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아드 저 | 김명식 역 | 울림사 | 272쪽 | 11,000원
[시사타임즈 = 한민우 기자] '명예살인'이란 아랍권 국가에서는 간통혐의가 있는 여동생, 누나, 아내를 죽인 남자들의 처벌을 면제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이 책은 이러한 명예살인의 대상이었던 한 여성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처참한 친족 사형의 현장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한 여성이 여성인권 말살의 현실을 고발하는 충격적인 다큐멘터리다.
이 책의 무대는 이스라엘 점령지인 웨스트 뱅크, 즉 요단강 서안 지역이다. 중농의 딸로 태어난 수아드는 여성 멸시와 학대의 전통 속에서 자라 17세가 되었을 때 이웃 청년과 사랑에 빠져 임신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 남자가 행방을 감추고 수아드의 배가 불러오자 그녀의 부모와 형부는 ‘가문의 수치’라며 집 안마당에서 수아드의 몸에 석유를 붓고 불을 붙인다.
불붙은 몸으로 도망하다가 거리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고 목숨이 다하기를 기다리는 상황 속에서 수아드는 사내아이를 조산하게 된다. 이때 마침 이 병원에 들렀던 국제여성인권단체의 활동가가 그녀를 극적으로 구출해 아기와 함께 유럽으로 후송한다. 아기를 입양시킨 수아드는 전신 피부이식수술을 받지만 얼굴과 신체의 대부분을 덮은 화상은 지워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육체에 쌓인 순수한 수아드의 마음을 사랑하는 이탈리아인 남자를 만나 그녀는 가정을 이루고 예쁜 두 딸까지 낳아 행복한 제2의 인생을 살게 된다. 유럽에 와서 입양시킨 아들도 나중에 이 가정에 합류한다. 그러나 자기를 없애려 한 가족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좀체 가시지 않는다.
이 책은 그의 굴곡진 인생사를 고스란히 담아내어 충격과 감동을 전해준다.
작가 수아드 소개
전 세계의 학대받는 여성들, 특히 죄악에 가까운 인습으로 인해 온갖 고통을 겪고 죽음에까지도 내몰리는 이들을 돕기 위해 활동하는 ‘쉬르기르협회’와 관련을 맺고 있다.
한민우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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