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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80

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80

세 남자의 향기

    

 

[시사타임즈 =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내 발걸음에 곡조가 생기더니 이제 노랫말이 얹어진다. 희망의 찬가가 되어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달리며 평화와 통일을 노래하였고, 그 너머의 새 시대를 바라보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고 그 너머의 평화 시대, 온 세상 사람들이 한울안 한 가족이 되어 공생공영하는 개벽 세상을 바라본다. 처음에는 홀로 부끄러워 콧소리로 흥얼거리던 것이 이제 힘이 실렸고 어느덧 사람들이 떼창으로 화답하게 되었다. 어울렁더울렁 어깨 걸고 발맞추어 함께 부르니 하늘에 울려 퍼지고, 함께 부르니 땅이 감읍하였다.  

 

▲사진제공 =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시사타임즈

 

나는 끝없이 펼쳐진 푸른 초원을 보면 가슴이 설레인다. 푸른 풀들이 서로 엉켜 바람에 대지 위를 뒹굴 때면 나도 사랑하는 이와 얼싸안고 환호성을 지르며 푸른 초원을 맘껏 뒹굴고 싶다. 꽃은 향기로 충만하고 나비는 춤으로 충만하다. 뭉게구름 떠가는 푸른 하늘 저 멀리 접촉을 거부하는 듯한 순백의 설산이 아득하게 보이니 마음마저 맑은 고요 속에 들고 뭔가 꽉 차오르는 충만감에 희열까지 느껴진다. 나는 언제나 사랑에 목말라하고 사랑에 마음 졸여 할 줄 안다. 카자흐스탄의 초원을 달리며 나는 가끔 그윽이 풍겨오는 남자의 향기에 정신 못 차린 때도 있었다는 것은 깨닫는다. 바로 어제, 그제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에서도 그랬다.

 

분에 넘치는 교민들과 고려인, 그리고 한국어를 배우는 현지인들 환영행사의 여운을 안고 어제 달콤한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아침에 다시 서울공원에서 출발할 때는 한국에서 오신 응원단끼리 간단하게 길배웅 행사만 하고 출발하려는데 가이랏 전 교육부 장관이 다시 찾아와서 우즈베키스탄인들의 명예의 상징인 족장의 전통의상을 입혀주며 내게 다시 영웅이라고 호칭하며 나머지 일정도 무사히 마치기를 축원하여주었다. 과분한 호칭에 부담스러워하면서도 그 전통의상을 입고 타쉬켄트 시내를 한동안 행진하였다.

 

세상에 우연한 만남은 없다. 만남은 물결처럼 파동을 일으키며 나아간다. 물은 들판을 적시고, 숲에 스며 뭇 생명을 살린다. 힘들고 절망에 빠졌을 때 사람으로부터 힘을 얻는다. 가이랏 전 교육부 장관은 송인엽 교수님이 2002년도 우즈베키스탄에서 KOICA 소장으로 재직 당시 우즈베키스탄 국립 세계언어 대학교 총장으로 재직하였고 송교수님과 긴밀히 협력하여 KOICA의 지원으로 같은 대학의 한국어과를 개설하여 최고인기 학과로 발전시키고 컴퓨터 교육을 강화하는 데 크게 이바지하였다고 한다. 또한 그의 강력한 요청으로 송교수님은 세계언어 대학에서 한국학을 한 학기 강의하기도 하였다.

    

▲사진제공 =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시사타임즈

 

 그러한 점을 높이 평가하여 세계언어 대학은 2003년도에 송교수님에게 명예 문학박사를 수여하였고 또한 그의 도움으로 우즈벡TV에 한국어 교육을 방영하기도 하였다는 것이다. 그렇게 맺어진 인연은 송교수님이 우즈베키스탄을 떠난 후 그가 교육부 장관에 임명되고도 계속 이어졌다. 그는 한국이 자원과 자본이 부족한데도 놀라운 경제 문화적 발전을 이룩한 것이 좋은 교육 덕분이라는 것에 주목하고 우즈베키스탄에 한국식 교육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하여 우리나라를 다섯 번이나 방문하기도 하였다.

