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타임즈 = 신수식 논설주간] 2016년 5월30일 대한민국 제20대 국회의 임기가 시작되었다. 정치란 본래 지역과 계층, 이념과 가치가 다르고 상호 이해관계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모든 사회 및 국가의 주요 이슈, 정책 등에 있어서 각각 그 견해를 달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대립과 갈등을 정치는 꾸준히 협상을 통해 사회적, 정치적 타협을 이끌어내는 인내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회적 대타협이란 이해관계의 제 집단 및 조직과 정부 간에 정치적 교환을 통해 이해집단들의 이익·가치적 갈등을 조정하는 사회시스템을 뜻한다. 지금까지 한국사회에서 이러한 사회적 대타협의 성공사례를 찾기가 힘드는데 그 이유는 사회전체가 사회적 대타협에 대해 갖는 사고는 물론 경험이 없어서 그 자세와 태도, 절차와 과정을 제대로 갖출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은 이번 20대 총선을 통해서 오만, 독선의 국민을 무시하는 후진적 한국정치가 아닌 진정으로 국민과 국가를 위한 협상과 타협의 선진 민주정치를 해줄 것을 요구하는 선거결과를 만들었다고 할 것이다.
극단으로 치닫는 양극화(부, 일자리, 교육 등), 저성장과 불경기의 경제, 높은 청년실업률과 일반실업률, 부실한 복지상황, 빚에 허덕이는 부채공화국 등으로 희망이 없는 헬조선을 벗어나고자 탈출 대한민국으로 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작금의 대한민국 사회현상에서 국민들은 국회라도 국민과 국가를 위해 노력해 달라는 20대 총선에서 주문인 것이다.
재벌의 낙수효과에 기초한 성장모델은 한국경제의 지배논리로서 여전히 그 위력을 유지하고 있으나 그 결과가 한국경제를 위기로 내모는 원인이며 오히려 성장을 저하시킨다는 결과가 미국을 비롯해 세계 여러 국가들을 통해서 확인되었음에도 대한민국정부는 이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 참으로 답답하고 한심한 정부가 아닌가?
청년실업은 2015년 10.1%(실제는 20%이상)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고 가계부채는 1,200조원을 넘었다. 성장의 과실이 가계로 돌아오지 않아 가계소득과 기업소득 간 격차는 점점 더 크게 벌어졌다. 대한민국 주요 10대 그룹의 2013년 말 현재 현금보유 규모는 총 176.9조원으로 이는 2013년 우리나라 GDP잠정치(1428.3조원)의 12.4%에 해당하는 규모다. 하지만 국내총투자율은 1998년 외환위기 때 27.9%로 급락한 후 2006~2008년 33% 수준으로 잠깐 올라갔다가 2015년 28.5%로 다시 주저앉았는데 고용없는 성장이 지속되었으며 지금은 고용 없는 성장마저도 멈춘 상태다. 2008년 이명박정부 때부터 낮아지기 시작한 성장률은 박근혜 정부 들어 2%대로 떨어져 저성장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이번 조선업에서 시작한 경제위기는 산업 전반으로 퍼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는 가운데 기존의 경제성장체제, 정책, 전략으로는 더 이상 한국경제를 이끌어갈 수 없다는 진단이다. 기업집단별 부실징후기업 비중은 2010년 이후 계속 증가하는 추세에서 한계기업이 증가하고 대기업집단에서도 부실징후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재벌대기업과 수출제조업 위주 체제에 의존한 기존의 성장체제가 한계에 왔다는 것을 함의하는 것이다. 즉, 재벌기업들이 창의적 제품개발과 유기적 산업생태계 구축으로 미래까지 생각하는 경영에 집중하기보다는 손쉬운 돈벌이와 사업기회 편취, 불공정 거래를 통한 총수 일가의 사적 편익과 승계에 치중한 결과이며 이러한 행태는 중소기업 및 중소상공업을 고사시키는 결과로 서민경제붕괴를 낳고 말았다.
이러한 작금의 국가위기상황에 대해 우리 정치권도 여야의 당리당략으로 대립과 갈등의 정쟁을 떠나 국내외적 경제위기로 어려움에 처한 국민들의 전반적인 삶을 먼저 생각하는 정치, 국가위기를 극복하는 정치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지금의 국가 및 국민에게 닥친 위기를 기존의 특정 대기업집단 위주로 경제성장전략과 정책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에서 사회적 대타협, 노·사·정을 넘어서는 사회적 대화와 대타협으로 안정된 일자리를 만드는데 정치권 특히 국회의 역할과 책임이 큰 것이다.
