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찬호 작가의 르포르타주, 20대와 한국대학 이야기
독서르네상스운동 시리즈 (19)
[시사타임즈 = 독서르네상스운동 청년기자단 2기_독득(讀得) 육보나·유민영] ‘인문’과 ‘문학’이라는 개념은 왜 점차 빛바래져만 가는가? 우리가 진정으로 책과 통(通)한 적은 언제였던가? 서점 여기저기서 보이는 ‘자기계발서’들. 각각의 제목들은 인간의 발전욕구를 충분히 충족시켜 줄만큼 현실적이고 의욕적이다. 억지로 이 악물고 힘내면 마침내 행복이 온다고 보장하는 마법의 책들이 아닐 수 없다.
자기계발서의 제목들처럼 우리는 아프지만 참아야하고 인내해야하는 것일까? 오찬호 작가는 우리 사회에서 열풍하고 있는 힐링 담론의 문제를 저서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와 『진격의 대학교』를 통해 ‘20’대와 ‘대학’을 중심으로 하여 적나라하게 비판한다.
▶ 작가님은 사회학 강사로서, 오랫동안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이 작가님께서 위 책들을 집필하시는데 큰 영향을 미쳤을 것 같습니다. 어떠한 계기로 책을 쓰기로 결심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책은 일반적인 논문보다는 대중들과 직접적으로 호흡을 한다는 느낌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사회학 전공자로서 ‘사회가 잘못 흘러가고 있다’는 걸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 괴물이 된 이십대의 자화상>은 우리가 ‘좋다고만 이해하는’ 자기계발 혹은 힐링 열풍이 어떤 이데올로기를 개인에게 체화시키는지를 알리고 싶었죠. <진격의 대학교: 기업의 노예가 된 한국대학의 자화상>은 대학이 사회에 변화에 ‘발 맞추어’ 변한다는 것이 무엇을 은폐하고 있는지를 고발하고 싶었어요. 10년간 대학이 변했지만 대학생들의 삶이 나아진 것이 전혀 없으니 대학의 변화가 ‘틀린’ 거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죠.
‘사회가 잘못 흘러가고 있다는 것’, 그것을 주로 대학 내 풍경을 통해 느낄 수 있었을까요 ?
주로 관찰 대상이 대학생, 대학교육이었던 거죠. 무엇을 연구하든 그 위에는 한국사회가 있는 거잖아요. 대학생이든 대학이든 이들의 변화에는 한국사회에 어떤 원인이 영향을 끼친 거죠. 한국사회가 자본주의를 너무 신성하게만 여기고 자본주의의 어떤 비판도 허용하지 않는 문화가 밑으로 내려오게 되면서 대학 내 혹은 가정 안에서 어떤 일들이 발생하는 가에서 대해서 ‘대학’을 중심으로 확인하고 싶었던 거고 대학가 내에서 학생들이 경쟁의 개념을 가지고 ‘인간은 원래 경쟁의 동물이고 경쟁에서 지면 도태되는 건 당연한 거 아닙니까?’와 같은 정글의 법칙을 얘기하는걸 보면서 더 충격을 느낀 거죠.
▶ 대학 강의를 그만두시기 전, 대학에서 수업을 했던 강사의 입장에서 강사님만의 수업의 방향성과 의도를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학생들과의 의견차이로 인한 딜레마는 없었는지요.
의견 차이를 ‘딜레마’로 생각하면 사회학 강사생활 못하죠. 물론 제가 생각하는 방향에 귀를 기울여줄 수 있도록 나 스스로 논리적으로, 설득력 있게 그리고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겠지요. ‘다른 의견’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내게 말해줄 수 있다는 건 그만큼 강의에 집중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영혼 없이 그저 ‘강사의 코드에 맞추는 답안’을 적는 사람이 오히려 더 딜레마지요.
그 ‘의견차이’라는 것이 박사님이 ‘틀렸다’라고 말하고 있는 이 사회에 대해 학생들은 ‘그렇지 않다’고 믿는 것이면요? 그 맥락에서의 딜레마를 여쭤보고 싶어요.
