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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028)] 벌채상한선

[책을 읽읍시다 (1028)] 벌채상한선

윤택수 저 | 디오네 | 320쪽 | 15,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윤택수 장편소설 『벌채상한선』. 윤택수 작가는 어느 여름 마포도서관 아현분관 제2열람실 112번 자리에서 『벌채상한선』을 썼다. 편의상 장편소설이라고 하지만, 실상 이것은 장르를 구분할 수 없는 글이다. 아니 장르를 구분할 필요가 없는 글이다.

 

‘열일곱 살 잘나가는 청춘 이기수’는 후포고등학교 1학년 학생으로 검도부 활동을 하고 있으며 검도부 선배 재국을 좋아하는데 현숙희와 이채군 커플의 아들이고 신순임과 이록 부부의 손자이다. 이기수의 친구들인 웅희와 희일과 은서가 각기 한 장씩을 차지하고, 김상기와 황재국과 ‘원추리’에게도 따로 한 장씩이 배당되니 후포고등학교 학생들이 소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거기다 현숙희의 여동생(기수의 이모)인 약사 현승희, 기수의 학원 국어선생이자 나중에 이모부가 되는 성진식, 둘의 맞선 장면, 혼례 장면, 현숙희의 큰 동서(기수의 큰엄마)인 숙희, 희일의 삼촌인 농부 중해, 기수의 조부 이록의 문집인 눌이재집, 온천에 머물던 조모 신순임, 엄마 현숙희가 경영하는 구름빵집, 현숙희를 좋아하는 교사 이성구에게 각기 한 장씩이 배당돼 소설의 몸이 이뤄진다.

 

각기 따로 놀던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맨 나중 현성희와 성진식이 혼례를 치르는 날 한자리에 모인다. 그리고 함께 후포 성당 마당에서 국수를 나눠 먹는다.

 

윤택수 작가는 관습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아들을 낳아 기르고 싶었던 자신의 삶의 방식을 이기수를 통해 보여 주었다. 그리고 『벌채상한선』의 각 문장을 통해 예민함의 극한, 탐미의 깊이, 우리말의 음영과 떨림을 탁월하게 포착해 냈다.

 

그래서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윤택수의 글로 인해 주변을 둘러싼 식물과 동물과 사물들의 호흡이 펄럭펄럭 들려 올 것이고 글의 행간에서 상처 입은 들짐승의 눈동자 같은 것을 볼 것이다. 또 깨끗하고 반듯한 소년의 뒤태를 보면 반사적으로 가슴이 쓰라릴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들 무딘 감수성을 살려 내고 만물을 애틋하게 정화하고 가만가만 생명을 불어넣게 될 것이다.

 

 

작가 윤택수 소개

 

1961년 대전에서 태어나 충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충남 홍성의 홍주중학교에서 국어 교사로 근무했으며, 서울에서 몇몇 잡지사와 출판사 편집장을 역임했다. 또한 울산에서 용접공으로도 일했고, 원양 어선 선원이 되어 바다로 나가는 등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2000년 8월 학원에서 강의 중 뇌졸중으로 쓰러져 2년간 투병 생활을 했다. 그리고 2002년 9월,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으로 마지막 여행을 떠났다. 저서로는 시집 『새를 쏘러 숲에 들다』와 산문집 『훔친 책 빌린 책 내 책』, 장편소설 『벌채상한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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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