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설, 칼럼

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76)

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76)

아라비안나이트의 본향 사마르칸트

 

 

[시사타임즈 =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사마르칸트에 다가가면서 이 사막 한가운데 아무다리야강과 시르다리야강 두 개의 강을 품은 오아시스의 신비로운 기운이 느껴진다. 중앙아시아의 실크로드 가운데 여행자들에게 가장 팜므파탈의 매력으로 유혹하는 도시는 예나 지금이나 사마르칸트이다. 이 도시의 지배자는 수없이 바뀌었다. 이 도시는 여행자뿐만 아니라 세상을 제패하려는 야심 찬 왕들에게도 매혹적인 도시였으니까!

 

▲사진제공 =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c)시사타임즈

 

식당을 못 만나서 한참을 배고픈 상태로 달리다 솜사를 만드는 식당을 만났다. 솜사는 화덕에 굽는 일종의 군만두이다. 고기와 양파를 다져서 만든 것으로 웬만한 더블치즈버거보다도 크기가 커서 1개만 먹어도 한끼 식사로 충분하지만 나는 보통 2개를 먹는다. 화덕에서는 싹사울나무 타는 냄새가 구수하다. 우리나라에서 참나무 숯불에 고기를 구워 먹듯 이 사람들은 꼭 싹사울나무에 사슬릭을 구워 먹고 솜사도 이 나무로 화덕에 굽는다. 탄드루라 부르는 화덕은 김장 항아리보다도 큰 황토로 만들었다. 거친 땅에서도 수분을 빨아들이기 위해 뿌리를 자기 키보다도 깊이 땅으로 수맥을 찾아 파고들며 자라는 로뎀나무를 중앙아시아에서는 싹사울나무라 부른다.

 

오늘도 지나가는데 한 사람이 다가와 유창한 한국어로 인사를 건넨다. 훤칠한 키에 호감 가는 미소 띈 얼굴이다. 나도 반가워서 “안녕하세요. 그런데 한국어가 굉장히 유창하시네요.” 하고 인사를 하니 “전라도 광주에서 6년이나 살았어요.” “그러면 전라도 사투리도 할 줄 아세요?” “아! 나가 광주에서 6년을 살았당께!” 해서 빵 떠지고 말았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어린아이들과 심지어 어른에게도 이 도시는 흥미로운 곳이었다. 바로 이 도시가 아라비안나이트의 이야기가 시작된 도시이다. 이야기는 단지 흥미를 유발시킬 뿐 아니라 상상력을 자극하고 위로를 주기도 하며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문화상품이다. 그리고 세상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이야기는 소설이 되고 영화가 되고 드라마가 되고 연극이 되며 오페라가 되고 음악이 되며 만화가 된다. 오늘날 잘 만든 만화 캐릭터 하나가 공장 수백 수천 개에서 생산된 물건의 값어치보다도 높다는 것은 설명할 필요도 없다.

 

▲사진제공 =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c)시사타임즈

 

일찍이 영국은 셰익스피어를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셰익스피어의 소설은 아직도 영화로 연극으로 오페라로 만들어져 끊임없이 관객을 끌어들이고 관광 상품으로 여행객을 불러 모으고 있으며 수많은 문학도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에게 영감과 즐거움을 주고 있다. 내가 지나온 독일은 동화가도를 만들어 관광객을 유혹하며 디즈니사는 이야기를 상품화하여 거대한 부를 축적하였다.

 

위대한 구법승 현장은 북쪽의 실크로드를 따라 타슈켄트와 사마르칸트로 와서 이곳에서 다시 카슈미르로 가 인도를 순례한 다음 남쪽 실크로드를 타고 중국으로 가 유명한 서역에서 불경을 구한 ‘대당서역기’를 남겼다. 이 글은 중국인들을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사람들에게 서역이라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상상과 영감을 불러일으켜 그를 주인공으로 하는 수많은 구전설화를 만들어내는 모태가 되었다. 서유기는 현장의 구법 여행이라는 사실에 수많은 사람의 상상력을 덧입고 문학적 허구를 더해서 인류문화유산으로 남은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도시에 들어와 이 무한한 문화적, 관광 상품적 가치가 있는 아라비안나이트의 흔적이 없는 것에 곧 실망하고 말았다. 내가 찾아낸 곳이라곤 기껏해야 ‘알리바바’란 간판을 내건 식당이 전부였다. ‘아라비안나이트’가 바그다드의 전유물이 되도록 사마르칸트시 당국은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 ‘겨울연가’로 유명해진 남이섬에도 그렇게 관광객이 몰리는 것을 생각하면 사마르칸트시 당국에 조언을 해주고 싶은 심정이다.

