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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81

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81

단군의 자손 카자흐스탄

 

 

[시사타임즈 =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카자흐스탄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얼굴이 우리의 얼굴과 매우 똑같다는 것에 오히려 이질감까지 느껴진다. 카자흐스탄은 130여 개의 민족이 어울려 사는 다민족 국가이지만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카자흐인들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과 너무 닮았다. 그런데 김정민 박사의 단군의 자손 카자흐스탄을 읽노라면 소름이 끼칠 정도이다. 지나친 상상력으로 억지로 상관관계를 만들었다 싶은 곳이 없지 않아 다 인용하기는 무리가 있어도 많은 부분 공감할 수 있는 것도 흥미를 유발한다 

 

▲사진제공=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시사타임즈

 

카자흐스탄에서 쏟아지는 각종 문화의 파편들이 놀랍게 단군 시대의 우리 것이 쏟아지는 것은 놀라울 뿐이다. 한민족의 주류는 한반도에 살지 않고 먼 곳에서 이주해 왔다는 사실은 아무도 부정하지 않는다. 우리 역사에 나오는 고조선, 고구려, 발해 등등의 국가들은 모두 만주에 존재했었으며 더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 12환국이나 배달국까지 언급하게 되면 파미르나 티베트, 바이칼호수까지 이르게 된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국민 대부분이 국조인 단군을 신화라고 믿고 있는데 카자흐스탄에서는 정설로 기록하고 있는 모습이 무척 흥미로웠다. 단군은 몽고나 중앙아시아에서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의미의 탱그리를 한자로 표기하는 과정에서 변이가 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탱그리는 터키를 비롯한 대부분의 중앙아시아 사람들이 이슬람으로 개종하기 전에 믿었던 신이다.

 

신진 사학자들은 언어의 뿌리, 민족 전통, 사회구조의 유사성과 지역적인 연관성 등을 보며 한국 고대사의 뿌리를 중앙아시아 여러 나라와 카자흐스탄에서 찾고 있다. 한국을 뜻하는 ""은 태양을 숭배하던 샤먼에서 시작되었으며 중앙아시아 사람들과 우리는 "태양의 후예'라는 형제의식을 갖게 하기에 충분한 근거들이 널렸다. 사실 뿌리의 심원을 찾아 한참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우리는 한 형제요 한 이웃이라는 것은 역사학자가 아니더라도 금방 상상할 수 있는 일이다  

 

▲사진제공=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시사타임즈

 

상상을 아프리카의 어느 사바나 지역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는 좀 더 좋은 환경을 찾아 서로 다른 곳으로 이주해온 한 뿌리일 것이다. 7만 년 전부터 동아프리카의 현생인류가 아라비아반도로 퍼져나갔고 거기서부터 유라시아대륙 전체로 급속히 퍼져나갔다. 어찌 보면 여행은 삶의 한 수단이었다. 거주이전의 자유는 천부인권에 해당한다. 인류의 역사는 끊임없이 살기 좋은 곳을 찾아 이동한 역사와 다름이 아니다. 유라시아를 달리면서 특히 아무르강 근처에서 우리와 이웃하고 살던 튀르크 민족의 분포를 보면 그것은 더 확연히 드러난다.

 

이곳에 오니 비로소 지금껏 내가 마주해보지 못했던 초원이 펼쳐진다. 초원의 빛은 찬란하게 눈부셨다. 8km를 넘게 달리니 진정한 달리기 딜레탕트가 되어간다. 봄날 모든 창문과 문을 활짝 열어 금빛 햇살을 집안 가득 채우듯이 마음의 모든 창문을 열어 초원의 찬란한 빛으로 채운다. 초원에는 갖가지 이름 모를 꽃과 풀들이 잔잔한 아름다움으로 저마다 피어나서 마치 천국에라도 온양 싶다. 밤이면 수많은 별이 손에 잡힐 듯 지척에 있는데 이곳이 천국이 아니면 어디가 천국이리오!

