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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아동학대·성폭력 피해자들 “언제쯤 편안해 질 수 있을까요”

아동학대·성폭력 피해자들 “언제쯤 편안해 질 수 있을까요”

 

[시사타임즈 = 탁경선 기자]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아동학대·성폭력 피해자의 가족과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29일 ‘아동학대 없는 세상을 위한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피해자 가족들로 2008년 ‘조두순 사건’의 피해자인 나영이(가명)의 아버지와 2011년 어머니로부터 성적압박에 시달리다가 어머니를 살해한 지 모군의 아버지가 참석했다.

 

또한 일명 ‘도가니’ 사건이라고 알려진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는 김민선 광주장애인가정상담소 소장을 비롯해 아동학대 사건을 다뤄 온 이명숙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 장화정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장, 신의진 국회의원, 하늘소풍카페 민영숙 대표 등이 함께 자리했다.

 

 

아동학대 없는 세상을 위한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왼쪽부터 두번째) 조두순 사건 피해자 나영이 (가명) 아버지가 발언을 하고 있다. ⒞시사타임즈

 

 

먼저 나영이 아버지는 “아이는 현재 씩씩하게 잘 자라고 있다”고 근황을 소개하며 “내 앞에서는 당당한 모습을 보여져로 하고 있지만, 자신과 가족의 얼굴이 사회에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고, 특히 6년 후 조두순이 나오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 사건이 있은 이후부터 피해 아동들이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내 의무라고 생각한다”면서 “피해 아이들의 입장에서 사회 환경 변화가 와야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조 모군의 아버지는 “나는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라 할 수 있어 이 자리에 오는 것이 너무도 부끄러웠다”며 “내 아이에게 있어 나는 죄인이고, 그 아이를 그렇게 만드는 데 내 잘못이 너무도 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은 우리 아이는 조금씩 변화되어 가고 있고, 그 아이를 되찾을 수 있는 것에 너무도 감사드린다”면서 “현재 우리가 아이들에게 하고 있는 것들이 사랑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많은 분들이 올바른 사랑이 무엇인지 찾아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피해자 가족과 함께 2011년 영화 <도가니>로 다시금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해 그들의 가장 옆에서 현재까지도 도움을 주고 있는 김민선 광주장애인가정상담소 소장의 발언이 이어졌다.

 

김 소장은 “이 사건이 10년이 지났지만 피해 아이들은 여전히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며 “아동 성폭력 피해자의 지원은 그들이 생을 마감할 때까지 계속 되어야 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2012년부터 여성가족부에서 아동성폭력 피해자들의 지원을 위해 에산이 책정되어 있는데, 매년 연말마다 ‘이걸 계속 지원해 줘야 하냐’고 물어온다”고 지적하면서 “광주에서도 도가니 얘기를 하면 그만하라고 하지만, 그들이 여전히 괴로워하고 있는데 어떻게 그만 둘 수 있는지, 그들이 힘들 때 누군가 옆에서 소리를 들어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김 소장의 이와 함께 “특히 장애인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가 지적 장애인인 경우가 80% 정도 되는데 사건을 조사하면서 조서를 꾸밀 때 보면 일반 피해자들에게 진술을 받는 것처럼 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지적으로 한계가 있는 장애인들의 기소율이 굉장히 낮은 수준이다. 이러한 부분을 봤을 때 사법부의 인식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동학대특례법을 제정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던 하늘소풍카페의 공혜정 전 대표와 민영숙 현 대표는 “가르친다는 개념에서 아이들에게 체벌을 가하는 것을 이제 더 이상 훈육의 차원을 봐서는 안된다”면서 “가해자들의 엄벌처벌이 중요하고, 선진국 수준의 양형기준 마련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피해가 신고된 아이들의 케어를 위해 사회적 제도 마련은 물론, 아이들과 관련된 사건은 공소시효 자체를 없애야 할 것”이라며 “우리의 최종 목표는 더 이상 아동학대의 피해자가 없어져 윌 카페가 완전히 분해가 되는 사회가 오길 기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동학대 없는 세상을 위한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왼쪽부터) 장화정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장, 이명숙 변호사, 나영이 아버지, 지 모군 아버지, 김민선 광주장애인가정상담소 소장 ⒞시사타임즈

 

울산 계모 사건 피해자의 친 어머니는 메시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그는 “이제는 국민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아이들을 위해 노력해 나간다면 이 사회를 충분히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제는 아이들의 훈계에 대한 시점도 달리해야 하고, 최선의 예방은 강한 체벌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해왔다.

 

아동학대·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법률 지원을 해 온 이명숙 변호사는 아동학대사건의 경우 지역과 법원·검찰에 따라 너무나 다른 태도,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이 문제”라면서 “그에 반해 울산 계모사건의 경우 우리나라 최초의 아동학대사건에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한 것은 사법부가 더 이상 아동학대사건을 h자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여 진다”고 말했다.

 

또 장화정 기관장은 “‘아동학대범죄 처벌 특례법’이 시행되면서 처벌이 강화되고, 신고건수도 엄청나게 늘어났지만 아동 보호 예산이 거의 늘지 않아 지원할 수 있는 방책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한 상담원이 매년 거의 90~100정도의 사례를 관리하고 있는데 법이 시행되면 150~170건씩 맡게 되어 일이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고 증언했다.

 

신의진 국회의원은 “<우리는 모두 아이였습니다>라는 책을 통해 실제로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문제를 없애자는 노력 좀더 크게 확대 해 나갈 수 있는 기폭제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아동학대 가해자의 처벌도 중요하지만 이것이 반드시 치료가 수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아동학대의 상당수가 가정에서 발생되는 것이기 때문에 가해자가 처벌을 받고 다시 가정으로 복귀할 수 있고, 그 이후 다시 재발할 수 있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가족을 살리는 차원에서 처벌과 함께 치료가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우리는 모두 아이였습니다’ 캠페인이 11월19일 ‘세계 아동학대 예방의 날’을 전후로 하여 11월1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캠페인은 스케치북에 아동학대에 대한 생각을 써 인증샷을 함께 SNS에 올리면 매일 열 명에게 책과 아동학대예방 팔찌를 보내주게 된다.

 

또 11월18일 상암동 DMC 타워에서 열리는 국제아동권리포럼 ‘훈육과 아동학대, 그 경계를 말하다’와 11월19일 백범기념관에서 열리는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아동학대 예방의 날 기념식’에 캠페인 부스를 마련해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탁경선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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