 

그는 내가 타슈켄트로 들어오던 날 새벽부터 반나절 나와 동반주는 물론 평화행진, 환영 대동 한마당행사, 평화포럼, 길마중등 23일 동안 우리 평화행사에 모두 참여하여주는 우정을 과시했고, 송교수님과 나를 3개 대학 특강을 주선하여 학생들에게 한국의 발전 소식과 나의 평화마라톤 소식을 전하는 자리를 마련하여 주었다. 학생들은 정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귀를 쫑긋 세우며 먼 나라 한국 이야기, 유라시아를 이어오면서 겪었던 나의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주었다.

 

허선행 세종학당 교장선생님은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군 복무를 마치고 아직도 약관의 나이로 한글 해외보급에 신명을 바치겠다는 일념으로 1992년에 우즈베키스탄에 건너와 한글을 지금까지 보급하여 지금은 한국어 학당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도 크고 최고의 한글학교로 발전시켰다. 2002년에 송교수님이 우즈베키스탄에 부임해 갔을 때 KOICA의 지원을 요청했으나 KOICA 업무 범위에 교민지원은 제외되어 있어, 공적인 지원은 못 하고, 사적으로 작은 도움만 주어서 항상 마음에 미안함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지금 허선행씨는 평통지부장으로 조국의 평화통일정책에 기여하며, 2011년부터는 문체부로부터로부터 연 5천만 원씩을 지원받아, 세종학당을 교사 13, 학생 550명을 가르치는 기관으로 발전시켰다. 그리고 송인엽 교수님은 유라시아대륙횡단 평화마라톤의 최고의 후원자가 되어서 16,000km의 중간지점인 8,000km 돌파 기념행사를 준비하러 이곳으로 날아와 멋진 남자들의 멋진 우정을 바탕으로 행사를 성대하게 치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엊그제 행사에게 내게 꽃다발을 전해준 화동은 허선행교장선생님의 딸이었다. 러시아계 부인과의 사이에서 태어나 동서양의 장점만 가지고 태어난 미인이었다. 

 

▲사진제공 =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시사타임즈

 

송교수님과 나는 작년 8, 날 좋은 주말 오후에 뚝섬유원지 걷기 모임에서 처음 만났다. 그때 내 계획을 이야기하고 네덜란드 헤이그의 이준열사 기념관에서 첫 출발 한다고 하니 처음 만난 내게 이준열사에 대해서 설명을 해서 사실 첫인상이 잘난 체 많이 하는 사람으로 남아있었다. 그런데 몇 번의 만남이 이어질수록 그 잘난 체 많이 하는 사람이란 인상은 지워지지 않았지만 그것을 상쇄하고도 남을 묵은지 같은 깊은 맛도 있는 사람으로 내게 다가왔다.

 

마라톤은 김치와 같다. 땀으로 절이고 매콤한 열정으로 양념을 하고 은근과 끈기로 발효가 되어야 제맛이 난다. 이렇게 오랫동안 여행을 할 때 제일 생각나는 것이 김치이다. 우정도 그런 것이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절이고 매콤한 공감대로 양념을 하고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야 발효가 되어 제맛이 난다.

 

서울공원을 출발하여 카자흐스탄 국경까지 가는 길은 송인엽 교수, 김종근씨, 또 파리에서 날아온 임남희씨가 28km나 되는 길을 함께 뛰어주었다. 28km란 거리는 훈련되지 않은 사람은 뛰기 힘든 거리인데 다시 시작하는 나의 길배웅으로 끝까지 함께하여 주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국경은 다른 국경보다 통과하는데 비교적 수월했지만 그래도 한나절을 이곳에서 허비하고 말았다. 국경을 넘으니 눈에 보이는 풍광이 지금까지와는 확연히 달랐다. 푸른 초원의 들너울이 바다처럼 넘실대고 있었다. 넘실대는 대지의 바다를 물고기가 유영하듯 달리니 내 마음도 넘실넘실 파도를 친다. 이 드넓은 바다 위에 풀을 뜯는 양 떼, 소 떼, 말 떼가 물고기 떼 같이 한가롭다. 가축들이 유유히 먹이를 찾아 이동하는 목가적인 풍경을 보면 늘 마음에 새록새록 아련한 추억이 떠오르는 것 같다. 돌아보면 난 그런 풍경 아래 자라본 적이 없는데도 말이다. 그것은 아마도 내 몸 한구석에 유목민의 유전자가 남아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사진제공 =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시사타임즈