예를 들어서 학생들이 나의 의견을 듣고, 어느 정도 내 의견을 ‘공감하고, 경청해 줄 수 있겠다’하는 분위기는 내가 가르쳐야하는 사람으로서 항상 마주쳐야 하는 거죠. 내 커리큘럼에 맞춰 내가 하는 말들이 다 진리가 되는 게 아니잖아요. ‘내 논리로 학생들에게 접근하면 반대의 의견을 가진 학생들하고도 논쟁을 할 수 있겠다.’에 차원이면 딜레마에 빠지지 않죠.
딜레마라는 건 어떤 이야기도 통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 때에요. 나한테 반론을 제기한 학생이 이미 거대한 장벽을 두고 있는 거죠. 그 학생한테 내 의견을 더 이상 말하면 나에게 어떤 낙인이 찍힐 것 같고 학생들을 선동하는 느낌이 나게 되는 거죠. 물론 주위에서 직접적으로 그렇게 말을 하지 않더라도 스스로가 그리고 주위 분위기가 그렇게 만들어지게 되고 저는 그때 딜레마에 빠지는 거죠.
▶ 작가님의 책은 결국 ‘현재의 스펙만능주의, 취업난 그리고 대학 기업화 등 이러한 2030세대에 관한 문제의 대안이 당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이러한 현상들이 문제임을 직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데요. 사회 분위기나 제도적 변화가 우선이냐 개개인들의 신념이나 가치관 변화가 우선이냐를 굳이 따져야한다면 어떠한 차원에서의 문제 직시가 더 시급 할까요?
취업3종 세트라는 게 등장한 게 10년 전이었어요.아무도 사회 탓을 안했죠. 그 결과는 취업 9종 세트라는 악몽입니다. 확률적으로 ‘사회가 변할 때’ 보다 많은 사람이 혜택을 입는 건 명백한 사실입니다. 다만, 그 ‘시간이’ 정해져있지 않으니 일반적인 사람들은 ‘사회의 변화’를 선택하기 두려워하는 것이지요.
▶ 위에 질문에 이어 ‘당장은 대안 없음’이라는 막막한 현실 앞에 그래도 우리 청춘들이 최소한의 지푸라기라도 잡을 수 있도록, 작가님께서 우리 청춘들에게 해주실만한 조언 아닌 조언을 들을 수 있을까요?
‘사회를 보는 눈’을 기르고 사회와 개인의 관계를 정확히 이해하게 될 때 삶에서 ‘개인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답니다. 그것이 당장 ‘스펙’도 아니고, 취업에, 그리고 연봉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하여 ‘소용없는 것’으로 이해하지 마세요. 먹고 사는 것만이 ‘인간다움’을 해결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착각이지요.
▶ 이번에는 저희 단체의 성격에 맞춰 ‘독서’에 연계하여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20대들의 독서는 ‘자기계발’이라는 일종의 취업수단으로서 독서의 진정한 의의가 변질되고 있는데요. 책과 인문이라는 개념의 가치가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현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 하세요?
많은 사람들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스마트 폰, 인터넷으로 대체된다고 생각하잖아요. 착각이죠. 예를 들어, ‘군주론을 읽는다. 국부론을 읽는다. 자본론을 읽는다.’ 라고 했을 때 그게 어떤 내용인지를 인터넷에서 볼 수가 있잖아요.
하지만 이건 책의 기능을 한 10분의 1정도밖에 이해하지 못한 거죠. 책 안에 녹아있는 굉장히 굵직한 맥락 그리고 책을 읽지 않으면 본인이 느낄 수 없는 어떤 함의를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은거죠. 그런 사람들한테는 이 책이라는 거 자체가 일종의 ‘데이터’고 정보 입수의 차원으로 이해되는 거죠. 이건 본인이 책에 대한 정의가 아주 협소하다는 거예요.
이런 협소함 때문에 인문학을 무시하게 되는 거고 ‘너희들이 인문학에서 말하는 정보, 우리도 다 알 수 있어’ 라는 거죠. 느린 것들, 사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들, 이런 것들에 대해서 무의미 하다고 생각하는 거고요. 이건 20대 뿐만 아니라 10대도 마찬가지고 우리사회 전반에 책 읽는 풍토의 변화와 대학이 구조조정당하는 것들과 상관관계가 뚜렷한 거죠.
