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나라 통일의 원동력은 한신의 용기였다
[시사타임즈 = 김진규 전북지부 국장] 치열했던 선거열풍이 잠들었다. 당선자와 낙선자의 희비쌍곡선은 비록 당사자에 국한하지 않고 가족과 지인 그리고 소속정당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더 거창하게 표현하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 이번 선거도 그러한 Catchphrase 를 내걸고 치열하게 싸웠다. 과거의 선거전도 그랬겠지만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더 유난했다고 본다. 그것은 문재인 정권에서 한솥밥을 먹던 윤석열을 향한 민주당의 증오가 극심했기 때문이다. 누구나 아는 문제지만 법무부장관에 조국을 임명할 때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이 이를 반대하고 나오면서 문제는 터졌던 것이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석열의 강인하고 꼿꼿한 자세는 국민들의 마음을 휘어잡는 신선함을 주었고 그를 내치려는 문재인은 추미애를 불러들여 별별 수단을 다 썼으나 오히려 국민의 반감만 샀을 뿐이다. 결국 윤석열은 물러나면서 국민의 큰 호응을 받으며 국민의 힘에 영입되어 이재명을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했던 것이다.
이번 선거는 그에 대한 중간평가였으며 윤석열은 이재명에게 대패의 치욕을 안았다. 선거결과에 대한 수많은 논평이 이뤄지고 있지만 야당의 정권심판이라는 공세를 효과적으로 막아낼 묘수를 찾지 못하고 패퇴했다. 겨우 개헌저지선을 확보했다고 자위할 수도 없다. 108석에 불과한 여당은 야당 연합세력의 공세가 치열해지면서 언제든지 배신자가 속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치사상 결정적일 때 배신자가 나왔던 사례가 열 손가락도 모자랄 만큼 많다는 사실을 안다. 더구나 조국이 가지고 있는 12석은 사실상 민주당이라고 봐도 틀림없다. 이준석의 개혁신당 3석은 윤석열이라면 치를 떤다. 여당이면서 여당 노릇하기는 애시당초 글렀다. 지금 대부분의 정치평론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여야 협치를 주장한다. 옳은 말이지만 구체성이 없다. 협치(協治)는 정치의 기본이지만 막연해서는 이도저도 안 된다.
아직 새 국회가 문을 열지 않았지만 거대야당으로 등장한 민주당은 내부적으로 온갖 정치일정을 검토하고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이재명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의 입을 통하여 여야 영수회담이 거론된다. 심지어 조국조차 대통령과의 회동을 희망한다고 한다. 과거 대통령들은 제일야당의 총재나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하여 만찬을 베풀며 야당의 고충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았던 사례가 많다. 3김이 각각 야당의 대표일 때는 네 사람이 회동한 적도 있다. 선거가 있기 전 이재명이 대통령과의 회동을 제안한 일이 있지만 대통령실의 거부로 성사되지 못했다. 이번에는 다르다. 과거의 이재명은 온갖 범죄혐의로 재판을 받는 피의자로 치부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바뀌었다. 국민의 뜻으로 현 정권을 심판하는 첨병으로 뽑혔다. 조국이야 2심에서 징역2년의 형을 받은 사람이지만 이재명은 이제 국민의 사면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수많은 혐의를 국민은 잘 알면서도 그를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최종판결은 아직도 미지수로 대법원까지 지속되어 갈 것으로 이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은 하루라도 빨리 이재명을 만나 나라를 위해서 어떻게 정치를 풀어나갈 수 있는지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새 국회가 열리면 무소불위의 입법권을 단독으로 행사할 수 있는 민주당의 대표자를 현실적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게 된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과감하고 전격적으로 국정쇄신의 틀을 야당과 공유하는 것이 득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사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김대중은 평생 대립관계에 있던 김종필을 총리에 지명하고 그에게 6석의 장관 임명권을 줬다. 대통령이 되기 위한 기본약속의 이행이었다. 윤석열은 아직 3년의 임기가 남았다. 멋지고 훌륭한 대통령이 되려면 이번에 이재명을 만나 행정수반(行政手盤)을 제안하는 게 어떤가. 장관 자리도 할애하는 용기를 보여야 한다. 동네 망나니들의 사타구니 밑을 기었던 한신(韓信)의 용기는 한나라 통일의 원동력이었음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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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규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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