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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연예/공연·전시

연극 <노란봉투>, 노동3권 보장 위해 시민과 연극이 손잡다

연극 <노란봉투>, 노동3권 보장 위해 시민과 연극이 손잡다

 

[시사타임즈 = 이지아 기자] 손배 가압류로 고통받고 있는 해고 노동자들의 상황을 알리고 노동3권 보장을 위해 시민과 연극인이 처음으로 손을 잡는 연극 <노란봉투>(이양구 작, 전인철 연출)가 ‘노란봉투 캠페인’에 이어, 11월25일 대학로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무대에 오른다.

 

노란봉투 캠페인이 손배가압류로 고통 받는 노동자들에 대한 시민의 힘을 모으는데 주력했다면, 연극 <노란봉투>는 노동과 노동권에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 노동자와 시민이 하나 되어 노동3권 보장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를 높이고자 만들어졌다. 연극 <노란봉투>는 노동3권 보장을 위한 손잡고 문화기획의 첫 출발인 것.

 

공연 관계자는 “이 공연은 시민과 노동자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곧 시민이라는 공통된 인식 하에, 노동 및 노동3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넘어 노동조합이 튼튼한 나라, 사람의 생명이 이윤추구를 위한 부품이 아니라 소중한 가치로 존중받는 나라,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며 ‘노동과 노동의 권리’의 본질에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배 가압류 문제 개선을 위한 시민모임 손잡고와 노란봉투

 

지난 2월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가압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출범한 시민모임 ‘손잡고’(대표: 조은, 고광헌, 이수호, 조국)는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지키고, 쟁의행위로 인한 손배 가압류가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아름다운 재단’ 및 주간지 ‘시사인’과 노란봉투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은 쌍용자동차 노조가 파업을 벌였다는 이유로 회사와 국가가 파업 노동자들에게 청구한 47억의 손배 배상액에 대해, 시사인의 독자 배춘환 주부가 4만7천원씩 10만명이 마음을 모아보자고 제안한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회사가 주는 월급봉투인 노란봉투가 누군가에게는 삶을 포기하도록 하는 해고봉투라는 사실에 착안해 시민들이 따뜻한 마음을 모으기로 한 것이다.

 

한 주부의 제안에서 출발한 노란봉투 캠페인은 이효리, 노엄 촘스키 등의 유명 인사들과 시민들이 참여해 총 111일 동안 4만7547명이 14억7천여만원을 모금하기에 이르렀다. ‘노동’을 주제로 한 시민모금캠페인 사상 전례 없는 대규모시민모금캠페인으로 시민과 노동이 하나가 된 순간이었다.

 

이후 손잡고는 손배 가압류와 관련한 법제 개선을 위해 지속적이고 다양한 활동을 벌여나가고 있으며, 첫 번째 문화기획으로 ‘손잡고 연극제’를 개최한다. 연극 <노란봉투> 손잡고 연극제의 첫 활동이다.

 

 

손배 가압류에 의한 노동자들의 죽음을 멈추게 해야

 

가수 이효리가 보낸 손편지 덕분에 널리 알려진 노란봉투 캠페인은 손배 문제로 생을 마친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대중에게로 전달했다. 한진중공업 노동자였던 故김주익 열사의 유서에 남겨진 아이들에게 힐리스 운동화를 사주고 싶다던 약속, 이상호 기자와 두산중공업 故배달호 열사의 딸들이 그의 방에서 찾은 3개 통장의 잔액이 0원이었다는 소식들이다. 시민들은 예쁜 자식들을 두고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노동자들의 손을 잡아 주었다.

 

이 공연을 제안한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이 연극이 손배 가압류 문제를 알리기 위한 수단을 넘어, 연극이 노동문제와 만나는 의미에 대해서도 강조했는데, “연극이 노동문제를 다룰 때 관객들이 이게 내 얘기라고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또한 “손배 가압류 문제로 자살하는 노동자들이 늘고 있는 이 기막힌 이야기, 이 말도 안 되는 죽음의 행진을 시민의 힘으로 멈추게 하려면 시민들의 자기 마음이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러다 어느 순간 사람들이 ‘왜 저 사람들이 파업을 시작했는지’를 잊고 손배 150억만 고민하고 있을 때, 연극은 그걸 간직하고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파업을 했던 진짜 이유, 용역들에 맞서서 폭력을 써야했던 진짜 이유. 연극은 그 부분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질 수 있다”며 “연극이 공감을 확산시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KBS개그콘서트의 코너인 <나를 술 푸게 하는 세상>에서 개그맨 박성광은 “국가가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는데?”라고 말한다.

 

한홍구 교수는 이것이 ‘복지 전쟁의 예고편’이라며, “우리 같은 케네디 세대에게 강요되었던 ‘내가 국가를 위해 뭘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라’는 것을 바꾸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의미에서 연극 <노란봉투>는 시민의 공감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투쟁과 삶의 희극성이 치밀하게 반영된 시민드라마

 

공연팀은 몇 달간의 세미나와 충분한 학습 시간을 가지는 한편 현장답사를 통해 리얼리티를 구축했다. 파업의 현장과 다양한 규모의 생산 공장을 찾아 생산 노동자의 현실을 목격하고 다양한 에피소드를 취재하면서, 개인과 보편적 현실 사이의 괴리를 극복해갔다. 이렇게 촘촘하게 엮어진 이야기를 통해 관객은 노동이 보장되는 보편적인 삶의 즐거움을 경험하게 된다. 때때로 배우들의 코믹한 앙상블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후 극 후반에 이르러 이 이야기가 2014년 한국의 상황으로 퍼즐이 맞춰지게 되면서 관객은 연민과 함께 노동권의 문제가 각자의 과제로 남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전인철 연출가는 “회사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회사를 떠난 사람도 있고, 회사를 지키기 위해 목숨 걸고 싸운 사람도 있다”며 “남아서 지키려고 했던 그 회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고 참여 동기를 전달했다.

 

이어 “관객들이 인간에게 일이란 어떤 것이며, 노동이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이양구 작가는 우리는 세월호 참사의 고통을 함께 겪은 세대로서, “세월호 참사로 고통 받는 사람들 곁에 있는 심정으로, 뒤늦게 관심을 가지게 된 손배 가압류로 고통 받은 분들의 심정을 헤아려 보고자 참여했다”고 말했다.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 치밀한 개연성으로 엮어낸 공간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고 평가받는 박상봉 무대디자이너의 소극장 무대도 주목된다. 생활의 현장에서 투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거대한 권력과 사회의 무관심에 질린 노동자의 두려움을 포착하는 무대미술과 동료들에 대한 투철한 믿음처럼 의기로 투합한 배우들의 앙상블이 기대할 만하다.

 

한편 공연 후반부 깜짝 장면으로 전국 투쟁사업장의 노동자들이 방문한다. 공연이 끝난 후 수시로 진행되는 ‘관객과의 대화’에도 참여해 관객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할 계획이다. 관객과의 대화에는 조은, 고광헌, 조국 등 손잡고 운영위원들도 함께 한다.

 

이지아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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