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지난 2005년 스무 살에 장편 데뷔작 <얼굴없는 것들>로 세계 영화제에 이름을 알린 김경묵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 <줄탁동시>가 개봉했다.
지난해 제 68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오리종티 부문을 비롯해 제30회 밴쿠버국제영화제 용호상 부문, 제55회 런던영화제 월드시네마 부문, 서울독립영화제 2011 장편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또 최근 제41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스펙트럼 섹션에도 공식 초청된 사실이 알려졌다.
김경묵 감독은 첫 장편 영화 <얼굴 없는 것들>로도 2007년 제36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에 진출했다. 이후 <청계천의 개>, 단편 <SEX/LESS>, <줄탁동시>까지, 그가 연출한 장, 단편영화 모두 로테르담에 진출하는 기록을 세웠다.
<줄탁동시>는 탈북자 소년과 조선족 소녀, 그리고 몸을 파는 게이 소년의 도시에서의 떠도는 삶을 그린 이야기로 절망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는 이들의 고군분투를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주인공인 탈북자 ‘준’과 게이 소년 ‘현’, 다듬어지지 않고 미성숙하지만 거친 청춘의 모습을 대변하는 두 캐릭터는 신인배우 ‘이바울’, ‘염현준’을 만나 빛을 발한다.
닥치는 대로 돈벌이에 몰두 중인 탈북 소년 준(이바울). 주유소의 체불 임금을 받으려다 매니저와 크게 몸싸움을 벌이고 수시로 그 매니저에게 희롱당하던 조선족 소녀 순희(김새벽)와 함께 주유소를 도망친다. 고궁과 남산을 거닐며 둘이 데이트를 즐기는 것도 잠시 순희 집에 주유소 패거리들이 들이닥친다.
모텔을 전전하며 몸을 파는 게이 소년 현(염현준). 유능한 펀드매니저 성훈(임형국)을 만나 그가 마련해준 고급 오피스텔에서 안정된 날들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현은 왠지 모를 허기와 외로움으로 습관처럼 다른 사람을 만나러 다닌다. 그러던 어느 날 성훈의 아내가 현을 찾아온다.
어떻게든 살고자 몸부림치던 두 소년, 결코 잊지 못할 새로운 아침을 맞이한다.
두 소년이 처한 상황은 그저 가파른 절망이다. 하지만 그들이 스스로 생을 단념하려고 했을 때, 비로소 강렬하게 도래하는 생의 의지는 실제로 병아리뿐만이 아니라 사람이 태어날 때 역시 아기가 나오고자 하는 의지가 산모 보다 더 강해야 하고, 그로인해 아기가 겪는 고통도 크다는 생명 탄생의 비밀을 되새기게 한다. 어쩌면 처음부터 둘이 아닌 하나인 ‘현’과 ‘준’이 안과 밖에 분신처럼 동시에 존재하기에 기어코 둘은 안팎에서 ‘줄’과 ‘탁’을 함으로써 자신들의 껍질을 깨고 비로소 세상에 나온다.
김경묵 감독은 그 ‘줄탁동시’하는 생의 고통에 깊은 시선을 던지며 관객에게 이제 막 어둠의 껍질을 깨고 세상에 나온 그들을 와락 껴안아 줄 수 있겠냐고 묻는다. 그들이 죽음을 넘어 온힘을 다해 세상에 나오는 것이 그만한 가치가 있냐고도 묻는다. 자신이 던진 이야기에 관객이 나름의 질문을 갖길 바란다는 감독의 전언처럼 <줄탁동시>는 김경묵 감독이 가장 적극적으로 한국영화계에 혹은 일반관객과의 ‘줄탁’을 시도한 작품인지도 모른다. 또한 이제 막 알을 깨고 새로 태어난 스물여덟 살 청년감독이 비로소 절망의 현실 속에서 희망을 돋우려는 이야기를 시작하겠다는 일종의 선언일지도 모른다.
세계적인 평론가이며 밴쿠버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인 토니 레인즈는 “간결한 스토리와 구성, 훌륭한 캐스팅과 연기, 의미심장한 샷 등으로 구성된 이 불안한 청소년들의 이야기는 영화 그 이상으로 거대하다.”라고 평하며 김경묵 감독의 신작을 주목했다.
간결한 스토리를 독특하게 만든 구성과, 탈북 소년과 게이 소년을 연기한 배우들의 인상적인 연기, 의미심장하고 비범한 샷으로 무장한 아름다운 영화 <줄탁동시>. 김경묵 감독은 세 번째 장편 <줄탁동시>를 통해 모호해야할 것과 섬세해야 할 것을 노련하게 조율해나가는 연출력을 선보인다. 또한 그가 전작들에서 보여준 실험과 가능성을 보다 확장시켜 더욱 대중적으로 진화 중임을 증명해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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