 

극도의 피로한 육신 위에도 유희적인 기쁨이 영혼에 깃든다. 콧노래를 부르며 달리다가 좁은 골목길에 당나귀보다 두 배나 덩치가 큰, 뽀빠이 만화영화의 부루투스 같은 체형의 남자가 자기보다 작은 당나귀 등위에 올라타고 콧노래와 국제적인 콧노래의 즉석 만남이 이루어진다. 그는 좁은 골목길에서 나와 큰길로 가고 있었다. 만화 같은 모습이 그로테스크하기도 하고 동물 학대 같아서 안쓰럽기도 하다. 당나귀의 표정이 죽을 지경이다. 입에서는 도와줘요. 뽀빠이!” 소리가 새어 나오는 듯 김이 거친 호흡이 새어 나온다. 시금치 통조림이라도 있으면 먹여서 힘을 돋우고 싶다. 

 

]▲사진제공=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시사타임즈

 

내가 지나는 심켄트는 카자흐스탄에서 세 번째 도시이고 거기서 450km쯤 북서쪽에 '붉은 도시'라는 뜻의 크질오르다라는 도시가 있다. 수도가 알마티로 이전되기 전까지 크질오르다는 중심 도시였다. 지금의 수도는 아스타나이다. 이곳에는 거주이전의 자유와는 상관없이 느닷없이 날벼락처럼 이주해온 고려인이 있다. 크질오르다는 그들에게 초기 정착과정에서 매우 의미 있는 곳이다.

 

이주 인원이 가장 많기도 하고, 이곳의 고려인들은 특별히 문화적 정체성을 잃지 않고 새로운 한인사회를 만들어내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인 곳이기도 하다. 그 중심에는 전설의 항일의병장인 홍범도 장군이 있다. 홍 장군은 19206, 일본군 19사단을 봉오동 골짜기로 유인하여 궤멸시켰다. 그해 10, 일본군은 보복전에 나섰다. 이때에도 홍 장군은 김좌진 장군과 합세하여 일본군을 대파하였는데, 그것이 유명한 청산리 전투다.

 

그는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머슴이었다가 포수가 되기도 하고 의병대장이었다. 말년에 이곳의 극장 문지기로 1943년 대한독립군 총사령관이자 조선 빨치산 대장이라는 별명으로 일제를 공포에 떨게한 디아스포라 고려인 홍범도는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에서 쓸쓸한 생을 마감했다. 홍범도 장군은 이곳에서 조국의 광복을 보지도 못하고 말년을 보내다 돌아가셨다. 이곳까지 와서 술 한 잔, 꽃 한 송이 못 바치며 지나치는 발걸음이 무겁기만 하다. 빈민가에 있다가 정부의 무관심으로 헐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그가 살던 옛집 소식은 더욱 마음을 착잡하게 만든다. 잠시 달리던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숙이고 묵념을 올린다.

    

▲사진제공=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시사타임즈

 

카자흐스탄의 초원에서는 장대한 골격의 말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는 모습을 수도 없이 보게 된다. 투르크메니스탄이 낙타의 나라라면 카자흐스탄은 말의 나라이다. 나는 카자흐스탄을 달리며 초원을 힘차게 달리는 말의 등에 올라타고 다닐 수 있다는 기발한 생각을 해낸 최초의 사람의 상상력에 경의를 표한다. 모든 것은 상상력에서 시작한다. 따지고 보면 나의 유라시아 평화마라톤도 상상력에서 시작했다. 나는 꿈꾸고 상상하며 가능성을 하나하나 점검하며 실행에 옮겼다.

 

인류 문명의 비약적인 발전도 전적으로 상상력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기마문화가 얼마나 인류의 삶을 변화시켰는지 유라시아 역사를 공부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인간은 처음에 장대한 골격에 엄청난 속도로 초원을 맘껏 달리며 폭발적인 힘을 가진 말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기만 했을 것이다. 바라보며 꿈꾸며 말을 잡을 궁리를 하고 그것을 길들이려 엄청난 대가를 치렀을 것이다. 인류가 작은 무리에서 거대한 집단을 이루고 살아가기 시작했을 때 야생마를 폭넓게 에워싸고 좁은 협곡으로 몰아넣어서 잡았을 것이다.

