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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455)] 아Q정전

[책을 읽읍시다 (1455)] 아Q정전

루쉰 저 | 문현선 역 | 반니 | 236| 8,5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루쉰은 현대 중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국문학의 거장, 중국문학 정신의 출발점 등 화려한 수식어로 불리는 이를테면 현대 중국문학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하지만 정작 그가 남긴 문학작품은 중편 1, 단편 32편으로 상당히 적다. 그런데도 이와 같은 찬사가 어울리는 까닭은 근대적 사고에서 깨어나지 못한 당시의 몽매한 중국인을 깨우치기 위해 한평생 날카로운 목소리로 중국의 현실을 고발하고 현실 개혁의 의지를 실천해 왔고, 그 영향력이 아주 컸기 때문일 것이다.

 

웨이좡에 사는 날품팔이꾼 아Q는 자부심 강하고 모든 일을 자기 합리화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실제로 자부심을 가질 근거도 없고 오히려 사람들에게 조롱을 당하며 구타당하기 일쑤다. 그럴 때마다 그는 정신적 승리법으로 이겨낸다. 머리에 난 부스럼 자국을 보고 동네 건달들이 놀리고 때리면 아들놈에게 맞았다고, 세상 꼴이 말이 아니라고 여기고 애써 넘어갔고, 건달들의 폭행이 심해지면 자기는 벌레라고 비하하고 스스로 자기 경멸의 일인자라고 생각하며 승리감에 도취했다.

 

그러다 부녀자를 희롱한 사건으로 마을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다가 어느 날 화려한 모습으로 귀환한다. Q는 위풍당당하게 허세를 부렸지만 사실 좀도둑질로 모은 재산들이었다. 그러던 중 마을에 혁명의 소용돌이가 몰아친다. 혁명당에 가입하기 위해 첸씨의 아들을 찾아간 날 밤, 자오씨의 집이 습격을 당한다. 아무 관련이 없는 아Q는 자오씨 집을 약탈한 혐의를 받고 관청에 끌려간다. 그리고 의사소통도 이루어지지 않은 채 사형장으로 끌려간다.

 

이 책에는 그런 루쉰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중단편 10편이 수록되어 있다. 중편소설인 표제작 Q정전은 루쉰이 생생하게 벗겨놓은 중국을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이름 없는 최하층의 날품팔이꾼 아Q의 전기라는 형식으로 쓰인 이 소설은 명분뿐인 영웅주의와 무기력한 패배주의에 빠져 현실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자기만족에 젖어 사는 중국인의 현주소를 파헤치고 있다.

 

또한 혁명의 허위성과 풍자를 통해 출구 막힌 현실에 대한 절망과 비판의식을 담고 있다. Q정전과 더불어 광인의 심리를 빌어 가족제도와 그것을 밑받침하는 유교사상의 봉건적 모순을 폭로하고 있는 광인 일기, 봉건 과거제도의 폐단과 굶어 죽을지언정 신분을 낮추어 막노동을 하려 하지 않는 유교사상을 비판하고 있는 쿵이지, 더 이상 처방조차 할 수 없는 중국의 국민성을 폭로하고 있는 등은 잠든 중국인들을 깨우는 일당백의 작품들이다.

 

오늘날 세계가 놀랄 만큼 급속도로 발전한 중국의 오래 지나지 않은 민낯이기에 루쉰의 작품들은 더욱 새롭게 다가온다. 고향말미에서 화자가 이렇게 읊조린 지 겨우 100년도 채 안 되었는데 말이다. “희망이란 애당초 있다고 할 수도 없고, 없다고 할 수도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치 지상의 길처럼 말이다. 사실 땅 위에는 원래 길이 없었지만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면서 길이 만들어졌다.”

 

 

작가 루쉰 소개


중국 현대 문학의 창시자로 여겨지는 루쉰은 당대의 중국 예술과 화에서 다른 어떤 작가와도 비견될 수 없는 위치를 차지한다. 중국 공산당이 국민적 영웅으로 찬양한 루쉰은 중국혁명의 지적 원천으로서 추앙받아 왔으며, 마오쩌둥을 위해 사상적 기반을 마련한 인물이기도 하다.

 

저장성 사오싱(紹興)의 지주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조부의 하옥, 아버지의 병사 등으로 어려서부터 고생스럽게 살았다. 청년시대에 진화론과 니체의 초인철학, 톨스토이의 박애사상의 영향을 받았다. 1898년 난징의 강남수사학당에 입학, 당시의 계몽적 신학문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1902년 졸업 후 일본에 유학, 고분학원을 거쳐 1904년 센다이의학전문학교에 입학하였으나, 문학의 중요성을 통감하고 의학을 단념, 국민정신의 개조를 위하여 문예 활동에 힘썼다. 1905~1907년 혁명당원의 활동에 참가하고, ‘마라시력설’, ‘문화편지론등 논문을 발표하였다. 그 무렵 유럽의 피압박민족 및 슬라브계 작품에 공감하여 1909년 동생 저우쭤런(周作人)역외소설집을 공역하는 한편, 망명중인 장빙린(章炳麟)에게 사사하였다.

