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우의 후예53> 엄마는 시장 아들은 주지사
[시사타임즈 = 이철원 시사타임즈 회장] 필리핀에 근대적 선거제도가 시작된 것은 1907년으로 선거정치는 100여 년에 이르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필리핀의 정치는 몇 개의 주요 정치적 가문이 장악해 왔는데 이 ‘가문정치’는 스페인과 미국의 식민지 시절 필리핀 토착 지배세력들이 식민지 강국과 결탁되면서 시작되었다. 스페인 식민지 초기에 소수 인원이 필리핀 전역을 통치하려다 보니 일부 엘리트 인원들을 포섭하였는데 이때부터 지배계층 구조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후에 스페인에서 미국으로 지배권이 넘어갔어도 정치세력을 그대로 두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정치 엘리트층이 권력의 핵심이 되어온 것이다.
지금도 필리핀에 200여 개에 달하는 유력가문들은 막대한 토지와 기업들을 소유하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1987년 개헌을 통하여 대통령은 6년 단임제, 상원의원은 2회 연임 등으로 제한하고 있으나 유력가문의 가족들이 선출직위를 서로 바꿔 출마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표적인 예가 아로요 전대통령이 부정축재로 인한 법의 심판을 피하기 위해 대통령 직후에 하원의원에 출마하여 당선되었고 마르코스 전대통령의 미망인 이멜다여사는 하원의원에, 아들 마르코스 2세는 12명을 선출하는 상원의원에, 장녀는 일리코스주 주지사에 당선되었다. 전직 대통령 에스트라다는 다시 대통령에 출마하여 아키노 대통령에게 고배를 마셨지만 아들은 상원의원에 당선되었다. 특히 에스트라다 전대통령은 대통령 선거시 출마자 2명이 우열을 가리기 힘들 때 본인이 의도적으로 출마를 하여 에스트라다 대통령의 고정표가 또 다른 출마자의 표를 삭감시켜 선거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는데 이를 신종 정치어인 ‘에스트라다 효과’라고 한다. 이러한 가문정치는 누가 집권을 하더라고 개혁하기 어려운 고질병으로 부패정치를 낳은 주요 원인이 되었다. 과거 필리핀은 아시아의 민주화 바람에 중요한 역할을 했으나 지금은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아라우부대가 활동하는 레이테주도 예외는 아니었다. 더구나 이곳은 이멜다 가문과 이에 맞서는 페틸라 가문으로 양분된다. 타클로반 시장은 이멜다의 조카로 지역 내에서 가장 많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고, 주지사 페틸라 가문 역시 많은 현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레이테주는80년 초에 현 주지사의 부친이 주지사였으며 이후 부친은 아내(주지사 모친)에게 주지사를 물려주었다. 모친은 주지사를 역임한 후에 하원의원으로 출마하며 주지사 자리를 큰 아들에게, 큰 아들 역시 2번의 주지사를 역임한 후에 정부의 에너지장관으로 이동하면서 주지사 자리를 동생인 현 주지사에게 물려주었다. 개인적으로 물려준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선거를 통하여 당선되었지만 다른 후보 없이 단독 출마하였다. 만약 누군가가 유력 정치가문이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출마하면 지역에서 매장되거나 잘못하면 목숨을 잃기도 한다. 현재 76세인 주지사의 모친은 팔로시의 시장으로 아직 정정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이 지역에서 정치적 대모로서 역할을 하고 있으므로 각종 행사시 현 주지사만큼의 대우를 받고 있고 일부 시장들은 팔로시장을 ‘맘’(어머니)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런데 더 대단한 것은 주지사의 이모, 팔로시장의 언니는 79세의 고령이지만 레이테주 남쪽에 위치한 바이바이의 현직 시장이다. 필리핀에는 이렇게 80이 넘는 주지사, 시장들이 수두룩하다.
나는 항상 주지사의 모친인 팔로시장을 신경 써야 했다. 비록 나이 많은 할머니지만 한국 화장품을 좋아해서 로션, 립스틱 등을 선물했다. 농업지도자양성 학교를 팔로시가 아닌 인접시인 타나완시에 건립할 때 자기 시에 건립하지 않는 것을 못내 섭섭해 해서 “내가 농업학교 위치를 결정한 것이 아니라, 당신 아들인 주지사가 결정했으니 아들을 혼내주라” 라고 하자 “이제 커서 말을 안 듣는다”라고 하면서 웃고 넘어갔다. 임무를 마치고 1주일 뒤에 한국으로 복귀를 앞둔 시점에서 아직도 주민들이 왜 이렇게 대를 이어 정치가문을 지지할 수밖에 없는지 진정한 민주주의가 소원하게만 느껴졌다.
글 : 이철원 시사타임즈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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