 데서 시작한다.

 

이 재산에 대해서 이희호는 생전에 홍일 홍업 홍걸 세 아들을 불러놓고 “사저와 상금은 김대중대통령 기념사업을 하는데 활용하고 그 과정에서 나오는 금전은 세 형제가 나누라”고 유언을 했으며 이에 대해서 모두 찬성하고 서명날인까지 해놨다는 것이 홍업의 주장이다. 그러나 홍걸은 공증을 하지 않은 서류이기 때문에 고인의 뜻이 명확하지 않고 절차상 법적 효력도 없다고 말한다. 홍업은 사저가 홍걸의 명의로 넘어가 언제 처분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법원에 ‘부동산 처분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이가 받아드려졌다. 홍걸이도 이에 대해서 ‘가처분 이의신청서’를 제출하여 법적 다툼은 점입가경이다. 김홍걸 측에서는 사저사용과 관련하여 “법적 상속인이라 명의만 바꿔 놓은 것이고 서울시와 협의하여 기념관으로 만들고자 한다.”고 말하고 있다. 어차피 대통령 기념관으로 만들고자 했다면 형과 상의하여 상속세도 필요 없는 법인체로 만드는 것이 상식일 텐데 뭔가 잔뜩 꼬인 것 같은 느낌을 피하기 어렵다. DJ 생전에 상금을 사회에 환원했어야 할 것을 미적대다가 결국 자식들의 재산 싸움으로 비화한 것은 참으로 불행한 결과다.

 

우리가 남의 집 얘기를 사회 저상에 올려놓을 수밖에 없는 것은 그 재산의 주인이 원래 DJ이고 그는 지금도 우리나라 정치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전직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돈과 관련한 수많은 일화들이 쫓아다니며 사후에도 자식들이 그 치부를 잇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한국의 대통령을 역임한 10여 명 중에서 실권이 없었던 윤보선과 최규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하나도 빠짐없이 부정과 부패의 사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결국 그들의 처신이 돈과 관련해서는 어리벙벙했기 때문이다. 명예와 부를 동시에 거머쥐었던 대통령이 뭐가 아쉬워 알량한 재산을 자식들에게 물려줄 생각을 하는가. 보무도 당당하게 사회와 국민에게 돌려줘야만 만세에 뚜렷한 방명(芳名)을 남기는 게 아닐까. 자식들도 그렇다. 홍업이도 전직 국회의원의 명예를 가지고 있으며 현재 김대중 평화센터 이사장이다. 홍걸이는 민화협 회장을 거쳐 이번에 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되었다. 홍일이까지 친다면 아버지와 삼형제가 국회의원을 역임한 집은 아마 그들뿐일 것이다. 더 이상 추태를 보이는 것은 국민의 가슴을 후벼 파는 일이다. 코로나로 잔뜩 움츠러든 국민에게 용기는 못줄망정 형제간 재산싸움을 그치고 모든 유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고인의 뜻 것이다.

 

글 : 이해석 만남의 교회 목사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

 



이해석 목사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