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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자의 무비스토리 (68)] 산딸기



산딸기 (2013)

Wild Strawber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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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잉마르 베리만
출연
빅토르 쉬오스트롬, 비비 앤더슨, 잉그리드 튜린, 군나르 뵈른스트란드, 막스 폰 시도우
정보
드라마 | 스웨덴 | 90 분 | 2013-05-16


[박기자의 무비스토리 (68)] 산딸기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스웨덴의 거장이자 20세기 최고의 감독으로 칭송되는 잉마르 베리만이 그의 전성기인 1957년에 만든 작품인 <산딸기>는 그의 대표작이자 최고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주인공인 노교수가 회상과 꿈을 통해 인생을 돌이켜 보는 내용을 담은 이 작품은 삶과 죽음, 존재와 구원 등 인간에 대한 폭넓은 성찰을 담아내며 영화라는 장르의 지평을 넓혔다. 같은 해 앞서 발표된 <제7의 봉인>과 함께 그의 국제적 명성을 드높인 작품이자, 시공간, 꿈과 현실을 자유롭게 오가는 독특한 형식을 선보이면서 후대 감독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 자주 인용된 작품이기도 하다.


베리만의 다른 작품들에서 나타나는 특징처럼 <산딸기>에서도 연극적인 장치들이 두드러지며 꿈이나 환상 장면에서는 흑백의 대비를 극대화하는 독일 표현주의 기법이 사용되었다. 또한 프로이드식 알레고리와 상징이 영화 곳곳에 배치되면서 <산딸기>는 그의 형이상학적 사색이 경지에 오른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동시에 자신의 자전적인 경험들을 친밀하게 반영함으로써 베리만의 작품 중에서도 감성적이며 가장 접근성이 높고 이해하기 쉽다고 알려져 있기도 하다. 베리만 감독은 이 영화로 제8회 베를린 영화제 금곰상과 제17회 골든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는 등 각종 영화제를 휩쓸며 뜨거운 호평과 찬사를 받았다.

 

과거와 현재,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독특한 구성

 

노교수의 꿈과 악몽, 회상, 그리고 사람들과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삶에 대한 재발견과 성찰을 그려내는 <산딸기>는 독특한 영화적 형식으로 모더니즘을 이끌어낸 선구적인 작품이다. <산딸기>에는 베리만 영화의 주요 모티브인 꿈이 처음 등장한다. 플래시백 효과를 사용해 과거와 현재가 반복적으로 교차하면서 감정이 충만한, 잊을 수 없는 이미지들을 만들어낸다. 표현주의로 표현된 정신적 고뇌는 강렬하게 묘사되며 목가적인 분위기의 전원 풍경은 우리를 현실보다 더 생생한 과거로 안내한다. 이를 통해 영화 예술의 위대한 혁신자 잉마르 베리만은 꿈과 현실,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초현실주의적 모티브를 성공적으로 표현해냈다.


노교수가 죽음에 대한 불길한 예감을 느끼게 되는 영화 초반의 꿈 장면은 빛과 어둠의 강렬한 대비로 섬뜩함을 강조한다. 독일 표현주의 영화를 떠오르게 하는 흑백 대비가 강한 이 영상은 필름 프린트를 반복 복사하는 기법으로 얻어진 것이다. 촬영 감독 군나르 피셔는 회색의 부드러운 톤을 배제하고 눈부신 태양광을 활용해 강렬한 악몽의 느낌을 배가시켰다. 또한 시계 바늘이 없는 시계, 구르는 수레바퀴, 장례식 마차, 관 속에서 손을 내미는 자신의 시체 등 초현실적인 상징으로 가득한 이 장면은 예고도 없이 닥칠 수 있는 죽음에 대한 공포를 은유하는 동시에 주인공이 삶에 대해서 깊이 성찰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꿈으로 주인공 내면의 무의식과 갈등이 표현됐다면 과거 회상 장면은 보다 낭만적이고 서정적으로 그려졌다. 여름 별장의 문을 열면 과거가 되살아나는 마법같은 장면은 활기가 넘친다. 과거의 사건들은 현실과 오버랩되면서 주인공의 삶을 다양하게 변주한다. 젊은 시절의 우디 앨런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남겨준 <산딸기>의 강렬함은 오늘날의 관객들에게도 놀라움과 경탄을 안겨줄 것이다.

 

잉마르 베리만의 가장 감성적이고 낙관적인 영화


따사로운 전원 풍경을 배경으로 애잔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은 첫사랑인 사라의 손을 잡고 들판을 지나 강가에서 한가롭게 책을 읽고 있는 어머니와 낚시질을 하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한다. 두 사람은 아들에게 손을 흔들고, 주인공의 얼굴이 클로즈업 되면서 노교수는 잔잔한 미소를 얼굴에 띄운다. 부모와의 화해를 암시하는 이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은 영혼의 평화를 되찾고 자신의 삶과 마침내 화해한다.

 

이 장면의 연기를 두고 베리만 감독은 노배우의 명연기를 극찬하면서 “그의 얼굴에서 빛이 났다. 표정은 온화하고 부드러웠으며, 마치 기적과도 같은 장면이었다”라고 회상했다. 잉마르 베리만 작품 중에서도 가장 감성적이고 낙관적인 영화로 꼽히는 <산딸기>는 삶이라는 주제를 인간적이고 따뜻하게 다루면서 신성한 평온함으로 끝을 맺는다.

 

스웨덴 영화의 아버지 빅토르 시외스트롬의 명연기


영화 <산딸기>는 스웨덴 영화의 아버지라 불리는 거장 감독 겸 배우 빅토르 시외스트롬이 주인공으로 참여함으로써 더욱 무게감을 가지게 됐다. 주인공 이삭 보리 역의 빅토르 시외스트룀은 베리만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준 <유령 마차>(The Phantom Carriage)의 감독과 주연을 맡았었다. 베리만은 <유령 마차>의 이미지를 영화 초반부 이삭 보리의 꿈 장면에 인용했다. 1946년 배우 생활에서 은퇴한 시외스트롬은 그 당시 <위기>로 감독 데뷔를 한 베리만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가 연출을 계속할 수 있도록 지지해 준 인연이 있기도 하다.


빅토르 시외스트롬의 단호하고 꾸밈없는 연기는 영화와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학구적인 번뇌와 고집스러움, 연민과 자비로움을 오고가는 그의 표정 연기는 이삭 보리의 캐릭터를 완성해내는 데 핵심적인 기여를 했다. 따뜻한 인간미와 가족 간의 소통을 온화하게 표현해낸 그 덕분에 <산딸기>는 더욱 밝고 따뜻한 작품이 됐다. 영화 촬영이 끝난 3년 뒤 1960년 시외스트롬이 세상을 떠남으로써 <산딸기>는 그의 유작이 됐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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