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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112)

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112)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

 

 

[시사타임즈 =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8월의 들판에는 온갖 곡식들이 익어간다. 벌판에 메밀꽃 향기가 코를 찌른다. 무더위 속에서 곡식이 익어가듯이 나의 평화마라톤도 알차게 익혀낼 때다. 지금 초심을 잃고 흔들리면 뷔페 상 위에서 아무도 손이 안 가는 음식처럼 버려질지도 모른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장인이 한 땀 한 땀 심혈을 기울여 명품을 만들어내듯, 한 걸음 한 걸음 명품 발걸음을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이제 저 멀리 대동강으로 회귀하는 연어의 비린내가 바람 타고 아련히 다가오는 듯하다.

 

▲사진제공 =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c)시사타임즈

 

메밀밭 저쪽으로는 숫염소 두 마리가 머리를 치켜들고 서로 상대방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쿵 소리가 나고 다시 거리가 벌어지더니 또 머리를 치켜들고 돌진했다. 머리통이 터지도록 들이받으며 싸움박질을 하고 있다. 주인은 바라볼 뿐 그들의 다툼에는 관심이 없다. 둘이서 풀어야 할 문제가 분명 있는 모양이다. 이곳의 끝없이 펼쳐진 메밀밭을 따라 이동한 양봉업자들이 꿀을 따는 손길도 바쁘다. 길가에 벌통이 보이면 발길을 멈추고 조심하지만 오늘은 잘 못 걸렸다. 벌들이 나를 삼각관계의 연적으로 오인했는지 웽웽거리며 마구 달라붙는다. 허긴 내가 꽃내음에 정신 못 차리기는 한다. 큰일 났다 싶어 모자를 벗어 휘두르지만 중공군처럼 밀어닥치는 벌떼들의 공격에 속수무책이다.

 

다행히 보호 차량이 바로 쫓아와 차에 올라타 차 안에까지 따라 들어온 벌들을 모자로 제압하고야 사태가 해결되었다. 벌 두 방 쏘인 것으로 잘 마무리되었다. 이제 내 발걸음은 칭비엔으로 들어섰다. 중국의 화물트럭은 바퀴가 22개 달린 괴물이다. 이 화물트럭이 14억 중국인들이 먹고 입고 생활하는 모든 것들을 실어 나르니 길 위에 화물트럭의 숫자는 엄청나다. 이 22개의 커다란 바퀴가 지나가면 용이 조화를 부려 구름을 만들어내듯 없던 먼지도 만들어서 구름 먼지를 일으켜 낸다. 아! 어쩌란 말이냐! 중국을 벗어나기 전까지는 이 괴물들과의 동행은 피할 수가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다음 날 달리다가 아스팔트에 박힌 못 뿌리에 발이 걸려 넘어져서 무릎이 까지는 사고가 났다. 나는 도로에 넘어져 한동안 일어나질 못했다. 약해진 무릎에 가해진 충격은 의지만으로 이겨내기 힘들었다. 한동안 차들이 쌩쌩 달리는 차도에서 정신이 몽롱한 채 일어나지 못하다 간신히 일어나 티슈로 흐르는 피를 닦아냈다. 통증으로 더는 달릴 수 없을 것 같아 차를 타고 이동하다 시골 마을의 보건소를 찾아 간단한 치료를 받고 호텔을 찾아갔다. 이제 내 평화마라톤도 막바지를 향해 가는데 정말 조심해야겠다.

 

▲사진제공 =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c)시사타임즈

 

어느 날 느닷없이 중국은 G2가 되었다. 우리의 이웃에 있는 인구 14억의 중국은 지금 한창 건설 중이다. 건설 중인 빌딩 숲에서 중국의 미래를 바라다본다. 중국 전 인민들이 30여 년 피땀 흘려 노력한 결과 예상보다 40년 일찍 G2가 되었고 심지어 곧 G1이 될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다. 그것은 우리에게 두려운 일이기도 하지만 잘 대비하면 엄청난 시장을 바로 코앞에 두는 축복이 될 수도 있겠다. 예를 들어 화장품 하나만 이야기하자. 중국의 14억 인구 중 반은 여자이다. 이들은 한국산 화장품을 너무 좋아한다. 그러나 중국 여자들의 대부분은 아직도 화장하지 않은 생얼굴이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화장을 하기 시작하면 화장품의 시장이 얼마나 커지겠는가? 아마 그 시기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빨리 올 것이다.

