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 상태의 아버지로 인해 젊은 날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실존 인물 서용준,
이 책은 17년의 세월을 한 정성으로 보살펴온 그의 감동적 실화를 소설로 엮은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아들로, 아버지로, 가장으로 산다는 것
10년 전, 어렵고 힘든 경제 상황 속에서 이 시대의 아버지와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던『아버지』의 작가 김정현이 신작 장편소설 『고향사진관』으로 우리 곁에 다시 찾아왔다.
88만 원 세대와 취업난,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등의 우울한 뉴스가 연일 오르내리는 상황은 10년 전보다 더 나을 게 없지만 『고향사진관』엔 작가의 여느 작품보다 더욱 큰 감동이 담겨 있다. 아버지와 그의 아버지, 그리고 각박한 현실 속에서 잊고만 지냈던 가족애를 다시 일깨우는 작품 『고향사진관』. 이것은 우리의 이야기이며, 우리 아버지들의 이야기이다.
영주 시내에 들어서면 바로 보일 것만 같은 낡은 사진관 건물, 주인공 용준과 그의 친구들, 그리고 사랑이 넘치는 가족들이 더욱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이 이야기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고향사진관』은 각박해져만 가는 세상 속에서 진정한 효와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작품이다. 마지막 책장을 넘기며 터져 나오는 눈물을 감출 수가 없다면 그냥 내버려두어도 좋다. 가족과 친구들 앞에서 언제 마음껏 눈물을 흘려본 적이 있었던가. 그리고 손 안의 따뜻한 온기가 식기 전에 점점 작아져만 가는 우리 아버지와 아들들의 어깨를 감싸 안고 말하자. ‘사랑해, 그리고 고마워’라고.
한 가족의 아버지이자 아들이었던 아름다운 사람의 삶의 기록
구수한 사람 냄새 풍기는 고향사진관. 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변해도, 사진관이라는 이름이 스튜디오로 바뀌었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디지털카메라처럼 바로 보고 지워버리는 인스턴트식 사랑에 익숙해져버린 요즘, 용준은 손에 익을수록 더 아름다운 사진이 찍히는 필름 카메라 같은 존재이다. 남은 필름 개수를 세어 아끼고 아껴 좋은 사진만 나올 수 있도록 골라 찍고, 낡은 사진관 의자에 앉아 현상을 기다리며 잘 나왔을까, 어떤 사진이 나올까 초조하게 기다리던 즐거움. 그리고 사진을 소중하게 한 장 한 장 앨범에 끼우고, 몇 번이나 앨범을 펼치면서 흐뭇해했던 기억. 용준과 고향사진관은 낡은 필름 사진처럼 늘 그 자리에서 추억을 되새길 수 있게 한다.
그렇기에 효에 대한 의미가 퇴색된 요즘, 용준의 이야기가 더욱 애틋하기만 하다. 17년 동안 묵묵히 식물인간으로 누워 계신 아버지를 돌보며 자식의 도리를 다한 용준. 전통적 의미의 가족이 해체되어가는 요즘, 아버지가 되어보니 아버지를 알겠더라는 용준의 말이 사무친다.
손때 묻은 필름 카메라처럼 오랜 시간이 지날수록 그 진가가 발휘되는 친구 용준의 죽음은 마치 디지털 시대에 사라져가는 필름 카메라의 안녕을 고하는 것과 같다.
익숙한 것들이 사라져가는 이 시대에 『고향사진관』은 말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사람밖에 없음을.
고향사진관, 세상 모든 아들의 마음이 머무는 곳
선비의 고장 영주, 그곳엔 고향사진관이 있다. 그리고 그곳의 문을 열면 환하게 웃으며 맞아줄 용준이 있을 것만 같다.
『고향사진관』은 작가의 실제 친구를 모델로 한 실화 소설이다. 철이 들기 시작할 무렵부터 연을 맺어 훌륭한 인생의 조언자로 곁을 지켜준 친구. 친구들이 하나둘씩 꿈을 찾아 고향을 떠날 때도 묵묵히 남아 고향을 지켜주던 친구. 고향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친구가 바로 주인공 용준이다.
