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독서왕’ 김유나 학생…11개월 동안 책 304권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독서량으로 경쟁할 필요는 없지만 남들보다 게임 점수가 낮은 것은 신경 쓰면서 남들보다 책 한 권 덜 읽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들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애니팡 게임 대신 11개월 동안 책 304권. 매일 1권 정도씩 책을 읽은 셈이다. 올해 건국대 ‘다독왕’으로 선정된 김유나(22·지리학과 4) 학생이 그 주인공이다.
건국대는 26일 상허기념도서관이 가을 문화행사의 일환으로 올해 가장 많은 책을 대출해 읽은 학생을 선발한 결과, 지난 11개월간 304권을 대출한 김씨를 ‘다독왕’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건국대 학부생과 대학원생, 교수와 직원을 모두 합쳐 올해 상허기념도서관 최다 도서대출을 기록했다.
독서광인 김씨는 특히 심리학 관련 책과 심리소설, 자기계발서 등을 주로 대출해 읽었다. 김씨가 대학 1학년 때부터 4학년까지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은 총 1,314권. 한 해 평균 328권을 읽은 셈이다. 1학년 때는 177권, 2학년 때는 362권을 대출했다. 3학년 때는 471권이나 빌렸다.
건국대 상허기념도서관 관계자는 “책 목록이 너무 많아 우리도 놀랐다”고 말했다. 일본 작가 에쿠니 가오리의 ‘소란한 보통날’, 기시 유스케의 ‘크림슨의 미궁’, 백영옥의 ‘스타일’, 김민서의 ‘나의 블랙 미니드레스’, 이지성의 ‘리딩으로 리드하라’ 등도 그가 대출한 도서들이다.
김씨는 “소설은 나의 현실이 아닌 누군가의 현실이고, 그 현실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소설을 읽는 이유”라며 “현실에서는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는 여학생이지만 소설 속에서는 아들을 가진 어머니가 될 수도 있고, 딸을 잃고 복수심에 불타는 아버지, 짝사랑에 빠진 소년도 될 수 있죠. 소설 속에서 제가 아닌 저의 또 다른 인생을 겪는 셈”이라고 말했다.
최근에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은 『여자의 하루에 관한 거의 모든 심리학』(선안남 지음)이다. 김씨는 “아침에 눈 뜨는 것에서부터 식사 후의 커피 한잔,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가볍게 지나가는 하루에서 스쳐가는 깨달음이나 우리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자신의 마음을 돌아볼 수 있게 해 준다”며 “짧은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어서 잠깐잠깐 읽을 수 있는 점도 좋고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공감과 위안이 되는 이야기들로 구성돼 있다”고 말했다.
지리학과 국제무역학을 복수전공하고 있는 김씨는 대학 4년간 읽은 책 가운데 후배에 권하는 책으로는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차드 멍 탄 지음)를 꼽았다. 세계 최고 IT기업 구글의 명상프로그램인 ‘내면검색(Search Inside Yourself)’의 핵심적인 내용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책으로 구글과 세계적인 석학 그리고 티베트 선승들이 개발한 궁극의 감정조절 프로그램인 내면검색 프로그램의 실질적인 효능과 구체적인 실행 매뉴얼이 담겨 있다. 김씨는 “책에서 개인과 사회를 아우르는 지혜를 배운다”고 말했다.
책이 좋아 학교 도서관에서 반납 도서 정리 등 근로장학생으로도 일하는 김씨는 “도서관에 자주 오게 되는 만큼 책을 접할 기회가 많아서 도서관 우수이용자가 된 것 같다”면서 “책을 읽는 것은 피곤하고 귀찮은 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나 책을 읽을 필요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심지어 주변에서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저를 신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분명 독서는 재미있고 유익한 활동”이라며 “다른 사람의 경험이나 생각을 적은 돈으로 단 몇 시간 만에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독서의 가장 큰 장점이고, 흥미에 맞는 책은 누구라도 재미있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책을 읽기 위해 흔한 애니팡 등 모바일 게임조차 하지 않는다는 김씨는 “독서량으로 경쟁할 필요는 없지만 남들보다 게임 점수가 낮은 것은 신경쓰면서 남들보다 책 한 권 덜 읽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들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건국대 상허기념도서관은 “건국대에선 독서를 권장하는 차원에서 매년 ‘독서왕’을 선발하고 있다”며 “갈수록 책을 멀리하는 시대에 이런 행사가 조금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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