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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 전문가 칼럼 ] 올해의 사자성어 도행역시를 생각하며….

[ 전문가 칼럼 ] 올해의 사자성어 도행역시를 생각하며….


 

신수식 논설주간·정치학박사

⒞시사타임즈



[시사타임즈 = 신수식 논설주간] 2013년 12월10일 고려대 캠퍼스에 나붙었던 한 대학생이 쓴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의 열기가 2주일 넘게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안녕이란 말의 의미는 아무 탈이나 걱정이 없이 편안하다는 것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 평범한 인사말이다. 이런 인사말이 지금 왜 대한민국 전국을 강타하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인가?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은 국가 주요 기관의 조직적 선거개입과 부정선거, 철도민영화를 비롯한 공기업 민영화문제와 철도파업, 밀양송전탑 주민자살사건, 정치가 실종된 여야의 대립, 불통의 국정운영, 종북과 남북관계악화 등으로 대립과 갈등이 만연하고 이에 대한 국민들의 저항과 질책이 중단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12월22일 전격 감행된 민주노총에 대한 첫 공권력 투입은 협상, 타협이라는 21세기형 민주주의에 결코 어울리지 않는 정치권력의 일방적 마이 웨이일 뿐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정치는 국민을 보고 일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한 대학생이 쓴 안녕하십니까?라는 전국적인 대자보 열풍에 대해 실제로 큰 문제로 인식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로 여권의 전유물이라 할 만한 보수언론과 종편 등 주요 언론에서는 대자보 신드롬을 그렇게 비중 있게 다루지 않고 있으며 이들에 의해 발표된 여론조사에 함몰되어 박근혜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도 40% 후반이라는 것에 안주하고 있는 것 같다.

 

이에 대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종편중심의 방송 매체가 본질보다는 비본질적 문제에 집중해 보도하는 행태를 반복해 사건자체에 대한 보도 보다는 그를 둘러싼 논쟁이나 정쟁 위주로 보도하면서 국민들이 올바르게 인식할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게 했고 이러한 언론행태가 국민들로 하여금 지금의 대한민국 현실에 대한 냉철한 인식, 사안에 대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오히려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지금의 비정상적인 언론지형이 여권의 오판을 낳고 그것이 이후에는 여권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설명이 가능한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1960년 4.19가 상기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당시에도 권력지도부는 국민의 민심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자신만만했던 것을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종편과 보수언론이 대한민국여론을 주도하면서 국민의 실질적 민심을 왜곡보도하고 집권세력의 지지율을 조작하여 국정이 잘못된 길을 가도록 인도한다면 그 결과는 불보듯 분명하다는 사실이다.

 

경찰이 12월23일 민주노총 사무실에 대한 대대적인 공권력 투입을 계기로 노동계와 정부가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서 물러서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고 민주노총은 정권퇴진운동을 선언하고 나서면서 철도파업사태는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12월24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전날의 민주노총 사무실에 대한 공권력투입 사태와 관련해 “당장 어렵다는 이유로 원칙없이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간다면 우리 경제·사회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을 것, 어려울 때일수록 원칙을 지키고 모든 문제를 국민 중심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단다. 이는 공권력 투입에 대한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에 관계없이 정부는 한치도 물러서지 않을 뜻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되는 가운데 민주노총은 ‘박근혜 정권 퇴진투쟁‘으로 정면 대항할 것임을 선언하며 격하게 대치할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이와 관련하여 시민사회단체, 사회 각계 단체들, 그리고 법률가 단체들까지 나서서 정부의 공권력 투입을 강력히 비난하고 있는 상황이다.