▶ 작가님께서는 훗날 다수의 아픈 청춘들, 혹은 그 외의 독자들에게 어떠한 목소리를 내는 작가로 보여 지길 바라시는지 또한 앞으로 어떠한 내용의 책들을 더 계획하여 집필하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 ‘어두운 면’을 ‘어두운 면 그대로’ 드러냈던 작가이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런 문제의식과 더불어 일상의 삶 안에서도 ‘늘’ 문제제기를 망설어지 않는 시민, 그리고 부모로서 그런 교육을 시킬 수 있는 사람이고 싶네요. 앞으로 나올 책들 역시, 사회학적 렌즈로 ‘평범한 일상’에 평범하지 않은 시대의 맥이 있음을 밝히는 것들이랍니다.
▶ 독서르네상스운동은 범국민 독서 생활화 운동을 통한 독서문화 중흥에 기여하며, 풀뿌리독서단체나 출판사들을 이어주는 허브의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박사님께서 주관적으로나마 우리 단체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단순히 ‘책을 많이 읽자’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책을 ‘읽는 것’이 어떤 가치가 있는지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최고의 ‘책읽기 운동’이겠죠.
▶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책 읽는 것의 가치’는 무엇입니까?
책 시장은 줄었는데 출판사 시장은 굉장히 늘었거든요. 그러다보니 이제 사람들이 읽기 편한 책들 위주로 만들려고만 하는 거예요. 의미 있는 책보다 책을 안 읽는 사람이 잘 읽도록 하기 위해서 약간 감성적인 그리고 너무나 무겁지 않은 내용들, 예를 들어 자기계발 / ‘힐링’서 이렇게 본인 스스로에게 반성만을 하게 하는 책을 만드는 시장이 늘 커져왔다는 거죠.
개인적으로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 자체는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고 봐요.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책을 바탕으로 삼아서 의미 있는 생활을 하는가가 중요한 거지 그냥 ‘내가 책 읽었다’가 중요한 것이 아니잖아요. 책을 읽으면 얼마나 삶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질 수 있느냐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가 필요한 거죠.
▶ 박사님의 ‘내 인생의 책 TOP3’을 꼽아주신다면? 책 제목과 간단한 이유를 말해주세요.
단편소설 ‘도둑맞은 가난(박완서)’. 전 오랫동안 신문배달을 했었는데, 당시에 ‘인생에 경험삼아’ 한 달, 두 달 일하러 오는 대학생들을 만난 적이 많아요. 그때 느꼈던 심리가 소설에 그대로 표현되어 있지요. 읽으면서 정말 엉엉 울었답니다.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임기로)’ 일단 ‘사회과학적 책’이지만 너무나 ‘자연스럽게’ 읽힐 수 있었던 것이 기억에 남아요. 제가 지금 글쓰기를 함에 있어서 일련의 롤모델 같은 책이기도 하답니다.
‘학교에 계급 재생산(폴 윌리스)’ 사회학자가 현장에 참여관찰을 해서 어떤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지를 아주 잘 보여준 책입니다. 특히 노동자계급의 자녀들이 ‘계속해서’ 노동자계급으로 머무르게 되는 이유를 ‘역설’의 개념으로 설명하는데, 그 ‘통찰력’이 정말 대단한 책이지요.
진격의 대학교 (기업의 노예가 된 한국 대학의 자화상)
오찬호 저|문학동네|2015.04|14,500원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괴물이 된 이십 대의 자화상)
오찬호 저|개마고원|2013.12|14,000원
독서르네상스운동 청년기자단 2기_독득(讀得)
취 재 : 육보나, 유민영 (성신여대 사회교육학과, 동덕여대 문헌정보학과)
기 사 : 육보나, 유민영 (성신여대 사회교육학과, 동덕여대 문헌정보학과)
사진촬영 : 유민영 (동덕여대 문헌정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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