 

▲사진제공 =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c)시사타임즈

 

천일의 밤하고도 하룻밤 더 계속되는 이야기 아라비안나이트가 있어서 내게 사마르칸트는 특별한 도시다. 이 이야기보따리 속에는 온갖 전설과 우화, 모험담, 전쟁영웅들의 전략과 술수, 사랑 이야기들이 다 들어 있다. 온 세상 어린이에게 꿈과 무한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아라비안나이트는 아랍과 페르시아와 중앙아시아, 그리고 중국에 떠돌아다니는 이야기를 누군가가 집대성해서 만든 이야기이다.

 

아라비안나이트의 시작은 이렇게 한다. “옛날 페르시아에 사산이라는 이름의 왕조가 있었다. 이 왕조의 술탄인 형 샤흐라야드는 군주로서는 드물게 형제간에 우애가 넘쳐 동생에게 왕국을 하사했다.” 바로 그 왕국의 도성이 자리 잡은 곳이 바로 사마르칸트이다. 이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시작되는 사마르칸트에 들어서는 순간 동화 속에 들어온 듯 흥미진진하게 내 감각들이 열린다.

 

마법의 양탄자를 타고 하늘을 맘껏 날아다니는 알라딘의 요술램프 이야기, 동방으로의 항해를 떠나는 신드바드의 모험, ‘열려라. 참깨’라는 주문에 사로잡히게 했던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 어부와 악마의 이야기, 짐꾼과 바그다드의 세 처녀 이야기 등은 어린 나를 환상의 세계로 이끌 곤 했다. 그 시절 내 마음에도 그런 모험이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다락방은 내게 온 세상이었고, 기르던 개가 말이어서 올라타기도 했고, 좁은 마당이 사막이었고 수돗가가 오아시스였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이국의 신비한 기운을 사막의 신기루처럼 아련히 좇았다. 나는 담요 위에 올라가 무던히도 하늘을 날려고 퍼덕거렸고, 세숫대야에 올라타고도 망망대해를 항해해서 원숭이 섬에 다다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언제나 세 가지 소원은 말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다녔었다. 나는 지금도 자동문 앞에 서면 습관처럼 ‘열려라. 참깨’를 중얼거린다. 내게 언젠가 한 번은 참배해야 하는 이야기의 메카가 바로 사마르칸트였다.

 

페르시아의 사산 왕조의 술탄 샤흐라야드는 젊었지만 어질고 지혜로웠다. 그는 어느 날 사냥에 나갔다가 들어오다가 왕비가 흑인 노예와 희롱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격분하여 그 자리에서 두 사람을 살해해 버렸다. 그 일이 있고 난 뒤부터 여자를 믿지 못하게 된 왕은 새로 법을 만들어 미인을 하룻밤에 하나씩 아내로 맞아들여 동참하고 그다음 날 아침이면 사형에 처하기로 정했다. 전대미문의 이 법은 딸을 가지고 있는 부모들을 공포에 떨게 하였고 짐을 싸 들고 온 가족이 국외로 야반도주 사람도 생겼다.

 

이때 자진해서 술탄에게 시집가겠다고 나선 용감한 아가씨가 있었으니 대재상의 딸 셰헤라자드이다. 셰헤라자드는 동생 둔야자드를 불러서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궁에 들어갔다. 그날 밤 세헤라자드는 술탄에게 동생과 마지막 작별인사를 나누고자 하니 만나게 해달라고 눈물로 애원하여 동생을 궁으로 불러들였다. 둔야자드는 언니와 계획한 대로 술탄과 언니의 침실에 들어 언니가 옛날 전설과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알고 있으니 죽기 전에 제일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언니에게 부탁하는 것이었다.