 

철도파업사태가 노정간 정면 충돌양상으로 비화하면서 정권퇴진운동으로 확산되어 그 전개가 어디까지 진행될 것인지 예측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필자는 대한민국의 국정을 담당한 자들이 말로만 국민을 이야기 하지 말고 진실로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릴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선거에서 대승을 했어도 국정의 책임을 제대로 못해서 권위가 추락하여 비아냥의 대상으로 전락하기도 하고 아슬아슬 근소한 표차로 당선되어도 국정을 제대로 책임있게 수행하여 큰 권위와 위대한 정치인, 지도자로 추앙받는 정치인, 지도자도 있다. 즉, 정치는 그 지도자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정치는 그 어떤 문제든 모든 대상을 다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이나 정책은 없다. 따라서 협상을 통해 절충하고 타협해서 서로가 수용할 수 있는 접점을 찾는 차선의 정치를 하는 것이다. 물론 17조원이 넘는 재정적자라는 코레일의 부실경영이 심각하여 이를 위한 개혁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국민도 원한다.

 

그러나 파업의 직접 원인이 된 수서발 KTX자회사 설립과 이를 통해 경쟁체제를 도입함으로써 경영효율을 높이는 것, 곧 민영화만이 철도개혁의 해답인가는 국민들도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민간기업이 투자를 하면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는가? 결국 이윤을 바랄 것이고 이에 서비스는 좋아지겠지만 가격은 크게 인상되어 부자들을 위한 민영화, 민간기업을 위한 민영화가 되는 것은 너무나 분명한 것이다. 따라서 민영화가 아닌 내부적으로 경영혁신을 통한 경영효율성을 찾는 것이 철도개혁의 핵심이 아닌가 필자는 생각한다.

 

누적적자가 17조원이 넘는 경영부실, 현실안주, 사익을 위해 국민을 볼모로 잡는 것, 신의 직장을 지키기 위한 투쟁 등이 철도노조가 파업을 한 것이라면 이 또한 비판의 대상이다. 코레일 사장, 장관, 국무총리 그리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민영화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수서발KTX가 민간에 매각될 경우 면허를 취소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힌 것 이상의 확실한 ‘비(非)민영화’ 약속이 분명하다면 철도노조도 이뤄지지도 않은 민영화를 반대로 파업을 계속하는 것도 명분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도노조가 청와대를 믿지 못하는 것은 결국 불통, 공권력 투입 등으로 신뢰가 없기 때문은 아닐까?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2월 20일 국회에 출석하여 철도에 대해 민영화 의사가 없다 면서도 (철도가) 다니지 않는 곳에는 민간도 참여할 수 있다는 취지는 과연 지금까지 정부의 행태를 신뢰할 수 있는 발언인지 묻고 싶다.

 

12월22일 교수신문은 12월6일부터 15일까지 전국의 교수 62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서 32.7%(204명)가 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는 뜻의 도행역시(倒行逆施)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택했다고 한다.

 

도행역시는 중국 고전 사기에서 유래된 고사성어로 춘추시대 오자서가 그의 친구 신포서에게 도리에 어긋나는 것은 알지만 부득이하게 순리를 거스르는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변명한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지금은 그 의미가 확대돼 잘못된 길을 고집해서 걷는 상황을 일컫는 용어로서 사용되고 있다.

 

한편, 도행역시에 이어 22.5%(140명)의 교수들은 달팽이 뿔 위에서 싸우는 격이라는 의미의 와각지쟁(蝸角之爭)을 선택했고, 19.4%(121명)는 가짜가 진짜를 어지럽힌다는 뜻의 이가난진(以假亂眞)을 선택했다고 한다. 이 사자성어들 모두가 좋은 뜻을 지녔다고 할 수 없으며 오늘의 대한민국사회를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부끄럽다.

 

또한 교수신문은 올해 희망의 사자성어로 묵은 것을 제거하고 새로운 것을 펼쳐낸다는 뜻을 담고 있는 제구포신(除舊布新)을 선정했는데 내년은 갑오년으로 120년전 갑오경장을 회상하면서 그 때의 우를 범하지 말고 제대로 묵은 것을 제거하고 선진일류국가를 위한 새로운 것을 제대로 준비하여 개혁하는 해가 되길 기원하면서 정치권에 촉구하는 바이다.

 

 

 

 

신수식 박사는 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과 학사, 경희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석사, 러시아 모스크바국립대학교에서 러시아정치로 정치학박사 학위를 했다. 전주대학교 객원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경희대학교, 한국그리스도대학교, 광주보건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신수식 논설주간·정치학박사(sss123kk@hanmail.net)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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