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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자의 무비스토리 (61)] 모래가 흐르는 강



모래가 흐르는 강 (2013)

Following Sand River 
1
감독
지율
출연
-
정보
다큐멘터리 | 한국 | 75 분 | 2013-03-28


[박기자의 무비스토리 (61)] 모래가 흐르는 강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모래가 흐르는 강>은 지율 스님이 4대강 공사가 시작된 직후부터 강 길을 걸으며 강의 변화를 기록한 작품이다. ‘우리에게 강은 무엇인가?’라는 질문 속에서 생명, 자연, 환경에 관한 ‘성찰’의 길로 우리를 인도한다. 또 푸른 강물, 금빛 모래밭, 강에 터를 잡은 동식물 등 수억 년 동안 흘러왔던 강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지율 스님은 천성산을 관통하는 한국고속철도 (KTX) 원효터널 건설을 막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연환경 파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줬다.

 

“영화는 강을 살리기 위한 첫 걸음이다. <모래가 흐르는 강>을 통해 자연을 대하는 우리의 시각이 변화되었으면 한다”는 지율 스님의 이야기는 소중한 것을 놓치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경종을 울린다.

 

 

영주댐 건설로 변해가는 내성천의 모습을 담다

 

4대강 사업에 관한 첫 극장 개봉작으로 주목 받고 있는 <모래가 흐르는 강>은 상류에 건설되고 있는 영주댐 공사로 인해 본래의 효용과 아름다움을 잃어가고 있는 내성천의 모습을 담아낸 작품이다. 4대강 공사 직후부터 강과 함께 생활해온 지율 스님이 직접 촬영, 편집, 연출을 맡아 자연에서 멀어져 간 우리 모두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소백산 일대를 형성하고 있는 화강암질 편마암이 흘러들어 풍부한 모래밭을 형성하고 있는 내성천은 우리나라에서 모래밭이 가장 발달한 하천이다. 또한 낙동강 본류에 모래를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로 인한 자연경관은 전세계적으로도 희귀한 비경이며, 수달, 삵, 먹황새, 원앙, 흰수마자 등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들이 서식하고 있어 보존가치 또한 매우 높다.

 

<모래가 흐르는 강>은 준설작업으로 인해 깊어진 강 본류를 채우기 위해 지천의 모래들이 쓸려 나감으로써 검은 자갈밭으로 변하고 있는 내성천의 모습을 통해 4대강 사업의 폐해를 몸소 체험하게 한다. 영주댐 건설로 평생의 보금자리를 떠나야 하는 마을 주민들, 3,780,859 제곱미터의 농경지, 400년 전통의 집성촌, 38점의 문화재, 한반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왕버들 군락 등 수몰될 위기에 처한 내성천 강변의 풍경은 ‘사라져가는 모든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모래가 흐르는 강>이 보다 큰 울림을 주는 것은 4대강 사업을 통해 강과 강에 깃든 생명을 대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직시하게 함으로써,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일 새로운 힘을 전달한다는 데에 있다. “1년에 1m씩 퇴적 되는 모래가 흐르는 놀라운 강이 우리 곁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어쩌면 다행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시행착오로 인하여 우리는 강에 대하여 더 많이 알게 되고 강의 소리를 더 잘 듣기 위해 귀 기울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는 영화 속 멘트처럼,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곳에서 희망을 발견하게 하는 묵직한 힘을 지녔다.

 

 

자연과의 우정을 회복하기 위한 낮은 발걸음

 

생명의 에너지를 실어 나르던 수억년의 물길을 살리는 작업은 잊었던 강을 기억해 내는 작업이기도 하다. <모래가 흐르는 강>은 푸른 강물, 금빛 모래밭, 그리고 강에 깃든 모든 생명들을 기억해냄으로써 자연과의 우정을 회복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제작됐다. 이러한 바람은 ‘텐트학교’, ‘1평 사기’, ‘내성천 습지와 새들의 친구’ 발족 등 황폐화되어 가고 있는 내성천을 회복시키기 위한 다양한 활동과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모래가 흐르는 강>의 극장개봉은 이러한 발걸음을 촉진시킬 것으로 보인다. 1억년의 역사를 가로질러왔던 생명의 흐름이 단 1년 만에 끊기는 안타까운 현실 속에서도, 자연의 본래 능력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는 따뜻한 시선이 우리 모두를 내성천 습지로 이끈다. ‘자연과의 화해’는 이 작은 발걸음에서부터 시작된다.

 

 

강을 살리기 위한 발걸음은 이미 시작됐다


극장개봉 비용 마련을 위해 지난 2월27일부터 3월17일까지 진행된 <모래가 흐르는 강> 배급위원단 ‘내성천 지킴이’ 모집에 414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또한 온라인 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진행한 프로젝트 중 최고 금액인 32,105,000원을 달성하여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약 3개월간 169명의 후원자를 통해 8,227,000원을 모은 다큐멘터리 <어머니> △약 3개월 동안 834명의 배급위원단을 통해 29,218,658원을 모은 용산 다큐 <두 개의 문> △약 한 달간 264명의 후원자를 통해 14,300,000원을 모은 독립영화 <지슬> 등 영화의 뜻에 공감하는 관객들의 힘으로 극장개봉 비용을 마련했던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모래가 흐르는 강> 역시 강을 살리고자 하는 관객들의 바람이 모여 400명이 넘는 배급위원단이 모집됐으며 3,000만 원 이상의 극장개봉 비용을 마련할 수 있었다. 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 모든 것이 입소문만으로 단 19일만에 이루어졌다는 것. 이는 녹조 현상, 갈조 현상, 강 둔치 붕괴 등 4대강 사업의 후유증이 속속 보고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 대한 염려, 강의 예전 모습을 다시 보고자 하는 시민들의 염원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입증한다.

 

400인 배급위원단의 응원을 발판 삼아 강을 살리기 위한 첫 걸음을 시작한 <모래가 흐르는 강>은 극장개봉을 통해 보다 많은 관객들에게 강의 소중함을 알릴 계획이다. 이를 통해 내성천 습지 보존·복원을 향한 다양한 발걸음이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또 더 나아가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향한 목소리가 더욱 커지길 희망한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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