 

▲사진제공 =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c)시사타임즈

 

술탄은 그만 호기심이 생겨서 둔야자드의 소원을 받아들였다. 그리하여 셰헤라자드의 아라비안나이트는 시작했다. 이슬람에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많은 주옥같은 문학작품들이 많지만 일반적으로 이슬람 문학을 말할 때 제일 먼저 언급되는 것이 아라비안나이트이다. 이 이야기가 영어로 번역되면서 '아라비안나이트'란 이름으로 알려졌다. 첫 이야기는 아래와 같이 시작된다.

 

“어느 부유한 상인이 장사 일로 멀리 여행을 나갔는데, 일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더운 사막 속에서 야자나무 그늘을 발견하고 거기에 앉아서 나귀에 매단 가죽 부대 속에서 대추 열매를 꺼내서 먹으면서 그 씨를 주위에 뱉어 버렸다. 그랬더니 갑자기 눈앞에 커다란 마귀가 나타나 상인을 죽이려고 했다. 놀란 상인에게 마귀는 "네가 뱉은 대추 씨가 지나가던 내 아들의 눈에 들어가 그 때문에 아들은 죽어 버렸다. 너는 내 아들의 원수다"고 달려들었다. 상인은 모르고 한 일이니까 용서해 달라고 빌며 애원했으나 마귀는 들어주지 않고 상인의 목을 잡아 커다란 칼을 휘둘렀다······.

 

셰헤라자드가 여기까지 이야기했을 때 훤하게 날이 밝아 오고 있었다. 술탄은 이야기를 계속 듣고 싶어서 셰헤라자드를 하룻밤 더 살려 두기로 했다. 다음 날 아침 대재상은 딸을 잃었을 슬픔에 싸여 궁중에 들어와 보니, 왕은 대단히 명랑하고 기분이 좋아 보여 어찌 사람을 죽이고도 저렇게 유쾌할 수 있는지 정이 다 떨어졌다.

 

그날 밤도 둔야자드의 재촉을 받아 셰헤라자드는 다음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리고 또 이야기 도중에 날이 밝고, 왕은 다음 이야기를 계속 듣고 싶어서 또 하루 더 세헤라자드의 사형을 연기했다. 이렇게 셰헤라자드는 밤마다 이야기를 계속했다. 세 개의 능금 이야기, 꼽추 이야기……. 등, 셰헤라자드의 이야기는 다음에서 또 다음으로 끝없이 이어지게 되었다.

 

그리하여 25일째 밤의 이야기가 끝나자 어느덧 이야기에 푹 빠진 술탄은 사형을 30일 연장하고, 55일째 밤에 이야기했을 때는 다시 50일 연장했다. 셰헤라자드의 이야기는 1천일 일째의 밤에 이르러 술탄 샤흐라야드는 그녀의 재능과 지식과 언변에 감탄하여 한 여자로 인한 잘못된 편견을 뉘우치고 그 악법을 폐지하여 셰헤라자드를 왕비로 맞아들이고 선정을 베풀어 왕국은 오래오래 번영했다는 것이다.

 

▲사진제공 =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c)시사타임즈

 

그러고 보니 이야기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엄청남 힘을 가지기도 했다. 땅 위의 모든 여자를 미워하고 저주하던 강퍅한 술탄 샤흐라야드도 셰헤라자드의 이야기에 빠져들어 결국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녀뿐만 아니라 그의 백성 모두를 사랑하여 나라 전체에 평화가 깃들어 태평성대를 누렸다는 것이다. 이야기는 희망을 잃은 사람에게 희망을 주기도 하고 좌절한 사람을 다시 일으키는 힘을 주기도 하고 평화를 소원하는 곳에 평화를 부르는 세레나데가 되기도 한다.

 

나의 ‘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가 그런 역할을 조금이라도 했으면 싶다. 나는 유라시아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날 것 그대로 흥미진진하게 듣고 또 사람들에게 전하면서 어느덧 7개월 넘게 달리고 있다. 어릴 때 나는 늘 세 가지 소원을 말할 준비를 하고 다녔지만 결코 그것을 말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내게 세 가지 소원은 늘 바뀌었지만 이제야 그것을 말할 기회가 생겼다. 통일의 문 ‘열려라 참깨’ 평화의 문 ‘열려라 참깨’ 사드는 ‘가거라 참깨’ 핵무기와 온갖 전쟁무기도 ‘가거라 참깨’

 

글 :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