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읍시다 (1456)] 귀신나방
장용민 저 | 엘릭시르 | 408쪽 | 14,5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작가 장용민이 4년이라는 긴 기다림을 깨고 신작 『귀신나방』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1960년대 뉴욕이 배경이다. 2차세계대전 직후 독일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오토 바우만이라는 남자가 사상 최악의 ‘악마’를 쫓는 과정을 박진감 넘치게 그리고 있다. 거칠 것 없는 상상력과 한번 손에 잡으면 끝까지 곧바로 읽게 되는 몰입감 높은 스토리텔링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그이기에 언제나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로 시선을 끌지 기대하게 만든다.
전직 기자였던 크리스틴은 절필한 뒤 세상을 등지고 살고 있다. 어느 날 그녀는 FBI에 이끌려 오토 바우만이라는 사형수의 요청으로 인터뷰를 시작한다. 처음에 크리스틴은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았지만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듣고 조금씩 귀를 열게 된다. 오토 바우만이 이야기하는 자는 ‘아디’라 불리는 자였다. 2차세계대전 당시부터 ‘아디헌터’로 활동하며 수십 년간 그의 뒤를 쫓은 바우만은 종국에는 사형수로 생을 마감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바우만은 마지막으로 크리스틴에게 자신이 이제까지 겪은 이야기를 하나둘 풀어놓는다.
『귀신나방』은 수십 년간 ‘아디’를 쫓은 ‘아디헌터’ 바우만의 이야기이자 ‘아디’로 불리는 자가 정체를 숨기고 뉴욕에서 자신만의 계획을 하나씩 실행해나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애덤(아담)’이라 이름으로 미국에 발을 디딘 ‘아디’는 작은 마을을 통해 모종의 사회 실험을 벌이기도 하고, 미국을 쥐락펴락하는 인물들이 사는 세계로 편입하여 음모를 꾸미기도 한다. 그가 누구인지 독자는 책을 읽게 되면 금세 알게 될 테지만, 작가의 손에서 새롭게 해석된 모습은 신선하기 그지없다.
그놈들은 천둥이 가까워오면 약속이나 한 것처럼 한 나무에 내려앉는다. 그러면 놀랍게도 그 나무에 벼락이 치는데 녀석들은 벼락을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기에 마지막 순간 죽음을 향해 비행한다. 우기가 끝나면 아침 햇살과 함께 부화한 유충들이 나타나 어미가 생을 마감했던 나뭇등걸로 모여든다. 그곳에 둥지를 틀고, 또다시 반복될 생애 가장 아름다운 죽음을 준비한다.
기괴한 생태를 가진 ‘귀신나방’은 실재하는 곤충이 아니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마치 진짜 그런 나방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만다. 장용민 작가의 장기 가운데 하나다. 그는 실제 있었던 일들, 사람들, 사실들을 이야기 적재적소에 배치해 허구와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데 일가견이 있다. 데뷔작 『건축무한육면각체』에서는 이상의 시 「건축무한육면각체」에 숨어 있는 비밀을 실제 역사와 건축물에 대입하여 허구화한다. 『불로의 인형』에서는 진시황이 찾아 헤매던 ‘불로초’의 전설을 뒤쫓아 남아 있는 흔적을 탐색했다. 『귀신나방』에서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악마를 뒤쫓는 스토리로 독자를 또 한 번 평행우주로 이끈다.
‘아디’는 실존했던 인물이다. 작가는 실존했던 인물과 역사를 살짝 비틀어 재구성한 세계에 과감한 상상력을 더해 전혀 다른 역사를 마주하게 만든다. 『귀신나방』에서 초점을 맞춘 것은 우리에게도 익숙할 만한 1960년대 미국이다. ‘아디’라는 인물을 통해 바라본 당시 미국의 경제적 정치적 상황은 우리가 알고 있는 미국의 모습과 겹쳐져 스토리에 몰입감을 높인다. 역사적 사실과 허구가 교차하는 지점의 참신함은 여전하다.
특별히 『귀신나방』은 다른 작품보다 속도감이 뛰어나다. 장쾌한 스케일과 상상력은 그대로지만 서스펜스 스릴러의 특징을 십분 살려 묘사보다는 사건 전개에, 배경보다는 캐릭터에 집중해 집필하는 것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덕분에 몰입도는 높아지고 반전의 묘미 또한 훨씬 부각되었다. 『귀신나방』을 읽으면 아직까지 장용민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더 높은 곳을 향해 도전하는 작가라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벌써부터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작가 장용민 소개
서울대 미대를 졸업하고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수료했다.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던 그는 원래 감독이 되기 위해 시나리오를 썼는데 그때 쓴 작품이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이다. 1996년 한국영화진흥공사 주최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이 작품으로 대상을 수상하며 소설화는 물론 영화화의 꿈까지 이루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다. 그 뒤로 『운명계산시계』, 『신의 달력』 등 치밀한 구상과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 소설을 비롯하여 오락적 재미와 감동,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는 작품으로 자신의 영역을 넓혔다.
잠시 숨을 고르던 그는 2013년 『궁극의 아이』를 발표하며 한국 장르소설계에 돌풍을 일으키며 두 번째 전성기의 시작을 알린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주최 2011년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최우수상을 수상한 『궁극의 아이』는 출간되자마자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그해 최고의 한국 미스터리로 주목을 받았다. 이어 2014년 『불로의 인형』을 내놓은 그는 이제 작품을 발표하기 전부터 국내외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작가로 우뚝 섰다.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
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을 읽읍시다 (1460)] 어른은 어떻게 돼? (0) | 2018.09.07 |
---|---|
[임도건 칼럼] ‘김’여사가 왜 그럴까? (0) | 2018.09.04 |
[책을 읽읍시다 (1455)] 아Q정전 (0) | 2018.08.31 |
[책을 읽읍시다 (1454)] 매스커레이드 나이트 (0) | 2018.08.30 |
[책을 읽읍시다 (1452)] 사랑하는 습관 (0) | 2018.08.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