    

▲사진제공=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시사타임즈

  

문명은 말을 타고 전파되고 발전하였다. 말을 탄 자 제왕이 되었고 장군이 되었고 목동이 되고 상인이 되었다. 말을 길들이는 자 부와 명예가 따랐다. 힘이 세지만 싸움을 실어하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지고 구속되기를 거부하는 말을 인간에 순응하고 등을 내어주도록 만든 것은 재갈이었다. 그러니 재갈은 인간의 엄청난 발명품이다. 영악한 인간은 말의 두 번째 어금니를 빼거나 갈아서 그 사이에 재갈을 물렸다. 재갈이 가져다주는 엄청난 고통은 인간에게 말 잔등을 얻어 타는 쾌거를 안겨주었다.

 

그리고 안장을 만들어냈다. 안장이 말의 울퉁불퉁한 척추 위에서 인간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그다음 등자를 만들어 발을 걸어 안정된 자세를 취하게 되면서 말은 인간 역사의 동반자가 된다. 인간은 상상하며 그것을 기필코 이루어내는 집념을 가졌다. 인간이 호랑이 등에 올라타는 상상을 왜 안 했을까만은 호랑이 등에 올라타는 것만큼은 이루어내지 못했다.

 

아마 그것이 가능했다면 칭기즈 칸이 이루지 못한 세계통일이 벌써 이루어져 지구촌시대는 훨씬 이전에 시작했고 오히려 지금의 세상은 더 평화롭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호랑이에게 인간은 재갈을 안 물려봤을까? 천하를 제패하는 길인데 왜 안 했을까? 호랑이에게는 재갈로도 해결되지 않는 날카로운 발톱이 있다. 누구에게도 굴복하지 않는 거친 성깔이 있다. 인간은 호랑이 등에 올라타는 대신에 자동차를 만들었고, 독수리 잔등에 올라타는 대신 비행기를 만들어내는 역발상을 해냈다. 

 

▲사진제공=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시사타임즈

 

유라시아대륙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광대한 초원에 터 잡고 살아가는 유목민들은 걸음마를 시작하면서 말 타는 법을 배웠다. 말은 기원전 3,500년경부터 유목민들에 의해 인간의 동반자가 되기 시작했다. 말의 고향은 아메리카 대륙이었다고 한다. 말은 유라시아대륙으로 건너와 진화를 거듭하면서 초원을 달리는데 알맞게 변화를 했다. 발가락 대신 발굽이 생겨나고, 다리는 더 길어졌으며, 눈이 커지고 귀는 레이더처럼 돌아가며 후각이 발달하여 위험을 인식하고 빠른 속도로 달아나기 좋다. 겁이 많은 말은 낮에 15분씩 짧은 잠을 서서 자며 다 합쳐도 하루에 서너 시간 밖에 잠을 자지 않는다고 한다. 말은 며칠에 한 번 정도 누워서 잠을 잘 뿐이다.

 

중국의 한나라는 흉노와의 전쟁을 통해서 보병보다는 기병이 우세하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깨달았다. 한 무제는 중앙아시아에서 한혈마라는 뼈대가 장대하고 날렵하여 떠 있는 구름을 밟고 아득한 하늘을 날을 듯한 말이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한 무제는 이 한혈마를 얻기 위해 페르가나로 사신을 보냈다. 그러나 그곳에서 사신들은 난동을 부리고 결국 참수되고 말았다.

 

그러자 십만의 군대를 보내 4년간의 전쟁 끝에 기껏 얻은 것이 한혈마 두 마리와 보통 말 3000마리이다. 한혈마를 중국에 처음 소개한 이는 장건이다. 포도를 처음 중국에 소개한 이도 장건이다. 한혈마는 피와 같은 땀을 흘리고 하루에 천리를 달린다고 한다. 인간은 말을 타고, 말의 잔등에 짐을 싣고 더 살기 좋은 곳으로 이전하였다.

 

나그네는 130여 개 민족이 어울려 사는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을 지나며, 이제 인류는 유라시아 특급열차를 타고 자기의 적성에 맞는 나라를 골라 언제라도 유목민처럼 새로운 희망 새로운 삶을 찾아 정착하게 되는 미래를 상상해본다. 인류는 이제 울타리를 걷어버리고 섞여서 자기 것을 지키고 또 동화되며 살아가는 것이 옳다.

 

인류 문명의 비약적인 발전도 전적으로 상상력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언제든지 더 나은 삶을 위하여 지구상 어디든지 옮겨 다닐 수 있는 새로운 유목민 노마드의 시대가 세상을 더 평화롭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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