 

1909년 귀국하여 고향에서 교편을 잡다가 1911년 신해혁명이 일어나자, 남경임시정부와 북경정부의 교육부원이 되어 일하면서 틈틈이 금석 탁본의 수집, 고서 연구 등에 심취하였다. 1918년 문학혁명을 계기로, 처음으로 루쉰(魯迅)’이라는 필명을 사용, 중국현대문학사상 첫번째의 백화소설인 광인일기를 발표하여 신문학운동의 기초를 다졌다. 5·4운동 전후 신청년잡지의 일에 참가하여 ‘5·4’ 신문화운동의 선봉이 되었다. 1918년에서 1926년에 이르는 동안 창작을 계속하여 소설집 눌함’, ‘방황’, 논문집 ()’, 산문시집 야초’, 산문집 조화석습’, 잡문집 열풍’, ‘화개집(華蓋集)’, ‘화개집 속편등을 출판하였다. 이 중에 공을기(孔乙己)’, ‘고향’, ‘축복등을 발표하여 중국 근대문학을 확립하였는데, 192112월에 발표된 중편소설 정전(正傳)’은 중국현대문학사상 불후의 대표작으로 세계적 수준의 작품이다. 많은 외국 작가의 작품을 번역하였고, 1920년 이후에는 베이징대학, 베이징여자사범대학 등에서 교편을 잡았다.

 

1924년 저우쭤런과 어사사를 조직하고, 1925년 청년문학사와 미명사(未名社)를 조직하였으나, 19268월 베이양 군벌의 문화 탄압과 격돌한 베이징 학생애국운동 지지로 말미암아 베이징을 탈출, 아모이대학 중문과 주임으로 부임하고, 19271월 당시의 혁명 중심 광저우(廣州)에 이르러 중산대학의 교무주임이 되었다. 1927년 가을 상하이의 조계에 숨어 쉬광핑(許廣平)과 동거하며 문필생활에 몰두하는 한편, 창조사, 태양사 등 혁명문학을 주창하는 급진적 그룹 및 신월사(新月社) 등 우익적 그룹에 대한 논전을 통하여 매우 전투적인 사회 단평(短評)의 문체를 확립하였다.

 

한편 소비에트 러시아 문학작품을 번역하여 소개하기도 하였다. 1930년 전후하여 중국자유운동대동맹, 중국좌익작가연맹과 중국민권보장동맹에 참가하여 국민당 정부의 독재 통치와 정치 박해에 항거하였다. 1931년 만주사변 뒤에 대두된 민족주의 문학, 예술지상주의 및 소품문파(小品文派)에 대하여 날카로운 비판을 가하였다. 1927년부터 1936년까지 역사소설집 고사신편을 출판하였고, 대부분의 작품과 잡문은 이이집’, ‘삼한집’, ‘이심집’, ‘남강북조집’, ‘위자유서’, ‘준풍월담’, ‘화변문학’, ‘차개정잡문’, ‘차개정잡문 이편’, ‘차개정잡문 말편’, ‘집외집집외집습유등에 수록되었다.

 

1931년부터 판화 운동도 지도하여 중국 신판화의 기틀을 다졌다. 루쉰의 일생은 중국 문화사업에 지대한 공헌을 이룩하였다. ‘미명사(未名社)’, ‘조화사(朝花社)’ 등 문학 단체를 영도하고 지지하였으며 국민신보부간’, ‘망원(莽原)’, ‘어사(語絲)’, ‘분류(奔流)’, ‘맹아(萌芽)’, ‘역문(譯文)’ 등 문예잡지를 주편하였고 청년 작가를 열성적으로 적극 배양하였다. 외국의 진보된 문학 작품을 번역하는 데 힘쓰고, 국내외의 저명한 회화, 목각을 소개하였으며, 대량의 고전문학을 수집, 연구, 정리하고, ‘중국소설사략’, ‘한문학사강요를 저술했다. ‘혜강집을 정리하고 회계군고서잡록’, ‘고소설구침(古小說鉤沈)’, ‘당송전기록’, ‘소설구문초등등을 집록하였다. 죽기 직전에는 항일투쟁 전선을 둘러싸고 저우양(周揚) 등과 논쟁을 벌이기도 하였으나, 그가 죽은 뒤에는 대체로 그의 주장에 따른 형태로 문학계의 통일전선이 형성되었다.

 

그의 문학과 사상에는 모든 허위를 거부하는 정신과 언어의 공전이 없는, 어디까지나 현실에 뿌리박은 강인한 사고가 뚜렷이 부각되어 있다. 19361019일 폐결핵으로 말미암아 상하이에서 세상을 떠나고 민중 만여 명이 자발적으로 공제(公祭)를 거행하여 훙자오만국공묘에 묻혔다. 1956년 루쉰의 유해는 훙커우공원에 이장되었다. 1938루쉰전집’ 20권이 출판되었다. 그를 혁명의 모범이자 사상의 근원으로 여긴 마오쩌둥에 의해 20세기 내내 중국을 지배한 개혁과 혁명적 변화의 선동가로서 거의 신적인 존재로까지 추앙받았다.

 

인민정부 성립 후, 루쉰의 저서는 분야별로 나뉘어 루쉰전집’ 10, ‘루쉰역문집’ 10, ‘루쉰일기’ 2, ‘루쉰서신집이 간행되었고, 루쉰이 편교(編校)한 고적(古籍) 여러 종류도 다시 간행되었다. 1981에는 루쉰전집’ 16권이 출판되었다. 베이징, 상하이, 사오싱, 아모이 등지에는 전후하여 루쉰 박물관, 기념관 등이 건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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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