스물다섯, 서울에서 대학 재학 중 입대하여 제대와 동시에 쓰러지신 아버지를 대신해 가장의 짐을 떠안은 용준. 하지만 그는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아버지와 가족들을 돌본다. 복학도 포기하고 청춘과 인생을 접은 채 아버지의 손때가 묻은 고향사진관을 지키며……. 사회에 나가 아등바등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친구들의 눈엔 고향에서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아 느긋하게 살고 있는 용준이 부러웠겠지만 항상 밝게만 보였던 용준도 마음의 응어리가 있었다.
“내 인생으로, 월급, 그거 딱 한 번만이라도 받아보고 싶다. 부럽다…….”
-1부 친구1장, 52쪽
술김에 무심코 친구에게 던진 말이지만, 서른을 바라보던, 아직 가슴속에 붉은 피가 펄펄 끓고 있는 청춘이 불덩이를 삭이고 사는 게 어찌 마냥 좋을 수 있었겠는가. 친구들이 알콩달콩 설레는 연애를 할 때, 용준은 자신의 가정을 꾸려야 한다는 필요로 인해 맞선을 보고 아내를 맞으며 마땅히 젊음이 누려야 할 모든 것을 포기하지도 않았던가.
쓰러지신 아버지를 17년 동안이나 헌신적으로 모시며, 청춘을 오로지 가족을 위해 쏟아 부었던 용준. 시에서 주겠다는 효부상을, 이것은 마땅히 자식의 도리라며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던 아름다운 사람. 자신의 몸을 갉아먹고 있는 암세포 앞에서도 홀로 남으실 어머니와 자신을 의지하는 가족들을 먼저 걱정했던 사람.
고향사진관은 언제든 돌아와도 따뜻하게 맞아주는 안식처와 같은 곳이다. 그리고 비록 고향사진관을 지키던 용준은 없지만 그곳만은 언제나 따뜻하게 고향을 지키고 있을 것이다.
저자 김정현 소개
1957년 경북 영주 출생이며, 전직 경찰관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서울 시경 강력계 형사로 13년간 일하다 1991년 『함정』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나왔다. 김정현은 전망의 부재와 과잉 속에서 부유하는 현대인들에게 희망과 재생의 코드로서 '가족'이라는 해법을 사실적인 묘사와 섬세한 필치로 제시하며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소설 『아버지』는 1996년 가정과 사회로부터 설 자리를 잃어버린 이 시대 아버지들의 초상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 크게 주목 받았다. 이 작품은 경제위기와 가족의 해체 등 당시의 어려운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국내에 '아버지 신드롬'을 불러일으켰으며, 한국문학사에서 최단 기간 최고 판매를 기록한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꼼꼼한 자료 조사와 취재를 통해 사실감 있는 작품을 선보이는 그는 소설 『전야』의 구상 과정에서 10여 차례 중국과 시베리아 및 동남아 밀림지역을 직접 취재하는 한편, 경찰관 재직 시부터 수집한 통일 안보 분야의 방대한 자료와 관련기관 인사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탁월한 묘사와 현장감을 보였다.
취재차 방문했던 중국에서 중국의 역사와 문화에 빠져든 그는 지속적으로 관련 자료들을 섭렵하며 5천년 중국 역사를 다룬 이야기를 구상한 결과 이제 그 1권『중국인 이야기1』을 세상에 내놓았다. 대표 저서로는 『아버지』, 『어머니』, 『길 없는 사람들』(전3권), 『아들아 아들아』, 『여자』, 『함정』, 『고향 사진관』, 『아버지의 눈물』 등의 소설과, 『아버지의 편지』, 『중국 읽기』 등의 에세이가 있다. 닫기
허황되게 살아온 우리 세대의 삶을 소설을 통해 반성하고 싶었습니다. 근면하고 정직하게 산업화를 이룬 아버지 세대, 재바르게 살아가는 아들 세대에 비해 지금의 40~60대는 출세와 허영을 좇으며 자신과 가족에게 정직하지 못한 삶을 살아왔습니다.
출처 =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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