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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건 칼럼] ‘김’여사가 왜 그럴까?

[임도건 칼럼] ‘김’여사가 왜 그럴까?

 

▲임도건 박사 (c)시사타임즈

[시사타임즈 = 임도건 박사] 시청자의 ‘알’권리와 ‘볼’거리를 제공한다며 출범한 종편방송, 유가지(有價紙)를 대체한 지 어느 새 8년이다. 뉴스보도 채널이 대부분인데, 최고 시청률을 갱신한 드라마가 있어 화제다. 김희애/유아인 주연의 밀회(2014)가 마의 장벽 5%를 깬 이래 4년 만에 신기록이 달성되었다. 정경윤의 장편소설 [김 비서가 왜 그럴까?]가 드라마로 제작돼 역대최고인 8.5% 시청률을 기록했다.

 

7월말 종영된 드라마는 “심-쿵” 로맨스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준수한 외모와 반듯한 매너에 유능한 능력까지 갖춘 젊은 부회장과 그의 곁에서 완벽한 어시스트로 환상 케미(Great Chemistry)를 만든 비서가 수/목 저녁시간을 강탈했다. 알고 보니 유년기에 어둡고 아픈 경험을 공유했던 사이였다. 외적 콤비보다 내적 호흡이 더 잘 맞은 이유는 두 주인공의 삶에 이미 상호 친화적 유전자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드라마 영향 때문일까? 며칠 사이 김 비서 대신 김(?)여사가 실시간 검색을 달구었다. 송도 국제도시의 한 주택단지에서 주차 시비가 벌어진 것이다. 흔히 막무가내의 대명사로 불리는 “김”여사는 개구리 주차처럼 개념 없는 행동으로 주변을 당황케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데 주인공은 헤어살롱을 운영하는 P모(51, 여)씨로 밝혀졌다.

 

발단은 입주민 주차증이 없는 (토요타) 캠리 운전자가 지하주차장의 출입구를 막은 데서부터 시작되었다. 관리소 직원이 불법주차 스티커를 붙이자 격한 분노를 터뜨렸다. 무단주차 와중에 트렁크에서 골프채만 빼갔는데 이것이 폐쇄회로에 찍혔단다. 차주는 이틀 뒤 주민대표에게 공개 사과했지만 후폭풍이 거세다. 그러자 차를 중고 매물로 내놓고 이사 가겠다고 선언했다. 그나마 아시안 게임 한·일전에서 야구/축구를 모두 이겼기에 망정이지, 자칫 민사소송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리 사회의 민낯이다.

 

어렵사리 사과를 했지만 주민들의 불쾌함은 쉽게 가시지 않은 모양이다. 차마 얼굴을 들 수 없어 서면사과로 대신했다는데 그게 더 괘씸했던 모양이다. 조그만 참으면 부드럽게 넘어갈 일인데, 극단으로 나가다 상처만 남겼다. 그 차가 토요타 “캠리”가 아니라 국내산 소형차였다 해도 그렇게 과열됐을까? ‘외산차’는 단순히 외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뜻하지만, ‘외제차’란 말에는 차주의 행동을 비난하는 부정적 내용이 깔려 있다. 차 창밖으로 담배꽁초를 버리거나 침을 뱉을 때 외산차가 아니라 ‘외제차 운전자’라는 부정적 뉘앙스를 덧붙인다.

여기서 몇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째, 사과는 즉시 진정성 있게 해야 효과가 있다. 둘째, 진정 사과를 해도 반드시 확인사살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못돼먹은 자기의(self-righteousness)도 문제다. 셋째, 관리사무소와 주민자치위원회 간 의사소통도 개선할 점이다. 넷째, 이런 사건을 일과성 해프닝으로 지나쳐버리는 사회적 무관심도 고쳐야 할 병폐다.

 

특정 개인의 실수나 잘못을, 사과 이후에까지 꼬투리 잡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남을 비난하기에 앞서 자신을 먼저 돌아봤으면 좋겠다. 우리도 현행범이 아닐 뿐 잠정적 공범자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해운대 해변에 술병과 구토배설 및 온갖 쓰레기를 버리는 것이 우리 자녀이자 이웃집 청년들이다. 전봇대를 악취와 배설물로 오염시키고도 그냥 지나치는 견주들, 자기 반려동물 귀한 줄 알면서 사회적 약자의 불쾌함은 안중에도 없는 몰상식한 부자들, 그들이 우리의 지인이자 친척이라는 이유로 넘어가는 것이 과연 온당한가?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지하철 통풍구 위의 꽁초, 정류장 벤치에 버려진 커피 컵. 비좁은 대중교통에서 자기 혼자 편하자고 다리 꼬는 여성을 보면 배알이 꼬인다. ‘쩍벌남’도 마찬가지.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고급 유모차(stokke)에, 아기 대신 쇼핑물건 채우고 출입구를 장악한 지하철 진상들. 번잡한 차도 갓길에서 위험하게 질주하는 할머니의 폐지 수거 리어카. 분홍색 임산부 석에 당당히 앉아 가는 ‘고딩’과 아무렇지도 않게 못 본척하는 할아버지들….

 

이 모두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국민소득 3만 불 시대. 시민의식과 품위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주차장 ‘김’여사는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시라. CCTV가 없어도 청명한 하늘에 부끄럽지 않은 하루이길 바래본다.

 

글 : 임도건(Ph.D) 박사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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