 

중국은 여성 인권의 차원에서는 선진국 수준이다. 유교 문화권이지만 이 부분에서는 우리를 훨씬 앞장서 간다. 여성의 지위가 획기적으로 개선된 것은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이다. 중화인민공화국이 들어서고 바로 시행한 법이 바로 혼인법이다. 강제결혼, 남존여비, 자녀의 권익을 무시하는 봉건주의 결혼제도의 폐지, 일부일처, 남녀의 권리 평등 등이 규정되어 있다. 여성의 취업도 늘어나고 임금 격차도 줄어들었다. 탁아소나 직장이나 아파트 단지 내에 구내식당을 갖추어 육아나 가사에서 자유로워졌다. 특히 중국인들은 아침을 대게 사 먹는다.

 

그러나 중국에서의 남녀평등은 여성을 여성 자체로 인정한 것이 아니라 똑같이 군복을 입고 강하게 노동하는 것을 의미했다. 개혁개방 이후 여성들도 여성성을 찾기 시작했다. 그 시절 여자들도 남자와 똑같이 통즈(同志)라 호칭했다. 지금은 여성을 샤오지에(小姐)라고 호칭한다. 이 샤오지에들은 여자다움을 잘 드러내고 싶어 한다. 여성들이 외모에 관심을 가지면서 미용 산업의 규모는 확대일로를 걷고 있다.

 

중국인들을 이해하는 몇 가지 주요 단어가 있다. ‘만만디’가 하나요, ‘콰이콰이’가 둘이다. 거기에 ‘멘츠’와 ‘꽌시’를 추가하면 중국인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나는 사실 이런 단어들이 편견에서 나온 산물이고 편견을 유발시키는 좋지 않은 시각이라고 생각하여 조심스럽지만 일단 처음 중국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정보 정도로 알고 있으면 편리할 때도 있다. 그러면서 자기가 본 진짜 중국인들의 모습으로 편견을 지워 가면 좋을 것이다.

 

중국인들에게 세 가지 출세하기 위한 요소가 있다고 한다. 첫째는 실력이요, 둘째는 꽌시요, 셋째는 운이다. 일류대학 출신이 출세의 확률이 더 높은 것은 어디를 가나 마찬가지이고 운이 좋아야 한다는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꽌시는 인맥과 돈을 아울러 말한다. 아무리 좋은 관계를 유지하더라도 도와준 만큼 답례가 없는 것은 꽌시가 대번에 무너지게 된다.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가 꽌시의 기본이다.

 

‘만만디’는 ‘천천히’라는 뜻으로 무슨 일이든 느긋하게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돈이나 자신의 이익이나 명예에 관한 일이라면 ‘콰이콰이’(빨리빨리)가 되는 게 중국인이다. ‘멘츠’는 체면이다. 체면을 중히 여기므로 사람들 앞에서 체면을 살려주면 좋아한다고 한다. ‘꽌시’는 우리 말의 연줄에 해당한다. 중국인들은 무뚝뚝하여 한번 친해지기가 쉽지 않지만 한번 인간관계에 신뢰를 가지면 만사형통이 되어 사업적 동반자로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중국문화의 핵심은 사람이 천지 만물 가운데 가장 소중하다는 인본주의에 있다. 멘츠나 꽌시를 중히 여기는 까닭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신의 숭배를 중시하지 않는다. 종교가 중국에서 좀처럼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이유이다. 중국의 인문정신은 예악(禮樂)을 통한 교화를 더욱 강조한다. 불교는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는 것을 가르친다. 내적 반성을 주장하는 불교가 중국문화의 내면을 지향하는 정신과 잘 어울린다.

 

▲사진제공 =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c)시사타임즈

 

시진핑 시대 중국 국가전략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이다. 일대는 동아시아에서 유럽까지 이어지는 철도 또는 육로를 의미하고, 일로란 동아시아부터 동남아시아, 나아가 유럽까지 항해하는 해로를 의미한다. 역사적으로 대륙 국가로서 가장 융성하고 강했던 당나라 육상실크로드와 강력한 해양군사력으로 동남아 서남아 중동 아프리카까지 넘나들었던 명나라 정화장군 남해원정대의 해상 실크로드를 연결하여 실크로드 경제벨트를 만들어 21세기 중국인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 구상은 그 옛날 최고의 책사로 불리던 제갈량이나 장자방을 능가한다는 중국공산당 중앙정책연구실 왕후닝(王沪寧) 주임이 입안했다.

