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선별등재제도 유감 - 보험약가관리제도의 보완정책 연구 개시를 소망한다
[시사타임즈 =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상근이사] 일반적으로 국가는 의약품의 수요를 감소시키기 위하여 약가관리제도를 규제정책으로 시행하게 된다. 일례로서 보험급여의약품을 보험비급여의약품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이에 해당된다. 이러한 규제정책으로서 선별등재제도 또는 포괄등재제도를 시행하거나 처방의약품의 일정부분이나 고정비용을 환자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포괄등재제도는 모든 허가 의약품이 시판 이전에 일단 보험등재 여부를 보험자에게 결정 받아야 한다.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모든 의약품을 급여의약품으로 우선 보험등재하고 보험 상환이 필요 없는 항목을 제외하고 있다.
이에 반해서 선별등재제도는 의약품의 경제적 가치(비용-효과성)와 임상적 가치(안전성, 유효성)를 주요 판단기준으로 비용-효과적인 의약품만 선별하여 보험급여 등재하는 방식이다. 도입취지는 환자들에 대한 합리적인 처방을 유도하고 보험재정을 건실화 하며 유통질서 확립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은 약제비관리방안 연구를 통해서 “소비자인 환자들의 후생을 증대시키기 때문에 제약업계의 적응 능력, 정치적 타당성, 통상 압력, 소비자의 불편 혹은 선택폭의 축소 등을 빌미로 우리나라의 선별등재제도의 도입을 늦추거나 무시한다면 그만큼 국민의 사회적인 부담이 늘어나게 되어 건강보험제도의 효율성은 떨어지게 될 것이다.”라고 약제비 사용의 정당성에 대해서 보고한바 있다.
그러나 필자는 20년 전에 포괄등재제도에서 선별등재제도로 전환하는 목적이 약제비 절감 필요성의 위기감 때문이라는 정부 발표에 이견을 제시한바 있다.
첫째, 단순한 보험진료비에서 차지하는 약제비 비중의 국제비교는 문제가 있었다는 점이다. 처방약제비의 비중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고 외국과 비교할 때 크게 높지 않았다. OECD 국가에 비해서 다소 높게 나온 것은 국민의료비가 OECD 국가에 비하여 낮았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보험 비급여 약제비의 비중이 우리나라가 OECD 국가들에 비하여 높다는 것이었다. 이는 한방의약품이 보험비 급여에 포함되어 있었고 의료소모품 등이 OECD 평균에 비하여 높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였다. 보험진료비에서 약제비 비중이 높았던 이유는 노인인구의 약제비 비중과 약제비 가운데 조제료의 비중이 높았고 만성질환자의 증가로 인한 사용량 증가와 해외도입 신약 등의 처방에 따른 고가 의약품의 사용이 증가했기 때문이었다.
둘째, 우리나라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핵심은 직접적인 수단을 동원한 약가규제 수단이었다는 점이다. 선별등재제도는 경제학적인 측면에서 살펴 볼 때 가장 강력한 규제 수단의 하나다. 신약개발기업의 연구개발 비용 회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시장의 선별기능을 도외시하게 되는 비효율도 발생 하였다. 궁극적으로 선별등재제도는 약제비 절감 효과와는 연관성이 없다. 선별등재제도는 각 국가의료보장제도와 결부되어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선별등재제도에 대한 실증적인 효과를 입증하기도 어렵다. 이는 총 약제비의 지출이 가격과 소비량의 함수라는 사실을 확인 해 주고 있으며 약가규제를 실시하는 나라에서 약제비 지출은 약가와 약 소비량의 곱으로 결정될 뿐만 아니라 환자의 요구, 의사의 처방 행태, 그리고 의료보험의 급여 규정 등이 복잡하게 얽혀서 약 소비량이 결정되기 때문이었다.
각설하고, 유럽의 강력한 국가 주도의 약가규제정책 지지자들이 흔히 인용하는 통계수치는 유럽의 일인당 약제비 소비가 미국보다 낮다는 점이었다. 즉, 약가규제 정책에 따른 의약품의 저소비가 비용절감을 가져 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혁신 신약의 개발과 사용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가치를 총체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오직 약가라는 관점에서만 접근한 매우 편협한 논리였다. 강력한 국가주도형 약가규제로 인해서 유럽 제약기업의 본사는 미국으로 대거 이전했고, 의약품개발에 관련된 고부가가치 일자리의 상실로 이어졌다. 미국보다 일인당 약제비 소비가 훨씬 낮은 독일의 경우도 철저한 국가 주도 약가통제로 인해서 약제비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지만 여타 기회비용 손실이 더 컸다는 점이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결론적으로 보험약가관리정책 수립 시 보건정책과 산업정책의 양면에서 정책적인 형평성이 충분하게 고려되지 못한 상황에서 도입된 우리나라의 선별등재제도에 대해서는 유감을 나타낼 수밖에 없지만 지금이라도 더 늦기전에 신약개발 선진국과 의약품정책, 보건의료체계, 총 의료비 규모 등이 상이한 우리나라의 혁신 신약개발에 대한 유인 정책 확대와 더불어 글로벌 바이오헬스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보험약가관리제도의 보완정책 연구가 속히 개시되기를 소망한다.
글 :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상근이사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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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상근이사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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