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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임도건 박사의 경계선 뷰(View)] ‘못’ 느끼는 게 아니라 ‘안’ 느끼는 사회

 

 

▲임도건 박사 (c)시사타임즈

[시사타임즈 = 임도건 박사] 보고 들은 건 많은데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감정의 소화불량, 이른바 “감정변비”가 화두다. 인간은 오감으로 반응하는 존재다.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이 조화를 이뤄야 건강하다는 말이다. 오감은 정서안정은 물론 감각과 지각에도 영향을 준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있다고 하지 않던가! 그런데 듣기는 들어도 깨닫지 못하는 지적인 청각 장애도 있다. 별미 찾아 떠나는 맛 집 기행이 은퇴 세대들의 취미가 된 요즘. 한편에서는 화학실험실에서 냄새를 구별하지 못해 위험에 처하는 청춘도 있다. 촉각은 너무 예민해도 탈이고, 지나치게 둔해도 문제다.

 

오감을 통해 접수된 정보는 뇌의 판단을 거쳐 신체기관에 행동명령을 내린다. 실상은 원초적 본능이 작동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느낌”은 특정 자극에 대한 반응이기도 하지만, 생득적 본능에 더 가깝다. 개인편차나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어떨 땐 이성의 판단보다 감성적 직관이 더 정확할 때가 많다.

 

수시로 변하는 감정을 도무지 예측할 수 없어도 내가 느끼는 감정은 여러 면에서 행복을 좌우한다. 인간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면 죽을 것처럼 말한다. 사실은 죽는 것보다 더 위험한 것은, 살아 있는데 거지같이 살고 있다는 비참함이다. 자살을 기도하는 것은 진짜 죽고 싶어서가 아니라 죽음을 통해 현재의 구질구질한 갈등에서 단번에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삐 뚫어진 화끈함이다.

 

몸이 아프면 만사가 귀찮다. 시름시름 아픈 것은 몸이 과로에 시달려 파업했기 때문이다. 몸살은 몸이 살려 달라는 소리다. 육체도 수명 기간 동안 빌려 쓰는 임대상품인 만큼 소중히 여겨야 한다. 건강할 때 건강을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뇌졸중이나 심장마비 같은 대부분의 돌연사는 불필요한 ‘적체’가 갑자기 분출된 현상이다. 쾌변이 건강한 생체리듬을 만드는 반면 변비는 만성피로나 우울증으로 이어진다. 이제 감정의 변비를 해소할 때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많은 유해요소들이 감성을 오염시키고 감각을 마비시킨다.

 

화장실의 짜릿한 행복 못지않게, 감정의 배설도 필요하다. 눈과 귀로 먹은 아름다운 감성은 영혼의 자양분으로 섭취하되 나쁜 기억과 감정은 시원하게 배설해야 한다. 내가 교수이자 박사고, 독실한 신자인데 하면서, 감정의 노폐물을 배출하지 못하면 조현(망상장애)병에 걸린다. 마음에 변비가 생기면 감정이 굳어져 식욕은 물론 삶의 의욕까지 떨어뜨린다. 희로애락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것이다.

 

사람은 그냥 힘들다는 이유만으로 죽지 않는다. 정작 힘들 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고립감이 극단적인 선택을 야기하는 것이다. 죽고 싶은데 죽을 수는 없는 딜레마가 양극성 장애다.

 

철학 없는 기술은 삼류이고

비전 없는 열정은 헛수고다.

 

꿈의 열정과 현실의 냉탕을 오가지만 절제와 훈련이 없으면 말짱 맹탕이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엄밀히 말해 기술이라기보다 내공(지혜)에 가깝다.

 

평소에 멀쩡하던 사람이 악성 루머에 시달리다 변사체로 발견되는가 하면, 온갖 욕설을 다 들어도 뻔뻔하게 잘 사는 철면피들이 있다. 권력을 위해서라면 거짓과 허위를 서슴지 않는 요괴인간들. 정치․경제․법조계는 말할 것도 없고 문화․예술․교육 분야도 오염되긴 마찬가지다.

 

실시간 뉴스의 시대. 현대인은 하루 평균 2~30,000 단어들을 통해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심코 입력된 정보에서 불량 미세먼지까지 흡입하는 것이다. 일일이 반응하면 상처받거나 분노하게 된다. 지친 영혼들은 임시 비상구로 탈출한다. 못 느끼는 게 아니라 안 느끼고 싶은 도피처. 마침내 정서적 죽음으로 향한다. 그나마 월화․수목․주말까지 드라마 보는 재미로 버티는 모양이다. 긴장, 막장, 환장을 넘나드는 대리경험이라도 감정변비를 해소해야 한다. “유쾌-상쾌-통쾌”는 화장실에서만 끝나지 않아야 한다. 요구르트만 마실게 아니라 시와 음악의 감성도 함께 마시자.

 

글 : 임도건(Ph.D) 박사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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