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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아라우의 후예27> 무지개와 석양

<아라우의 후예27> 무지개와 석양

 

[시사타임즈 = 이철원 시사타임즈 회장] 레이테주는 한여름 더위에 지치면 시원하게 쏟아지는 소나기가 달궈진 대지를 식혀주는 것처럼 뜨거운 열대의 열기를 식혀주기 위해 스콜이 자주 내렸다. 예고도 없이 무지막지한 소나기가 쏟아지고 나면 언제 비가 왔나 싶게 또 뜨거운 태양이 대지가 머금은 습기를 피어 올리고, 이 습기가 뭉쳐져 손에 잡힐 듯 오색영롱한 무지개를 만들어 내었다. 대기 오염이 없는 이곳의 무지개는 어릴 적 기억에 남아있던 시골마을 어귀에 무지개처럼 선명했다. 누가 얘기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경건한 기도와 함께 아름다운 시상을 떠오르게 만드는 풍경이었다. 파병되어 한 달 후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쌍무지개가 주둔지 정문 좌우측에 찬란하게 피어올랐다. 많은 장병들이 무지개를 보고 부대에 깃들 좋은 소식을 기대하면서 쌍무지개가 사라지기 전, 아름다운 광경을 담으려 분주히 손에 든 휴대폰 사진기를 눌러댔다.

 

▲폐허 위에 무지개 (c)시사타임즈

 

성경에서는 무지개가 “다시는 세상을 물로 심판하지 않겠다”는 하나님의 약속이듯이 나 역시 부대를 찾아온 쌍무지개가 마치 부대의 성공적인 임무수행을 알려주는 하나님의 약속과 같이 느껴졌다. 무지개를 보며 부대의 성공적인 임무완수와 모든 장병들의 무사귀환을 기도하고 이를 사진에 담아 여러 지인들에게 보냈었다. 희망의 전령처럼 지인들에게 보냈던 쌍무지개 사진은 아름다운 격려의 말들로 바뀌어 내게 돌아왔다.

 

▲한국군 파병기념공원에 한국전 참전용사 동상과 석양 (c)시사타임즈

 

시간이 지나며 현지에 도착했을 때 그렇게 낯설게 보이던 풍경이 서서히 익숙해지고 아름답게 다가왔다. 새벽마다 주둔지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보면서 마주하게 되는 붉은 여명은 아름다움을 넘어 신비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은은한 해무가 낮게 깔린 주둔지에 완전히 어둠을 씻어내기엔 부족한 붉은 햇살이 내려 앉아 만들어내는 아침 노을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자신이 부끄러워지고 겸손해 졌다. 이에 반해 붉다고도 노랗다고도 할 수 없는 석양은 하루 동안 내 마음에 일었던 온갖 잡념들을 태워 버린다. 타오르다가 곧 어둠으로 바뀌는 짧은 석양이 내 마음 속에 불길처럼 일었다 사라지는 욕망을 보고있는 것 같았다. 햇빛이 공중에서 물방울 만나 아름다운 오색 무지개를 만들고 석양은 구름을 만나야 붉은 노을이 되듯이, 사람도 세상을 살아가며 가끔씩 역경과 고난을 만나야 인생의 참 의미와 즐거움을 알게 되는 것 같다.

 

글 : 이철원 시사타임즈 회장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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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원 시사타임즈 회장 wangco123@timesis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