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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연예/북스

[서평] 어쩌다 파일럿 (B777 캡틴 제이의 하늘 공부)

[서평] 어쩌다 파일럿 (B777 캡틴 제이의 하늘 공부)

정인웅 저 | 루아크 | 392쪽 | 18,500원

 

 

[시사타임즈 = 노재왕 기자]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할 것 같은 비행기 조종사라는 직업. 그들은 하늘에서 악천후나 착시 등으로 잘못된 항로로 갈 수 있기에, 철석같이 계기판을 믿고, 승객들을 다음 공항까지 안전하게 인도한다. 수많은 기종 가운데 ‘고등어’를 닮아서 ‘고등어’라는 별명을 가진 B777. 최대이륙중량 300여 톤이라는 어마무시한 날개를 운용하면서도, 늘 동료와 승객, 사람을 향한 배려가 뼈 속까지 스며있는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 있다.

 

중동의 잘나가는 E 항공사에서 B-777을 조종하면서, 인생을 노래하는 정인웅 기장이다. 그는 어찌 보면, 계기판만 믿기보다, ‘사람’을 ‘운’으로 보는 위험천만(?)한 사람이다. 마치 영화제 수상자가 시상식장에서 자신은 그저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얹었다고 너스레를 떨 듯 말이다. 여기서 ‘사람’이란, 항공 여행이라는 서비스를 제작하기 위해, 함께 수고하고 땀 흘린 모든 관제탑, 지상 조업을 포함한 객실/운항 승무원 등을 말한다. 책임은 무겁게 지고, 공은 주변에 돌리는 형국이다.

 

이 책을 처음 집어든 사람들은 셀 수 없는 훈련과 비행을 통해 체득한 비행기 조종술, 악천후의 긴장을 뚫고 무사히 다음 공항에 도착해서 누리는 여유, 공항에서 보았을 법한 화려한 유니폼 등을 떠올리며 책장을 열었을 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겉으로 보이는 그런 비행이라는 주제 이면에 자리한, ‘정인웅 기장’의 사람에 대한 배려가 돋보인다.

 

S.N.S.에서만 그를 지켜본 사람들은 공군 조종사 출신이고, 무엇보다 안전에 대해서만큼은 타협하지 않는 모습 때문에 웬지 모르지만 딱딱할 것 같다는 선입견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조종사 이전에 한 가정의 가장이고, 감동적인 일상과 마주칠 때는 눈물도 보일 줄 아는 옆 집 아재다. 번개에 맞고도 끄떡없는 기체를 조종하지만, 그는 한 없이 부드러운 남자다.

 

첫 책장을 넘기면, 대학 영자신문사 기자 이야기로 시작된다. 아! 이 분, 글 밥 좀 드셨구나. 아니나 다를까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탄성이 나온다. 그런데 그 탄성은 시선을 잡아 끄는 장력으로 작용한다. 너무 재미있어서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고 싶다는 본성을 제어하는 생각의 깊이가 배여 있다. 기자 출신인 필자조차 너무나도 건조한 글쓰기를 해 왔는데, 이 분의 글은 정보와 흥미를 같이 준다. 음식 재료 속에 간이 잘 배인 요리같다고나 할까?

 

무엇보다 이 책은 청년층(청년이라고 믿고 있는 장년을 포함하여)을 대상으로 한다. 인생의 기로에서 자신의 갈 길을 개척하는 수많은 청년들, 특히 항공 분야를 꿈으로 정한 이들은 일단 이 책에서 자신의 미래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예상치 못한 악천후(터뷸런스, 뇌우, 폭우 등)를 만나더라도, 오롯이 혼자만의 결정을 믿어야 될 때,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수없이 맞닥뜨린 악천후 속에서 자신의 판단만을 믿고 가야하는 고뇌도 엿보였다. 또한 칵핏에서의 애환과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을 보며, 많은 청년들이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목적지까지 무사히 다다랐으면 하는 정기장의 바램이 책 곳곳에 녹아 있다. 이런 문제 해결 능력을 그는 독자들과 주변 동료를 배려하면서 겸손하게 적고 있지만, 필자는 오히려 그것을 정인웅 기장만의 자존감으로 해석하고 싶다.

 

닭이 알을 깨고 나와야 닭이 된다는 의미에서는 인생은 결국 혼자이다. 그러나, 그 인생이 모여 함께 하모니를 이룰 때 더 맛이 난다. 이 책은 꿈을 향해 뒤도 안 돌아 보고 달려가는 청년들에게는 물 한 모금의 여유와 청량감을,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청년들에게는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과 같은 좋은 벗이 되리라 확신한다.

 

▲작년 가을, 미국 시카고에 비행 왔을 때 Navy pier에서 필자와 함께 한 정인웅 기장(왼쪽) (c)시사타임즈

 

저자 정인웅 소개

 

금강이 흐르는 옥천의 조용한 시골에서 자랐다. 영어에 관심이 많아 한남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 진학했고, 영자신문사에 들어가 기자를 거쳐 편집장까지 지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우연한 기회에 공군에 입대하면서 전공과 무관해 보이는 조종사의 길로 들어섰다. 군 복무 중에는 미국 공군참모대학교에 유학해 초급지휘관참모교육(SOS, Squadron Officer School) 과정을 졸업했다. 전역 후에는 대한항공에 입사해 A330과 B777 부기장으로 비행했으며, 2011년 이후 많은 조종사가 선망하는 중동의 외항사로 자리를 옮겨 지금까지 국제선 기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승무원과 승객에게 정성을 다하는 기장이 되기 위해 오늘도 분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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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왕 기자 knsfc@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