 

내리쬐는 태양의 뜨거움을 견디며 저 멀리 눈을 머리에 이고 있는 톈산의 모습은 경이로움 그 자체이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천년 사찰의 종소리처럼 신비와 성스러운 울림을 가슴에 전달해준다. 설산을 가슴으로 호흡하며 달리고 있을 때 저 앞에 승합차 한 대가 서더니 열댓 명이 우르르 내려서 플랭카드를 들고 서 있고 한 사람이 내게로 뛰어온다. 나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금방 분위기 파악을 하고 장난기가 동하여 괴성을 지르며 그들에게 다가갔고 그들은 열렬하게 나를 맞아주었다.

 

잠시 내 소개를 하려고 하자 이미 인터넷을 통해서 알고 있다고 한다. 아마 며칠 전 대학에서 강의를 들었던 친구들이 SNS를 통해서 내 소식을 알린 모양이다. 그들은 타슈켄트의 마라톤 동호인들로 카자흐스탄의 알마티 마라톤대회에 참석하려고 가는 중에 나를 보고 지나가다 차를 다시 돌려 내게로 왔다.

 

남자의 향기는 한 여자에게 바치는 지고지순하고 헌신적인 사랑을 할 때 나는 향기일 수도 있다. 맑은 듯 강인한 눈빛에서 느껴지는 안정된 분위기, 안색, 혈색에서 풍겨 나오는 건강한 기운, 마주 보면 편해지는 품격있는 미소, 어깨가 벌어져서 자신감이 넘쳐 보이고 당당해 보이는 걸음걸이와 용모, 열정적인 에너지를 가진 사람에게서는 전해지는 향기가 있다.

 

그러나 진정한 남자의 향기는 푸른 초원을 달리는 말에서 나는 듯한 조금은 퀘퀘하게 나는 역동적인 냄새일 수도 있다. 그것은 후각적인 냄새와는 다른 것이다. 남자에게서는 마음으로 통하는 향기가 날 때가 있다. 믿음직한 냄새! 신뢰가 가는 냄새가 있다. 금방 식상하지 않고 아련하게 취해가는 초원의 야생화 향기 같은 것 말이다. 그래서 남자의 향기는 살 만큼 살아서 세월이 덧입혀져야 제 향이 나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소프트웨어의 시대이고 가장 소프트웨어적인 것은 사람이다. 사람 중에서도 나, 내가 가장 나다울 때 더 넓고 큰 인연을 만나 조화를 이루며 발전을 하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초원을 달리고, 대지를 달릴 때 가장 나다운 것을 느낀다. 그러니 초원을 달리면서 나는 비로소 물고기가 물 만난 듯이 신명나게 달리고 있다. 모든 것을 훌훌 벗어버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 내 마음이 가는 곳으로 나왔더니 내가 이렇게 빛나고 있다.

 

본래 길은 사람을 만나고 인연을 쌓는 곳이다. 길 위에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다 인연이 되지는 않는다. 특별한 향기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 삶이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다 가슴이 좇는 만남이 있다면 삶은 축복이 된다. 사람과 만남이란 한 인간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아우르는 가슴 벅찬 만남이다.

 

지금껏 나는 내가 누구인지 모르고 혼란스럽게 살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이 세상에서 가장 큰 불행은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데서 비롯된다. 자신의 맛과 색깔 그리고 향기를 갖는 것은 타인을 발견하는 것과 다름이 아니다. 그렇게 자신과 타자가 서로의 향기에 취해서 소통할 때 사회는 더욱 건강하고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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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