 

21세기 중국의 국가전략으로써 일대일로보다 더 좋은 전략이 나올 수 없다고 할 정도의 절묘한 국가전략이다. 중국 역사상 이보다 더 이상적이고, 중국 국민의 애국심과 자긍심을 고취하고, 주변국들과 경제적 사회적으로 공생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국가전략은 없었다. 2017년 현재 65개 국가가 참여하고 있다. 일대일로는 내륙 3개, 해상 2개 등 총 5개의 노선으로 추진되고 있다. 일대일로가 성공할 경우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하나의 거대한 시장이 탄생하는 것이다.

 

시진핑이 일대일로에 애착을 보이는 이유는 중국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중국판 마샬플랜’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궁핍해진 유럽경제를 살리기 위해 4년간 16개 국가에 130억 달러를 쏟아부어 유럽경제를 회복시켰다. 미국의 달러화는 이때 세계의 패권을 잡았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하여 동남아와 중앙아시아 지역의 인프라 건설과 자금투자를 바탕으로 위안화의 국제화를 이루고자 한다. 아무튼 왕후닝이라는 천재 책사가 만든 국가전략, 일대일로에 의해서 지금 중국은 크게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일대일로(一帶一路)가 중국의 패권주의 수단이 아니라 말 그대로 ‘상호 존중’,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실현된다면 동아시아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이어지는 유라시아 육로는 새로운 세기를 활짝 여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동아시아에서 유럽까지 육상운송을 할 경우 해상운송에 비해 운송비와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는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정책과도 일맥상통하게 된다. 또한 바다를 접하지 않은 중앙아시아 국가에는 유럽과 아시아와의 접근성을 높이고, 이를 계기로 경제적 발전을 이룰 계기가 마련되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중국은 드넓은 대륙을 균형있게 발전시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것이다.

 

▲사진제공 =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c)시사타임즈

 

2012년 시진핑은 제12기 전국인민대회 폐막식에서 ‘중꾸어몽(中國夢)’을 이야기하는 장면은 1960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언급한 ‘아메리칸 드림’을 연상시킨다. 당시 케네디 대통령은 미국인들에게 달콤한 감성에 젖게 하고 희망과 기대를 한껏 부풀어 오르게 했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로 사회주의를 수정하여 경제적인 성공을 이룬 단 하나의 국가이다. 중국몽이란 공산혁명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경제, 군사, 정치 강국이 되는 꿈이다.

 

시진핑은 꿈을 이야기한다. 중국의 꿈, 아태꿈(亞太夢)과 함께 유라시아꿈(亞歐夢)을 이야기한다. 아구몽(亞歐夢), 중국인들은 유라시아를 아구(亞歐)라 부른다. 그러고 보니 그 표현이 맞다. 아시아가 유럽보다 크고 문명의 시작으로 보아도 그렇다. 유라시아는 유럽인들이 자기들 관점에서 만들어낸 말이니 ‘아시럽’이라고 표현해야 맞겠다. 그는 꿈을 말하면서 구체적인 실천방안도 말한다. 그러나 문제는 일대일로를 중국의 새로운 패권 추구로 보고 경계하는 나라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나도 그것이 아니라 일대일로가 아시럽(유라시아) 평화시대를 활짝 여는 큰 길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중국공산당은 처음 소련의 영향과 원조를 받으며 자리를 잡았으나 1970년대 국경분쟁 등 갈등을 벌이다가 당시 소련과 패권 경쟁을 벌이던 미국이 손을 내밀자 미국과 손을 잡으며 고속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미국은 중국을 통해 소련을 견제하고 베트남전의 중국 지원도 약화하려 했다. 이때 덩샤오핑은 타계하기 전에 유언처럼 미래전략으로 유명한 도광양회(韜光養晦)란 말을 남겼다. ‘칼의 빛을 숨기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른다.’라는 의미이다. 덩샤오핑은 신중하고 지혜롭고 안목이 넓고 깊었다. 중국은 앞으로 100년간은 힘자랑하지 말고 미국에 맞서지 말고 속으로 내공을 기르라 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시진핑이 급하게 중국의 욕망을 드러냈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많다.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

 

글 :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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