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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자의 무비스토리 (47)] 롱 폴링



롱 폴링 (2012)

The Long Falling 
10
감독
마르탱 프로보스트
출연
욜랭드 모로, 피에르 무어, 에디스 스콥, 얀 하머넥커, 로렝 카펠뤼토
정보
드라마 | 프랑스 | 105 분 | 2012-10-25


[박기자의 무비스토리 (47)] 롱 폴링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자유와 행복. 인간이라면 누구나 보편적으로 추구하고 또 누리는 가치일 테지만, 그것은 때로 어떤 사람에게는 평생 도달하지 못하는 꿈으로 남기도 한다. ‘스스로 자유와 행복을 찾아 나서는 여성’. 이것은 마르탱 프로보스트 감독과 배우 욜랭드 모로가 합작해서 세상에 내놓은 두편의 영화 <세라핀>과 <롱 폴링>을 관통하고 있는 일관된 주제이기도 하다.



<세라핀>은 실존했던 천재 여류화가 세라핀 루이의 삶을 그린전기영화의 성격이 짙었지만, 알고 보면 불우한 삶 속에서도 그림을 통해 자유와 행복을 간절히 찾아 헤맸던 한 여성의 이야기로 귀결된다. 세라핀은 남의 집 허드렛일을 하면서 비참하게 살아 가는 여성이었지만, 반면에 그림에 천부적인 소질을 지닌 미완의 예술가이기도 했다. 그녀가 누추한 일상 속에서 가장 자유롭고 행복한 때는 그림을 그리는 순간이었고, 마침내 그녀가 세상과 소통하기 시작한 것도 그녀의 그림을 통해서였다.


<롱 폴링>은 남편의 억압과 폭력에서 도망치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감행한 후 세상에 홀로 내던져지는 한 중년 여성의 이야기다. 사실 <롱 폴링>은 ‘남편 살해’라는 소재 때문에 사뭇 논쟁적일 수 있는 작품이다. 그녀의 극단적인 선택이 과연 세상의 동의를 구할 수 있을까? 영화는 아들, 경찰, 기자 등 주변 인물들을 통해 로즈의 죄의식을 도발 한다. 동시에 결코 행복과 자유를 포기할 수 없는 한 여성의 열망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로즈의 유일한 가족인 아들 ‘토마스’. 폭력 남편 때문에 일찍이 아들을 도시로 떠나 보낸 로즈는 혼자 시골 농장에 남아서 모든 고통을 감수하고 인내해 왔다. 그녀가 그럴 수 있었던 우선의 이유는 아들을 지키고자 하는 뜨거운 모성애 때문이었다. 하지만 남편의 악행을 더 이상은 견딜 수 없었던 그녀는 결국 남편을 살해하기로 마음 먹고 치밀한 계획을 세우기에 이른다. 그러고 나서 토마스를 찾아 가지만 아들은 살인을 용납할 수는 없다면서 엄마에게 자수할 것을 권한다.


하지만 로즈는 자수할 것을 종용하는 이들을 피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도주의 길을 선택한다. 그리고 그녀는 우연히 들어선 어느 여관에서 자신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도와 주려는 여자 주인을 만나게 된다. 여관 주인은 자신이 위험해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아무런 조건 없이 로즈의 도주를 돕게 되고, 두 여성은 점차 포위망을 좁혀 오는 경찰 앞에서 운명을 함께 하게 된다.


이처럼 <롱 폴링>은 아들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바쳤던 엄마와 그런 엄마를 용서할 수 없는 아들의 첨예한 대립을 통해 영화의 갈등을 최고조로 끌어 올린다. 로즈의 예상과는 달리 너무나 냉정하게 변해버린 토마스. 혹시 토마스는 아버지를 단죄해야 했던 사람은 엄마가 아닌 바로 자신이어야 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그제서야 엄마를 향한 아들의 분노와 배신, 그리고 몰이해가 묵직하고 절절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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