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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김덕현의 ‘아침단상’] 노변정담(爐邊情談)

[김덕현의 ‘아침단상’] 노변정담(爐邊情談)

 

▲김덕현 칼럼리스트 (c)시사타임즈

[시사타임즈 = 김덕현 칼럼리스트] 어느 추운 겨울날 한 남자가 차를 타고 퇴근을 하다 도로가에 서 있는 할머니 한 분을 발견했다. 석양이었지만 도움이 필요한 상태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그 남자는 할머니의 메르세데스 차 앞에 자신의 차를 세우고 다가갔다. 남자의 낡은 차는 여전히 덜컹 거리고 있었다. 

 

그 남자의 얼굴에는 친절한 웃음을 띄고 있었지만 할머니는 매우 걱정스러웠다. 한 시간 동안 아무도 차를 세우지 않았는데 이 사람이 혹시 나를 해치려는 건가? 넉넉해 보이지도 않고 오히려 배고픈 것 같은데, 어쩐지 좋은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는 할머니가 추위에 떨면서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어쩌면 추위 때문에 두려움이 커진 것일지도 모른다.

 

그는 할머니에게 말을 걸었다. “제가 도와 드리겠습니다. 따뜻한 차 안에 들어가 계시는 게 어떨까요? 아, 제 이름은 브라이언 앤더슨입니다.”

 

그리고 차를 살펴보니, 타이어 하나가 펑크나 있을 뿐 다른 이상은 없었다. 브라이언은 장비를 가지고 차 아래로 기어들어갔다. 이내 그는 타이어를 쉽게 교체했지만, 손이 더러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심지어 날이 추운 탓인지 몇 군데 상처가 남았다.

 

그가 새 타이어의 나사를 조이고 있을 때, 차 안에 있던 할머니는 차창을 내리고 그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자신은 세인트 루이스에 살고 있고, 이 마을을 통과하는 중이었다고. 그러면서 그의 도움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브라이언은 할머니의 차 트렁크를 닫으면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할머니는 그에게 얼마를 주면 될지 물었다. 그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어떤 끔찍한 결과를 낳았을지 눈에 보였기 때문에 어떤 액수라도 줄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브라이언은 돈을 받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타이어를 교체하는 것은 그에게 너무 쉬운 일이었고,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도운 것 뿐이니 말이다. 게다가 과거에 그 역시 수 많은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그는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고, 다른 식의 삶은 생각해 본적도 없었다.

 

그는 할머니에게 도움을 받은 것에 대해 정 갚고 싶다면 다음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보았을 때 그 사람을 도와주면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저를 생각해주세요.”

 

그는 할머니가 차에 시동을 걸고 출발할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그에게는 사실 춥고 힘들었지만, 해질 녘 황혼을 헤치며 집으로 가는 길에는 기분이 좋았다

 

할머니는 몇 킬로미터 정도 지났을 무렵에 길가에 있는 작은 카페를 발견했다. 그녀는 아직 한기가 남아 있는 몸을 덥히고 집에 도착하기 전 간단히 요기라도 할 겸 안으로 들어갔다. 밖에는 주유기 두 대가 세워져 있고, 내부 역시 그다지 깨끗해 보이지 않는 카페의 모습이 그녀에게 매우 낯설게 느껴졌다.

 

할머니의 머리가 젖어있는 것을 본 웨이트리스가 그녀의 테이블로 다가와 깨끗한 수건을 건네주었다. 그녀는 하루 종일 서 있었던 탓인지 매우 피곤해 보였지만, 그럼에도 따뜻한 미소를 잃지 않고 있었다. 할머니는 웨이트리스가 족히 임신 8개월은 넘었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런데도 그녀가 여전히 친절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이렇게도 가진 게 없는 사람이 어떻게 모르는 사람에게도 친절을 베풀 수 있는 걸까. 할머니는 자연스럽게 브라이언을 떠올렸다.

 

식사를 마치고, 할머니는 100 달러짜리 지폐 한 장을 내밀었다. 웨이트리스가 거스름돈을 가지러 간 사이, 할머니는 식당 밖으로 나가버렸다. 웨이트리스는 할머니가 어디로 간 걸까 생각하다가, 할머니가 식사를 마친 테이블 위에 무언가 적힌 냅킨 한 장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냅킨에 적힌 글을 읽으면서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 냅킨에는 이렇게 써 있었다.

 

“당신은 내게 빚진 게 하나도 없어요. 나 역시 그 입장에 있었거든요. 누군가 나를 도와주었고, 나 역시 그대로 당신을 돕는 것뿐이에요. 만약에 내게 되갚고 싶다면 이렇게 해요. 이 사랑의 연결 고리가 끝나지 않게만 해줘요.”

 

냅킨 아래에는 100달러짜리 지폐가 네 장 더 있었다. 여전히 치워야 할 테이블과 채워 넣어야 할 설탕 그릇과, 서빙 해야 할 손님들이 많았지만 그녀는 하루 일을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지친 몸을 침대에 눕히면서 그녀는 할머니의 메모와 그녀가 받은 돈에 대해서 생각했다. 어떻게 나와 남편이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걸 알았을까? 다음 달이 출산 예정일이라서, 돈이 매우 필요했는데….

 

남편 역시 걱정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그녀는 옆에 잠들어 있는 남편에게 다가가 부드럽게 키스하면서 이렇게 속삭였다.

 

‘다 괜찮을 거야. 사랑해, 브라이언 앤드슨…’

 

그녀의 남편은 바로 그 할머니의 차를 수리해준 브라이언이었다.

 

가는 것이 있으면 오는 것이 있다는 말처럼 이 이야기는 우연을 빌어 돌고 도는 사람 사이의 친절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이 따뜻한 이야기가 더 많은 빛을 발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글 : 김덕현 칼럼리스트

 

선문대학교졸업

(사)미국 에슈아 대학교 대학원석사. 종교 철학박사

(사)구세 영우회장.

초종교 연합포럼 대표.

(사)힌국정통역사 정립회 대표.

에슈아대학교 서울 캠퍼스 총장(현)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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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현 칼럼리스트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