사회적 대타협이란 시민사회-시장-국가 사이를 유기적으로 조합하는 수평적 의사결정 패러다임이며 이익집단-국가 간의 정치적 교환을 통해 노사 등 해당 이해집단들의 이익·가치의 갈등을 조정하는 사회적 시스템을 뜻한다. 이번 20대 국회는 이러한 국민적 요구의 흐름 속에서 기존의 흐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게 구조적인 문제에 접근하여 해결해 가야 한다. 양극화와 격차 문제를 해결하고 재벌들이 한국경제위기의 상당부분을 공유하는 사회적 대타협 모델을 스스로 제시하고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번 20대 국회에 국민들의 민의에 의한 결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이 그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국민은 더 이상 참고 기다리지만은 않을 것이란 사실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때부터 사회적 대타협을 강조해 왔는데 경제민주화를 위한 사회적 대타협기구의 설치를 약속했고 당선인 시절 한국노총을 찾아 일자리 만들기를 위한 사회적 대타협을 하겠다고 밝힌 바도 있다.
또 2014년 4월에는 최경환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조세-복지의 사회적 대타협을 위한 초당적인 비전2040위원회의 설치를 제안하기도 했는데 정부와 여당은 이해관계가 상충해 정치적·사회적으로 풀어내기 민감한 문제나 시대적 과제 앞에서 사회적 대타협을 제안했으나 정부가 제안하는 사회적 대타협이 그 뜻에 걸맞게 수평적 논의기구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결실을 맺은 적은 단 한번도 없다는 사실이다.
새누리당과 박근혜정부가 대선 당시 공약했던 재벌개혁, 복지정책을 파기하고 경제활성화를 내세우며 규제와의 전쟁을 선언한 것은 자본 스트라이크(투자·고용 축소, 생산기지 해외이전 등) 위협을 압박무기로 활용할 위치에 있는 재벌-사용자단체의 집요한 유형·무형의 대정부 로비정치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이후 사회적 대타협의 의미마저 오염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20대 국회가 기득권의 양보를 얻어낼 사회적 대타협의 매개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 결론은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나 시도는 해야 한다는 점의 몇 가지 가능성이 있다.
우선, 지역중심의 양당 독과점 정치지형이 무너진 20대 국회에서 민생정책 선점과 이를 바탕으로 한 협치의 가능성이다. 제20대 국회는 갈등이슈만을 전면으로 끌고 가는 기존의 정치행태는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둘째, 3당체제의 탄생이다. 물론 3당체제라고는 하지만 본질적인 협치까지 가능할지는 장담할 수 없어도 외형적인 협치의 가능성, 민생정책을 선점하고 이를 바탕으로 협치를 해야한다는 절박감을 야당은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셋째, 20대 총선을 통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 집권당인 새누리당의 계파가 일정부분 해체되거나 그 성격이 변화된 것도 사회적 대타협을 만드는 데 유리한 국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변화된 각 정당내부의 구성이 역동성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넷째, 과거 국회 주도로 사회적 대타협이 시도되었던 경험 그리고 19대 국회에서 나름대로 성공했다고 평가를 받고 있는 공무원연금개혁안 통과는 국회가 주도한 최초의 사회적 대타협이라 할 것이다. 2014년 10월 공무원연금이슈는 정부와 공무원단체 간 대립을 고조시켰는데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정부와 여당에 국민 대타협기구를 제안하여 여야가 대타협기구 내 공동위원장과 분과위원장을 맡으면서 모든 논의과정에 참여하여 공무원 단체와 정부 간 공무원연금 개정안 합의도출에 성공했던 경험에서 다시 사회적 대타협이 요구되고 있다.
대기업 중심의 성장, 대마불사, 승자독식경제구조에 따른 심각한 위기의 경제 및 사회현실에서는 사회적 대타협을 통한 새로운 사회 및 경제성장모델이 필요하다. 어떻게 경제를 재분배하고 경제권력을 재조정해야 하는지를 묻는 시대적 과제에 20대 국회는 제대로 응답할 책무가 있다는 사실에서 사회적 대타협의 물꼬를 20대 국회가 만들어갈 수 있을지 국민은 주목하고 있다는 것을 국회는 알아야 한다.
신수식 박사는 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과 학사, 경희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석사, 러시아 모스크바국립대학교에서 러시아정치로 정치학박사 학위를 했다.
글 : 신수식 논설주간·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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