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정기공연시리즈’ 여섯 번째 이야기 10월 공연
<앵화원> <체홉적 상상> <빨간 목도리> <아기장수클럽> 등
[시사타임즈 = 이지아 기자] 2013년 10월, 참으로 복잡하고 모호한 시대가 흘러가고 있다. 그 안에 살고 있는 우리는 자신이 과연 어떤 존재인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어떤 관계 속에 놓여있는지 도통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복잡하고 모호한 것들을 명쾌하게 밝혀 줄 스위치가 있다면 우리의 삶이 조금은 괜찮아질 수 있을까?
다행히 사람들에겐 힘들 때마다 각자 나름의 방법으로 삶의 스위치를 켤 수 있는 지혜가 잠재되어 있다. 바로 그 스위치를 켬과 동시에 우리는 비로소 시공간을 넘나들며 어느 장면을 기억하고 때론 상상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사람들 저마다의 소중한 기억과 자유로운 상상은 지금 당장의 현실을 벗어나 세상을 관망하게 되는 계기이며, 삶의 여유가 되어준다.
청년 복합문화공간 ‘가톨릭청년회관 다리’의 대표적인 극장 공연 프로젝트 <다리정기공연시리즈>가 2013년 가을, 여섯 번째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건넨다.
문의 : 020-8668-5796
turn on 1 <앵화원> 10월5~13일
연극 <앵화원> 은 1930년 12월 서구극이었던 안톤체홉의 희극 작품인 ‘벚나무 동산’ 을 한국 최초로 상연화 시키는 역사적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과거의 한 시대를 공연 창작인으로서 살다간 선구자적 인물들의 업적을 회고하며 재조명하는 일은 현 시대를 살아가는 창작인으로 되새겨야 할 기본이라 생각한다.
또한 일제치하 당시 이들이 연극공연을 통해 고취시키고자 했던 국민의식은 연극이 지닌 기능적 가치가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그 본질적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이에 현 시대의 창작자로서 고증에 대한 책임을 느끼고 선구적 인물들이 작품 속 인물들을 무대 위에서 부활시켰듯 이제 그들을 무대 위에서 부활시키려 한다.
turn on 2 <체홉적 상상> 10월16~19일
우리의 극은 체홉의 원작 ‘갈매기’ 그 후의 이야기이며, 생략된 이야기의 구체화라 할 수 있다. 원작 ‘갈매기’ 에 숨겨진, 정말로 알고 싶은 이야기들을 ‘물 밑 흐름’ 속에서 끄집어 내고 싶다. 감춰져 있던 그들의 진짜 욕망... 서로에 대한 이해불능으로 빚어지는 갈등, 그리고 치유할 수 없는 아픔과 고독, 등장인물들에게 끊임없이 되묻게 되는 뜨레쁠레프에 대한 과거기억은 박제되어 버린 죽은 시간이 아닌 그들의 ‘지금’ 을 생생하게 관통하고 있다.
그가 진정 원했던 새로운 예술은 무엇이었을까? 뜨레쁠레프의 죽음으로 과연 무엇이 달라졌을까? 극은 과연 이 젊은 예술가를 죽음에 이르게 한 요인이 무엇인가를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살아남은 인간들의 이기심과 타인에 대한 무관심, 서로의 입장차이와 그로 인한 끝없는 갈등을 그려내고자 한다. 이를 통해 결국은 소통이 부재된 인간의 근원적 고독과 아픔을 말하고 싶다.
turn on 3 <빨간 목도리> 10월20~21일
위안부 문제는 일본에게 사죄를 받아야 하는 문제임이 분명하지만, 그들을 보호해 주지 못한 이 나라와 이 나라의 기득권 층 역시 책임져야 하는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가장 정서적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을 이해할 수 있는 시니어 여성들의 몸짓을 통해 그들의 슬픈 과거와 아픔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했다.
징용자 명단에 올라 있는 오빠 대신 할머니에 의해 위안부로 보내진 혜선은 15살 어린 나이다. 혜선을 보낼 수 밖에 없는 혜선의 엄마는 결국 정신을 놓아버리고,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언니 혜주는 할머니를 증오하게 된다. 해방이 되고 집으로 돌아오던 혜선은 첫사랑 경수와 포옹하는 언니를 목격하고 발길을 돌린다. 세월은 흐르고 혜선은 정신대 할머니들의 집에서 조용히 눈을 감는데….
turn on 4 <아기장수클럽> 10월23~27일
이 작품은 ‘아기장수설화’ 를 배경으로 한 시극이다. 신체의 활용과 사물의 변용, 인형과 무대의 파격적인 활용, 즉흥적인 요소를 안고 있는 배우들의 감각적인 움직임, 라이브 음악과 나레이션 등을 통해 관객들로부터 관람에 그치지 않는 새로운 의미에서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임의적으로나마 공동체의식을 가지도록 구성하고 있다. 또한 구전설화를 시적으로 재구성하여 오늘의 현실적 이야기와 상상속의 동화와도 같은 여러 개의 에피소드가 서로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조화를 이루어낸다.
아기장수는 마음 가장 깊숙한 곳에 숨겨둔 ‘나’ 의 참모습이다. 아니 아직도 꿈틀거리며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참얼굴이다. 낡은 책상서랍 속에 숨겨 두었던 구슬 하나를 꺼내어 들 듯, 이 공연은 관객과 함께 ‘기억할 수 없는 추억과 자각하지 못하던 현재’를 여행한다. 그리고 질문한다. 당신은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이지아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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