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문가 칼럼 ] 비우고 떠나보자
[시사타임즈 칼럼 = 이동우 칼럼니스트] 온 나라가 벌집을 건드린 모양새이다. 막장드라마 보다 더하고 양파껍질 까듯이 계속되는 ‘박근혜 정치쇼’에 국민들은 연일 아연실색할 뿐이다. 중학생까지 거리로 나서면서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상황이니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이게 나라냐?’고 쓴 피켓 하나가 분노에 찬 국민들의 심정을 말없이 웅변하고 있다.
다른 것은 다 제쳐놓고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본질은 현대 민주정치의 근간인 ‘대의제’를 원천적으로 무너뜨린 것이다. 4년 전 국민은 분명히 박 씨를 대통령으로 선출하여 5년 동안 나라를 잘 이끌어 달라고 위임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본적도 들은 적도 없는 최 씨가 실제 대통령이었다고 하니 국민들로서는 배신도 이런 배신이 없는 것이다.
최근 미국 일간 ‘월스트리저널’(The Wall Street Journal)은 사설에서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독재자 아버지를 답습했다. 어두운 과거를 청산하지 못한 한국은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라고 썼다. 너무 맞는 말이어서 할 말도 없다. 국가의 지도자를 선출하는데 신중하지 못하고 종합적으로 생각하지 못한 우리국민들의 자업자득이고 업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어쩌랴, ‘민주주의는 피(투쟁과 희생)를 먹고 자란다.’고 했던가. 할 수 있는 합법적인 방법을 다 동원해서 수많은 선배들이 피로 지키고 찾아온 민주주의를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박근혜 퇴진 집회에 참가한 고교생 윤종화(16세)도 ‘기울어진 운동장의 실체가 발견됐다. 불의가 법이 되면, 투쟁은 의무다.’라고 언론에 인터뷰 했다. 일단 우리도 끝까지 싸워보자.
소망이라면 이 싸움이 가을이 가기 전에 끝났으면 좋겠다. 마음 가볍게 어디든 떠나고 싶기 때문이다. 중국 속담에 ‘자식을 사랑하면 1만권의 책을 사주기보다는 1만km 여행을 시켜라’는 말이 있다. 산 경험을 중시하는 중국인들의 민족성을 잘 나타낸 속담이다. ‘무소유’의 삶과 좋은 글로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법정’스님의 글 ‘버리고 떠나기’에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사람의 행복은 얼마나 많이 소유하느냐 보다는 버려야 할 것을 제때 얼마나 잘 버리느냐에 있다. 버리고 비우는 일은 결코 소극적인 삶이 아니라 지혜로운 삶의 선택이다. 버리고 비우지 않고는 새것이 들어설 수 없다. 그러므로 차지하고 채우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침체되고 묵은 과거의 늪에 갇히는 것이나 다름이 없고 차지하고 채웠다가도 한 생각 돌이켜 미련 없이 선뜻 버리고 비우는 것은 새로운 삶으로 가는 통로이다. 공간이나 여백은 그저 비어있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과 여백이 본질과 실상을 떠받쳐주고 있다.”
우리도 자식을 사랑하거든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여행을 보내자. 가서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깨달아 겸허함을 배우고, 사람과 부대끼며 인간애를 배우고, 세상에 할 일이 많음을 깨달아 나아갈 길을 정하게 하자. 노인에게 여행은 지는 해와 같아 감상하기에 아름다운 것이나, 젊은이에게 여행은 솟는 아침 해와 같아 생동감을 주며 정신을 맑게 한다.
동행이나 가이드를 따라 떠나는 길도 아니고 무슨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닌 그냥 훌쩍 여행을 떠나자. 특별히 뭘 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냥 그 곳이 가보고 싶어서 가보는 여행. 열차의 흔들림에 일상을 잊고 자신의 눈과 귀와 감성만을 믿고 정처 없이 떠도는 여행 그런 여행이면 더욱 좋다.
이 싸움이 끝난 후, 가을이 가기 전에 어디든 떠나보자.
글 : 이동우 칼럼니스트(李同雨/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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