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국 마라톤, 일반인 느는데 엘리트는 선수가 없다
[시사타임즈 = 김원식 스포츠 해설가] 현대인에게 스포츠가 미치는 영향력은 가히 대단하다. 스포츠는 개인의 건강유지와 여가생활로서도 중요한 요소이지만 한편 국력의 상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육상은 모든 스포츠의 기본이 되는 운동이다. 인간의 기본 신체 능력을 측정하는 달리고, 뛰고, 던지는 기록의 스포츠다. 그중에서도 달리는 운동인 마라톤은 건강과 취미를 위해 즐기는 국민 스포츠가 되었다.
한국 마라톤은 손기정(1912-2002), 남승룡(1912-2001), 서윤복(1923-2017), 함기용(1930-2022) 등 걸출한 선수를 세계에 선보이며 한국의 저력을 알린 바 있다. 지금 한국의 실정과 비교하면 경제적으로든 정치적으로든 현저히 어려웠던 시절, 대한민국의 마라톤 영웅들은 세계를 무대로 힘껏 달렸다.
그런데 한국 육상은 한국 사회의 심각한 저출산 문제로 위기를 맞았다. 학령인구 감소로 초·중·고 육상부 육성이 점점 사라지고 있고, 전문체육의 근간인 학생 선수가 갈수록 줄어들어 재능이 뛰어난 우수선수 발굴이 어려워지고 있다. 또한 먼저 중·장거리 선수로 활동하다가 마라톤 선수로 전향하는 마라톤의 특성상 선수층 부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얼마 전 국내 마라톤 최대 규모의 메이저 대회인 2024 서울마라톤 겸 제94회 동아마라톤에서 마스터즈가 열렸다. 총 3만 8000명이 참가하였고, 국내부 남녀 엘리트 선수 88명이 동계 훈련을 마치고 출전한 첫 시즌 대회로 파리 올림픽 선발전을 겸한 대회라 많은 이들의 기대가 컸다. 그러나 남녀 모두 저조한 기록으로 대회를 마쳐 아쉬움이 컸다.
오는 4월 7일 대구마라톤(골드 라벨) 대회에는 우승 상금이 대폭 인상된 가운데 2만 8천여 명의 일반인 마스터즈 선수와 세계 정상급 국제부 초청 선수 등 국내 엘리트 남녀 93명이 출전해 침체된 한국 마라톤에 새로운 기록 경신에 나설 예정이다. 또 대구마라톤과 함께 파리 올림픽 국가대표 출전권이 걸려있는 4월 14일 열리는 2024 군산새만금국제마라톤(엘리트 라벨) 대회에 일반인 마스터즈 부문에 8000여 명과 초청된 국제부 선수와 국내부 엘리트 등 100여 명이 출전할 예정이다.
보는 바와 같이 국내에서 열리는 메이저 대회는 1만 명에서 많게는 3만 명이 달리는 축제가 되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일어난 마라톤 붐은 인구는 파악하기 어려울 만큼 그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과거에는 나이 지긋한 중장년층들이 동호회나 클럽 등에서 활동하며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하며 ‘인간승리’의 드라마를 연출했다면 최근에는 러닝 크루(달리기 모임) 디지털 환경에서 자란 MZ 세대의 20~30대 젊은 층뿐 아니라 가족 단위의 참가자들의 확산이 두드러지는 상황이다. 건강과 취미 생활을 위해 달리는 것 자체를 즐기며, 재미있게 노는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야말로 ‘마라톤 전성시대’라 할 수 있다.
과거 어느 마라톤 대회에서 ‘1000만 명이 달리는 그날까지’라는 현수막을 본 적이 있다. 이제 그 말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최근 달리는 인구가 1000만 명이라는 추정이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라톤을 즐기는 일반인 숫자는 늘고 있는 가운데 국제 대회에 출전할 만한 엘리트 선수는 줄어드는 것이 한국 마라톤의 현주소다.
글 : 김원식 스포츠 해설가
前 올림픽 마라톤 국가대표(1984년 LA 올림픽 마라톤 출전)
前 MBC ESPN 마라톤 해설위원
現 전남 함평중학교 교사
現 제주 MBC 마라톤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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