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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 맹인 목사의 작은 소망 이야기 ] 두 눈은 보이지 않아도

[ 맹인 목사의 작은 소망 이야기 ] 두 눈은 보이지 않아도


  [시사타임즈 = 송영주 기자] 나무마다 제법 시원한 초록빛을 내놓고 있지만 현명철(55세) 목사의 계절은 아직도 겨울이다. 뇌경색으로 쓰러진지 8개월, 의식만 있을 뿐 별다른 차도가 없다. 그는 외출에서 돌아와 피곤해서 잠시 누웠는데 그 길로 쓰러졌다. 큰 병원에 입원했으나 병원비가 비싸 며칠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수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니 세월이 흘러 뇌의 막힌 부분이 회복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의 고단한 삶은 25세 되던 해부터 시작되었다. 어느 날 자고 일어났는데 앞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처음엔 누가 장난치는 줄 알았다. 안 가본 병원 없이 다 가보았으나 시력을 되찾을 수는 없었다. 절망한 그는 죽을 마음도 먹었다. 외아들인 그가 부모님과 살던 곳은 소백산 깊은 산중이라 오가는 사람도 거의 없었는데. 한 할머니가 전도하러 왔다가 그를 보고는 마지막으로 기도라도 하자며 기도원으로 데리고 갔다. 절박한 심정으로 간 그곳에서 그는 처음으로 하나님을 만났다.


현명철 목사의 소망은 몸이 빨리 회복되어 문턱없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지상교회에서 목회하는 것이다. ⒞시사타임즈


비록 소원대로 눈을 뜨지는 못했지만 ‘너도 할 일이 있다’는 음성을 듣고 돌아왔다. 그 후 신학 공부를 시작했는데 점자 하나 몰라도 하나님은 지혜를 날마다 더하여 주셨다. 목사님 소개로 아내를 만났고, 그의 탁월한 영성에 감동한 아내는 곁에서 돕고 싶다는 생각에 친정 부모님의 극심한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했다. 친정 식구들은 아무도 참석하지 않고 교수님과 친구들 몇 명만 참석한 기도원에서의 초라한 결혼식이었다. 아이를 낳고서야 부모님과의 왕래가 시작되었다.

 

결혼하고 개척교회를 시작했다. ‘망우동에서 시작해 서울을 한 바퀴 돌았다’고 할 정도로 형편에 따라 옮겨 다녔다. 가난했던 그 시절에 하나밖에 없는 딸에게 치킨 한 번 못 사준 것이 아픈 기억이지만 성도를 위해서는 기름을 아끼지 않았고 항상 교회를 따뜻하게 하려고 애썼다.

 

그는 병상에 있는 동안 20kg이나 체중이 줄어 초등학생 정도로밖에 안 보였다. 앙상한 다리에 베개를 받치고 누워있는 것마저 힘겨워 보였다. 베개 밑으로 힘없이 늘어뜨린 발이 좀 이상했다. 한쪽 발등이 온통 새까맸다. 당뇨 합병증으로 썩어들어간 발인데 지금은 많이 나은 상태라며 아내가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을 보여주었다. 사진 속의 발은 차마 볼 수 없을 정도로 참담했다. 오 년 전에 지병인 당뇨가 심해져 쓰러졌는데, 의사들은 보자마자 보호자에게 묻지도 않고 발을 절단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아내가 보기에 그는 수술을 감당할 만한 건강상태가 아니었다. “발을 절단하는 것을 반대하자 사람들이 신랑 죽이고 혼자 살려고 한다고 수군거리기까지 했어요. 하지만 ‘죽으면 죽으리라’ 라는 심정으로 절단을 만류했지요.” 아내가 힘들었던 일을 회상한다.

 

기적적으로 발은 조금씩 새 살이 나오며 회복되기 시작했다. 그는 발이 썩고 있는 것도 모를 정도로 사역에 집중했다. 25세에 실명했을 때 이미 죽은 삶이라고 생각했는데 하나님이 사용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해서다. 그는 주로 신학생과 목회자를 위한 성경강해를 해왔다. 앞이 보이지 않는 그를 위해 딸이 그의 눈이 되어 강의를 도왔다.

 

그의 교회는 지하에 있었고 화장실은 지상에 있었는데 그나마 재래식이었다. 발이 불편하니 화장실 출입이 힘들어 강의하는 날은 화장실을 가지 않도록 식사를 걸렀다. 그런 생활이 오래되다 보니 몸이 너무 허약해졌다고 아내는 말한다.

 

그는 왼발도 불편한데다 왼쪽 뇌로 온 뇌경색은 오른쪽 몸을 마비시켜 꼼짝없이 누워만 지낸다. 1급 시각장애인으로 받는 얼마간의 보조금과 사회복지과에서 주는 약간의 물품, 딸이 아르바이트로 버는 돈이 생활비의 전부다. 옛 성도들이 가끔 도움을 주지만 누워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그것마저 뜸해졌다. “기저귀, 화장지, 세제 등 소모품이 가장 필요한데 지원받는 물품은 간병에 그다지 필요 없는 것들이에요”라며 아내는 안타까워한다.

 

지금까지 숱한 죽음의 고비를 넘기며 살아온 것처럼 이번에도 회복되면 그는 다시 전력을 다해 사역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저는 세상에서 아무것에도 쓸모가 없었어요. 그런데 하나님이 써 주신 거예요. 그래서 아무런 후회도 여한도 없어요.”라고 말하는 병들고 가난한 목회자의 삶에도 푸른 잎이 소생하길 기도한다.

 

현 목사의 소망은 몸이 빨리 회복되는 것과 지하교회가 아닌 지상에서 문턱없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곳에서 목회하는게 큰 기도 제목이라 한다.

 

송영주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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