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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독자기고] 휴대폰 도난, 그리고 경찰의 대응

[독자기고] 휴대폰 도난, 그리고 경찰의 대응
 

 

 

 

▲이주희 연남파출소 순경 (c)시사타임즈

[시사타임즈 독자기고 = 이주희 연남파출소 순경] 러시아의 내로라하는 의사이자 소설가인 안톤 체홉은 말했다.

 

“사람은 스스로 믿는대로 된다.”

 

파출소에 근무하면 파출소를 방문하는 민원인들의 이야기를 100% 신뢰하기 힘들어진다. 민원인들은 항상 본인의 입장에서 억울함을 토로하며 경찰관이 자신들을 믿어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쪽 이야기를 들어보거나 상황을 제3자의 입장에서 돌이켜보면 민원인들의 이야기는 상당부분 왜곡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때문에 경찰관은 항상 합리적인 의심을 하게 되고, 처음에는 누구의 말도 믿지 않는 것이 몸에 밴 습관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오늘 파출소를 방문한 민원인은 휴대폰을 도난당했다며 다급하게 연남파출소를 찾아왔다. 휴대폰 안에는 민원인의 업무와 관련된 중요한 자료들이 모두 들어있어 이를 찾지 못할 경우 민원인은 직업상 큰 불이익을 얻을 것이라며 도움을 요청했다.

 

간절한 민원인의 마음이 느껴졌다. 우리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도 없이 민원인의 간절함에 적극적으로 휴대폰을 찾아 나섰다.

 

휴대폰을 도난당했다는 은행 ATM기에서부터 시작해 CCTV를 수차례 뒤져보고, 휴대폰을 가져갈 즈음 은행 거래를 한 혐의자를 어렵게 찾아낼 수 있었다. 혐의자의 동선에 따라 CCTV를 확인한 결과, 은행 ATM기에서 멀지 않은 우체통에 혐의자가 휴대폰을 집어넣는 장면을 포착했다. 우체통을 관할하는 우체국까지 수소문한 결과, 그날 오후 2시에 휴대폰을 집배원이 수거해 갔으며 집배원이 우체국에 휴대폰을 보관중이라는 사실을 어렵사리 알게 되었다. 그리고 휴대폰을 잃어버린 민원인과 직접 우체국을 방문하여 휴대폰을 인계하는 것까지 지켜보며 우리는 휴대폰 도난사건을 무사히 마무리 지었다.

 

휴대폰 분실이나 도난사고는 워낙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이고, 습득한 사람이 찾아주지 않는 한 휴대폰을 다시 찾을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보아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휴대폰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힘들었지만, “사람은 스스로 믿는 대로 된다”는 안톤 체홉의 말을 곱씹으며 휴대폰을 찾을 수 있다고 되뇌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민원인의 간절함 때문이었을까? 우리는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도난당한 휴대폰을 찾아내었다.

 

대한민국 경찰이 이렇게 대단하고 많은 일을 해내는지 몰랐다며 거듭 고마움을 표하는 민원인을 보며, 주취자를 상대하느라 지쳐 가끔 잊어버리곤 하는 경찰헌장 1조 “우리는 누구에게나 봉사하는 친절한 경찰이다”라는 구절이 생각나, 뿌듯하고 행복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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