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03)] 은교



은교

저자
박범신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0-04-0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네가 가장 예뻤을 때, 나는 너를 사랑했다!존재의 내밀한 욕망과...
가격비교


[책을 읽읍시다 (103)] 은교

박범신 저 | 문학동네 | 408쪽 | 12,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영혼의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작품들을 통해 인생의 깊은 심연을 그려온 작가 박범신. 『은교』에 대해 작가는 『촐라체』와 『고산자』와 함께 ‘갈망의 삼부작(三部作)’이라고 소개한다.

 

『촐라체』에서는 히말라야를 배경으로 인간 의지의 수직적 한계를, 『고산자』에서는 역사적 시간을 통한 꿈의 수평적인 정한(情恨)을, 그리고 『은교』에서는 실존의 현실로 돌아와 존재의 내밀한 욕망과 그 근원을 감히 탐험하고 기록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작가가 '갈망'을 화두로 써 내려간 작품이라 그런걸까. 작가는 개인 블로그를 통해 '미친듯이' 써 내려가 한 달 반 만에 이 작품을 완성했다.

 

Q변호사는 위대한 시인이라고 칭송받던 이적요의 유언대로 그의 노트를 공개하려 한다. 하지만 그 노트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노트에는 이적요가 열일곱 소녀인 한은교를 사랑했으며, 제자였던 베스트셀러 『심장』의 작가 서지우를 죽였다는 충격적인 고백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또한 『심장』을 비롯한 서지우의 작품은 전부 이적요가 썼다는 엄청난 사실까지 적혀 있다.

 

자신의 늙음과 대비되는 은교의 젊음을 보며 관능과 아름다움을 느낀 이적요는 은교의 발랄한 모습을 보며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했던 ‘청춘’을 실감한다. 정에 넘치던 사제지간이었던 이적요와 서지우의 관계는 은교를 둘러싸고 조금씩 긴장이 흐르기 시작하고, 열등감과 질투, 모욕이 뒤섞인 채 아슬아슬하게 유지된다. 그리고 이어진 서지우의 자동차 사고와 죽음. 이적요는, 정말 서지우를 살해했던 걸까. 이적요는, 정말 은교를 사랑했던 걸까.

 

소설『은교』의 키포인트는 다름 아닌 ‘갈망’에 있다. 예서 ‘갈망’이란 무엇인가. 이는 간절히 바란다는 뜻이다. 소설 속 주인공 이적요를 핑계 대고 자신의 욕망을 투영했다는 작가에게 ‘갈망’이란 단순히 열일곱 어린 여자애를 탐하기 위하는 데 쓰이는 감정만은 아닐 것이다. 갈망은 이룰 수 없는 것, 특히나 사랑의 갈망은 이미 절망을 안고 있다는 데서 보다 근원적인 어떤 감정이 아닌가.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엉켜 있는 사랑이 실타래를 이루고 있다고 해서 이를 단순히 연애소설에 국한시킬 수 없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남자란 무엇인가. 여자란 또 무엇인가. 젊음이란 무엇인가. 늙음이란 또 무엇인가. 시란 무엇인가. 소설은 또 무엇인가. 욕망이란 무엇인가. 죽음이란 또 무엇인가.

 

남자들에게 여자란 나이가 없는 것이듯, 여자에게 또한 남자란 나이가 없는 것이듯, 작가가 계속해서 존재론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렇게 던져진 질문에 소설 속 주인공들의 몸을 빌려 살아가고 살아내고 죽어가고 죽음으로 작가가 답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욕망을 풀어내는 작가 박범신.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존재론적 갈망을 그리며, 자신의 살아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작가 박범신 소개

 

1946년 충남 논산 출생으로 원광대 국문과 및 고려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19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여름의 잔해』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1978년까지 문예지 중심으로 소외된 계층을 다룬 중ㆍ단편을 발표, 문제작가로 주목을 받았다.

 

1979년 장편 『죽음보다 깊은 잠』『풀잎처럼 눕다』등을 발표, 베스트셀러가 되어 70~80년대 가장 인기 있는 작가 중 한 사람으로 활약했다. 1981년 『겨울강 하늬바람』으로 '대한민국문학상'을 수상했다. 이후 빛나는 상상력과 역동적 서사가 어우러진 화려한 문체로 근대화 과정에서 드러난 한국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를 밀도 있게 그려낸 다수의 작품을 발표하며 수많은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1996년 유형과도 같은 오랜 고행의 시간 끝에 「문학동네」가을호에 중편소설 「흰소가 끄는 수레」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재개한 후 자연과 생명에 관한 묘사, 영혼의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작품 세계로 문학적 열정을 새로이 펼쳐보이고 있다. 현재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외등』은 그가 글쓰기를 떠나기 전의 문학세계와 그 후의 문학성이 어우러져 있는 작품으로, 해방 후의 현대사의 흐름을 같이 걸어온 주인공 서영우와 민혜주, 노상규 이 세 인물들을 통해 잃어버린 사랑의 원형을 찾아 결국엔 죽음에 이르는 피빛 사랑을 그려내면서 해방 후 현대사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더러운 책상』은 특이하게 '단장'으로 이뤄져 있다. 박범신의 자전적 소설로도 볼 수 있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그가 겪었을 젊은 날의 고뇌들이 그렇게 표현된 것처럼 평가받는다. 작가 박범신은 이 작품으로 창작과비평사가 제정한 2003년 제18회 만해문학상을 수상했다

 

『남자들, 쓸쓸하다』에서 박범신은 그의 문학인생 못지않게 녹록치 않았던 남자인생 60년을 이야기한다. 오로지 아들 하나를 욕망하던 어머니의 늦둥이 외아들로, 수많은 복병에도 불구하고 30년 이상 한 울타리를 지켜온 남편으로, 수십 년간 밥벌이를 감당해야 했던 고단한 아버지로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며 이 땅에서 남자로 살아간다는 것의 참된 의미를 짚어본다.

 

『비우니 향기롭다』는 더욱 더 소유하고자 하는 물질 만능주의 현실에서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나'를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안내서이다. 내면의 깊이가 더욱 확장된 저자가 히말라야에서 깨달은 바는 진정한 삶의 행복은 가지려는 마음보다 비우려는 마음에 있다는 것. 이는 바로 불교 철학의 '무소유'와 직결된다. 소비는 많아졌지만 더 가난해지고, 더 많은 물건을 소유하지만 살아가는 기쁨이 더 줄어든 시대. 이 책은 우리에게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한다.

 

이 외의 작품으로 『죽음보다 깊은 잠』 『풀잎처럼 눕다』 『불의 나라』 『물의 나라』 『겨울강 하늬바람』 『킬리만자로의 눈꽃』 『침묵의 집』 『와등』 『더러운 책상』 『나마스테』등이 있고, 소설집에 『토끼와 잠수함』 『덫』 『향기로운 우물 이야기』 등이, 연작소설에 『빈 방』 『흰수레가 끄는 수레』 등이 있다. 2001년 소설집 『향기로운 우물 이야기』로 제4회 김동리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05년 『나마스테』로 한무숙문학상을 수상했다.

 

작가 박범신은 최근에도 『비즈니스』, 『빈방』, 『외등』등을 발표하며 꾸준히 글을 써내려가고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종합지 -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